출판사 리뷰
제14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 오늘의 어린이들이 부딪치고 있는 핵심 문제를 드러낸 문제작.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다! -심사평 중에서(김진경, 김리리, 김지은, 천효정)
“사과 편지를 받았어도 같이 놀 수는 없는걸.”
학교폭력위원회 1호 조치 이후 관계 회복이 어려운 교실
만능빌딩 수많은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관계의 진실제14회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한 이현지의 『학교 옆 만능빌딩』이 출간되었다. 비룡소 문학상은 혼자 책 읽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저학년들을 위해 매년 신선하고 색다른 작품을 선정해 왔으며, 『한밤중 달빛 식당』, 『꽝 없는 뽑기 기계』, 『깊은 밤 필통 안에서(2025 초등 교과서 수록)』 등 수상작이 출간될 때마다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저학년 문학에 활기를 불어넣어 왔다. 이번 수상작 『학교 옆 만능빌딩』은 ‘오늘의 어린이들이 부딪치고 있는 핵심 문제를 드러낸 문제작.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학원이라면 안 다녀 본 곳이 없는 아이 재이. 저녁 늦게 퇴근하는 부모님 때문에 방과후 오후에는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재이는 모르는 학원이 없는 ‘학원 박사’다. 하지만 아무리 학원을 많이 다녀도 배울 수 없던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던 친구와 다시 잘 지내는 방법이다. 유일한 친구 박선우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아빠가 신고한 다음부터는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피해를 주지 않고 손해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이상하게 꼬여만 가는 재이의 친구 관계. 재이는 우연히 만능빌딩 6층 임대 학원에서 수상한 욕쟁이 할머니를 만나 ‘지는 게 이기는 법’이라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 수많은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관계의 진실에 대해 조금씩 힌트를 얻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충분히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어린이들 사이의 관계가 어른들 때문에 회복이 어려운 상태까지 나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는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경쟁적 현실은 물론, 오늘의 어린이들이 친구 관계에서 놓인 어려움을 굉장히 섬세하고 생생하게 반영했다. 무슨 학원을 보내 뭘 더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할머니에게 누가 뭐라 해도 계속 집을 짓고 있는 ‘거미’를 건네며 이야기 속에서 한층 성장한 재이의 모습이 아름답고 묵직한 감동을 준다. 싸운 친구와 화해하기보다 누가 먼저 학교폭력 신고를 하느냐가 중요해진 교실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소중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지금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심사평 아이들은 싸우며 성장하는데, 어른들이 싸움에 개입하면서 학교폭력으로 번지게 되는 현실의 문제를 작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오늘의 어린이들이 놓인 어려움을 생생히 반영한 작품이 드문 요즘, 학교는 달라져야 하고 이 작품은 그 절박함을 담고 있어 수상작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아도 좋겠다.
-심사평 중에서(김진경, 김리리, 김지은, 천효정)
■ 관계의 시행착오,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
“학원에서 모든 걸 배울 수는 없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은 꼭 스스로 배워야 해.” 지는 걸 가장 싫어하는 변호사 아빠를 둔 재이. 단짝 친구 선우가 똥구멍이라고 놀렸다는 이유로 아빠가 선우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자 선우와 친구들은 더는 재이와 놀려고 하지 않는다. ‘똥구멍이라고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사과 편지를 받았지만 그게 진짜 관계 회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무튼 박선우가 너 따돌리는 거 같으면 말해. 또 학교폭력으로 신고해 버릴 테니까. 혹시 박선우 엄마가 너한테 뭐라고 해도 말해. 그건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되니까.”
“신고해도 같이 놀 수는 없는걸. 사이좋게 지내자고 해 놓고 사이좋게 안 지내.”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어쨌든 우리가 이겼잖아.”
『학교 옆 만능빌딩』은 유년기의 어린이들이 겪을 수도 있는 관계의 시행착오를 학교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규정짓고 우정의 형성을 도리어 가로막는 어른들의 문제적 행태를 지적한다. 싸움에서 이겼다고 좋아하는 아빠를 보며 ‘이긴 게 아니라’고 느끼긴 하지만 재이는 도무지 이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친구들이 만능빌딩 6층에서 일어난 사고를 두고 이야기를 할 때도 재이는 자기가 자신 있는 ‘학원’ 이야기가 나오자 대화에 얼른 끼어든다. “나는 지난달부터 4층에 있는 물소 수학으로 옮겼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이 학원이 더 어려운 학원이래.”
■ 지는 시간을 배우다
“친구들에게 가서 오래된 학원처럼 해 봐라. 장담하는데 상스러운 욕을 한 바가지 내뱉는 것보다 더 속이 후련할 거야.” 관계의 서툼으로 친구 사이에서 고립된 재이는 우연히 만능빌딩 6층에서 욕쟁이 할머니를 만나고, 학교 폭력에 걸리지 않을 만한 욕을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재이는 욕쟁이 할머니에게 욕을 배워서 친구들에게 멋지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체험수업을 끊겠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여기는 학원이 아니며, 사람 사이에는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것’이라는 알쏠달쏭한 말을 한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축구도, 피구도, 달리기도 지는 건 그냥 지는 거다. 꼴찌 해 놓고 ‘와 내가 이겼다’ 그러는 애는 아무도 없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재이에게 할머니는 만능빌딩 안에 잘되는 학원을 빗대 그게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당장은 손해인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손해가 아닌 것을 깨달은 재이는 그제야 비로소 친구 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수백 개의 학원을 보내 하버드 대학까지 나온 할머니 딸이 실패에 무너진 것처럼 재이 역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학원에서 배울 수는 없다. 어린이가 살아가는 데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일지, 배워야 할 게 무엇일지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만능빌딩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는 게 이기는 기술이다. 언뜻 보기에는 남 좋은 일만 해서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결국 오래 살아남는 비법이 되는 거야."
"학원에서 모든 걸 배울 수는 없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은 말이다 꼭 스스로 배워야 해. 남한테 돈 주고 쉽게 가르쳐 달라고 할 수가 없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 친구 사이의 우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은 엄마 아마한테 배우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배우고, 친구한테 배우고, 때론 동물이나 식물에게서 배워야 하는 것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