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하느님의 길을 따라 지상의 길을 걸은 성직자.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교회사의 한 세기를 관통한 살아 있는 역사다.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독재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평화를 지켜온 그의 생애를 지면에 담았다. 한 권의 평전을 지상에 남김으로써 대지의 풀들이 춤을 추고, 문명의 폐허에서 꽃이 피어나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매 순간 역사의 언덕을 넘은 이들에게 인류의 정신사적 전통과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출판사 리뷰
한없이 낮고 한없이 드높은
한국이 배출한 수많은 사제 중 윤공희 대주교님처럼 천주교회의 길을 정면으로 관통하신 분은 없다. 한국 현대사와 한국 교회사의 한 세기를 가로지르며 예수님의 사랑이, 그 사랑의 부드러움이 얼마나 뜨겁고 강직한지를 증명한 생애였다.
윤공희 대주교님은 일찍이 박해를 피해 들어간 평안남도의 평신도 마을에 본적지를 두고, 진남포성당에서 평신도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가톨릭 학교에 입학하여 베네딕도 수도원에 있는 덕원신학교에서 근대 교육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와 8.15 해방, 그리고 북한 사회주의 정부의 탄압을 겪다가 지학순과 함께 38선을 넘고, 서울에서도 사제품을 받자마자 전쟁을 만나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다닌 끝에 부산 포로수용소에서 사목하며 정전을 맞았다.
윤공희 대주교님은 1963년 서른아홉 살의 젊은 나이에 주교로 서품된 후, 1964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석하고, 연이어 등장하는 지학순 주교님,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한국 교회의 현대적 혁신을 이끌었다. 윤공희 대주교님이 주교단 회의를 이끌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교회를 대표하며, 지학순 주교님이 사회 일선에서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던 시기에 한국 교회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낮고 드높은’ 신앙의 거룩함을 보여준다. 특히 1973년 광주대교구에 오신 이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으면서 한국 가톨릭의 절정에 이르는 사목의 사례를 만들어낸다. 광주에서 시가전을 방불하는 계엄군과 시민군의 충돌 속에서 비폭력 저항운동을 외치고, 광주 진상 규명 운동을 시작하며, 5.18 관련 사형수 세 명을 구명한 업적은 유명하다.
『대주교 윤공희』는 광주의 민주인사들이 ‘살아 계시는 대주교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바치고자 준비한 책으로서 그 중심에 광주대교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자리해 있다. 저자 김형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평전 작가로서,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독재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평화를 지키고, 5.18 항쟁의 거칠고 야만적인 순간에도 역경을 숭고하게 만들었던 생애를 낱낱이 추적하였다. 이 책은 교회 바깥에서 집필되었으나 세계 교회사와 한국 교회사에 흐르는 정신을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출현한 이후 2천 년 동안 추구된 그리스도 정신을 윤공희 대주교님이 늘 가슴에 담고 살았던 사실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긴 역사를 간직한 사람들은 긴 역사가 이룩한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서평은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시몬 대주교가 쓴 글입니다)
신앙이란 세계에 대한 겸손의 극치이다. 지상에서 인간처럼 유능하고, 또 그래서 오만하고, 교만하기 짝이 없는 영혼을 재구성하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을 우리는 종교라 한다. _ 프롤로그 중에서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운명에 따라 지상의 여러 도시에 흩어져 사는데, 다만 그들이 속한 영적 세계의 특수하고 역설적인 법을 지키되, 의식주와 생활방식은 온전히 그 지방의 속성에 따른다. 그러니까 그들은 각자의 나라에 살면서도 마치 나그네 같은 불편을 견딘다. 시민으로서 모든 의무를 다하나 마치 외국인처럼 불편을 참고, 모든 낯선 나라를 자신들의 고향처럼 생각하지만, 모든 나라가 그들에게는 타향과 같다. 그러니까 그들은 지상에서 살되 하늘의 시민인 것이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을 이기는 게 아니라 ‘자아의 감옥’을 벗어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개별적 자아란 사회화 과정에서 부모와 교사, 사회 규범과 규칙, 관습과 권위 등에 의하여 억압과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일 뿐이다. 그런데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건 언제나 눈앞의 현실뿐이니, 자아를 벗어나는 것은 자기를 잃는 게 아니라 확대하는 것이다. 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또 인정받고자, 아니, 살아남고자, 그것도 모자라서 다른 사람보다 높아지고자 노심초사하는 과정에서 구성된 상처투성이의 자아를 빠져나오면 세계의 참된 실상이 나타난다. 절대자, 영원자의 음성이 들리는 것은 그때이다. _ 2장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형수
1959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5년 [민중시2]에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고,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이며, 지금은 신동엽문학관 관장으로 있다. 만해문학상(2016년) 5.18문학상(2023년)을 수상했다.시집 『가끔씩 쉬었다 간다는 것』, 『빗방울에 대한 추억』,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장편소설 『나의 트로트 시대』 『조드-가난한 성자들(1,2)』,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평론집 『흩어진 중심』 등과 『문익환 평전』, 『소태산 평전』, 『김남주 평전』을 출간했으며, 작가 수업 시리즈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로 큰 반향을 얻었다.
목차
프롤로그 체로키 사람들
1장 위험한 인생
2장 저녁에 진 꽃을 아침에 줍다
3장 덕원, 일상과 영성의 통로
4장 파도를 넘으면 또 파도가 오고
5장 현대에 대한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입장들
6장 고독한 세속에서
7장 오월의 사제들
8장 하느님도 새떼들도 떠나가 버린 광주여
9장 저녁빛 속에 길을 보았다
에필로그 양들이 초원의 축복 속으로 사라져 가듯이
사진과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