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옷장 속에서 사는 아이들 엄마가 비밀이라면서, 아래층 미자 씨는 귀가 100개나 달려 있으니까 조용히 놀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쌍둥이는 엄마가 농담하는 줄 알고 깔깔 웃었어요.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쌍둥이가 움직일 때마다 미자 씨가 뛰어 올라와 야단을 쳤거든요. 엄마는 허리를 굽히며 사과하곤 했어요. 하지만 미자 씨는 매일 점점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어요.
미자 씨는 정말 귀가 100개나 있는 걸까요? 쌍둥이는 미자 씨가 너무 무서워 옷장 속에 숨었어요. 요즘은 옷장 속에서 살고 있어요.
미자 씨는 오른쪽 뺨이 갑자기 간질간질했어요. 뺨에는 여드름만 한 작은 귀가 하나 돋아나 있었어요. 깜짝 놀란 미자 씨가 그 귀를 살짝 건드리자 겨울바람 소리가 들렸어요. 손목시계를 가까이 대자 천둥소리가 들렸지요. 그 조그만 귀도 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그날부터 미자 씨의 몸에는 작고 흉한 귀들이 마구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이제 미자 씨는 이불을 돌돌 말고 한껏 몸을 웅크려도 위층의 소리를 모조리 다 들을 수 있었어요. 위층에서 머리카락 한 가닥이 떨어지면 그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지요. 위층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는 망치처럼 미자 씨의 온몸을 아프게 때렸어요. 미자 씨는 자기가 진짜 괴물로 변했다고 슬퍼했어요.
위층 쌍둥이와 아래층 미자 씨는 매일 밤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
층간소음 때문에 적이 된 이웃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 심각한 갈등을 불러온다. 경고와 사과가 거듭 오가지만 근본 원인을 해소할 수 없으므로 급기야 사회면을 장식하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애초 층간 소음 문제를 경시한 아파트 시공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결코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다.
《100개의 귀》에는 한창 뛰어놀 나이의 쌍둥이가 가해자로 등장한다. 피해자는 혼자 조용히 살고 있는 아래층 미자 씨이다. 아마 층간소음이 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지 않았다면, 그들은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였을 것이다.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소중한 이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위층 쌍둥이는 아래 층 미자 씨에게 참을 수 없는 소음을 전달하는 가해자이다. 미자 씨는 쌍
둥이 엄마에게 여러 차례 부탁도 하고 경고도 날렸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미자 씨의 분노는 점
점 더 거칠게 폭발한다. 쌍둥이는 분노하는 미자 씨가 너무 무섭다. 결국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일상의 자
유를 잃고 평화를 빼앗긴 비참한 상황에 빠져든다.
집은 가족과 함께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100개의 귀》에 나오는 집은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장소이다. 글작가 서로의 첫 번째 작품 《100개의 귀》는 위층과 아래층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신경전을 펼치면서 갈등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지를 보여준다.
양쪽 상황을 주시하는 독자는 쌍둥이나 미자 씨 모두 피해자라고 여길 것이다. 양쪽의 입장 모두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이 되어 대립하지만 누구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점점 더 극심한 고통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마음의 귀로 듣는다면옷장 속에서 숨어 살던 쌍둥이가 갑자기 사라진다. 여태껏 일방적으로 사과만 하던 엄마가 처음으로 미자 씨에게 달려가 어깨를 잡아 흔든다. 머리카락 소리까지 듣는 사람이니까 애들이 어디 있는지 소리를 들어보라면서 악을 쓰는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화만 내던 미자 씨가 진심으로 쌍둥이를 걱정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곧 미자 씨의 가슴에 커다란 귀가 돋아나고, 저 멀리서 쌍둥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타인의 감정과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귀가 아니라 마음의 귀로 듣는다면 이 막막한 갈등 국면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작가의 촌철살인이 보석처럼 빛나는 마지막 장면!
미자 씨는 자신이 초능력자라면서 마구 발을 구르며 신나 한다. 미자 씨가 만들어낸 소음은 노부부의 조용한 밤을 깨뜨린다. 미자 씨가 순식간에 가해자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그럼 노부부 역시 미자 씨처럼 위층으로 달려 올라갔을까? 아니다.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이어폰을 찾아 귀에 꽂고 옛노래를 듣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매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할머니. 할머니의 귀는 소음을 듣지 않고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다.
아파트 단면을 그리다그림 작가 이형진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만한 주제를 사랑스러운 핑크의 유머 가득한 만화체 그림에
담았다. 유아가 흥미롭게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다.
《100개의 귀》는 좌우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넘겨보는 책이다. 위층과 아래층의 상황을 동시에 묘사하기 위해 책의 접지면을 아파트 바닥으로 설정했다. 책의 좌우를 가르는 한 줄 가로띠로 표현된 아파트 바닥은 층간 소음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위 아래층의 신경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얇은 바닥을 뚫고 내리꽂히는 소음이 어지러울 정도로 감각적으로 표현됐다.
아파트는 같은 평수, 같은 모양의 집으로 조밀하게 분할된 공동주택이다. 아파트의 단면을 보여주는 독특한 컨셉트의 표지는 작은 네모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며 위 아래층에 영향을 주는 가족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준다. 각각 분리된 네모 안에 살고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들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집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하나의 거대한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