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음반 기획사, 동아기획. 이 책은 동아기획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당대 대중음악계의 유산으로서 동아기획의 활약상을 촘촘하게 기록한 작업이다. 당시에 이보다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가수를 거느린 음반사는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10」에서 1위곡을 엄청나게 배출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동아기획은 ‘뭔가 달랐다’는 느낌으로 여전히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다.
출판사 리뷰
믿고 사던 그 음반, 아껴 듣던 그 노래
동아기획이 만들어낸 한국 대중음악의 골든타임을 복기하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동아기획’이라는 글자만 보고 음반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를 뜯으면 어김없이 보이던 주황색 라벨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마음을 쿵쾅거리게 한다. 『동아기획 이야기』는 그런 나의 기억이 그저 개인의 차원이 아닌 ‘보편적 상황’이었음을 수많은 자료와 증언을 통해 입증한다. ‘이야기’라는 낱말 안에 음악이 주었던 기쁨과 설렘, 그 음악이 만들어졌던 배경이 정성스럽게 담겨 있다. 그 시절 음악 잡지에는 늘 ‘동아기획이 자랑하는 소중한 음반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가 실려 있었다. 그 자랑스러움에 관한 소중한 기록이다. _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19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음반 기획사, 동아기획. 이 책은 동아기획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당대 대중음악계의 유산으로서 동아기획의 활약상을 촘촘하게 기록한 작업이다. 당시에 이보다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가수를 거느린 음반사는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10」에서 1위곡을 엄청나게 배출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동아기획은 ‘뭔가 달랐다’는 느낌으로 여전히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다.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이 ‘따로 또 같이’ 벌인 활약상
김현식, 들국화, 장필순, 봄여름가을겨울, 빛과 소금, 김현철, 이소라…
다양한 장르와 참신한 사운드로 당대 대중음악 씬을 빛낸 뮤지션들의 음악 공동체
풋풋하면서 세련된 노래들로 사랑받았던 동아기획의 뮤지션들은 개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하지만, 모아 보더라도 그들만의 특징이 있었다. 가령 1980년대 초반에 가요계를 평정했던 조용필, 이용, 전영록은 모두 지구레코드 소속 가수였다. 그런데 이들을 떠올릴 때 한 음반사의 가수라는 인상보다는 경쟁 상대였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비해 동아기획 소속 가수들은 응집력이 강했고, 동아기획이라는 레이블을 경유해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잦았다.
외부적으로 보기에만 그랬던 게 아니다. 동아기획 뮤지션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소속 뮤지션의 앨범에 기꺼이 목소리와 연주를 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원이 부족한 언더그라운드 출신들이 많았기에 모두들 힘을 모았고, 특히 초창기에 언더그라운드의 대부로 불렸던 조동진이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장필순의 코러스를 두고 “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되는 보증수표와 같았다”고들 했는데, 이는 동아기획 내부의 협업을 보여주는 사례의 일부일 뿐이다. 가령 동아기획의 초창기를 견인했던 그룹 들국화가 해체되고서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솔로 음반 작업을 할 때도 전 멤버들은 모여들어 손길을 보탰다.
이러한 사례는 정말 너무나도 많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뮤지션들은 새롭고 신선한 이들을 추천하여 동아기획으로 영입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오디션을 거쳐 가수로 데뷔했는데, 동아기획은 오디션이나 데모 테이프도 없이 내부 뮤지션의 추천만으로 음반을 제작했다. 김현식은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 멤버들을, 전인권은 하덕규를, 하덕규는 장필순을, 최성원은 박학기를, 조동익은 김현철을, 김현철은 이소라를 추천하는 식이었다. 인연으로 만들어진 이 ‘알음알음’의 생태계, 이는 함께 호흡을 맞춰 음악을 할 이들을 그러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뮤지션들에게 있었다는 증거다. 이를 뒷받침해준 것은 동아기획을 이끈 김영 대표의 뮤지션을 존중하는 태도 덕분이었고 말이다.
이러한 기세는 앨범 제작으로도 이어져 1993년 동아기획은 자신을 대표할 만한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 모두 여기에》 시리즈를 론칭했다. 1988년부터 동아기획 뮤지션들이 함께 열어온 콘서트의 이름을 딴 앨범으로, 커버는 참여 뮤지션들을 담은 사진을 사용하여 동아기획의 음악 공동체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 시기에 대중음악을 즐겨 듣던 이들이라면 기억할 만한 곡들이 다수 수록된, 동아기획의 음악적 일대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작업이었다.
남달랐던 기획사의 출현, 믿고 사는 브랜드의 탄생
TV가 아닌 라이브 공연, 그리고 레이블 브랜딩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다
음악산업의 패러다임에 균열을 가한 한 기획사의 실험
그렇다면 음반 기획사로서 동아기획은 어떤 곳이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동아기획의 ‘대장’으로 불린 김영 대표를 소환해야 한다. 그는 청년문화가 기세를 펼친 1970년대에 기타 학원을 운영하면서 작곡가 및 기타 연주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몇몇 음반의 개인 제작자로도 활약하던 그는 1978년 서울 신문로에 아내인 가수 박지영의 이름을 내건 레코드점 ‘박지영 레코드’를 열었다. 이곳에서 4년간 음악산업의 경향과 대중의 소비 동향을 파악하며 그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좋은 음악은 언제나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좋은 음악이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지요.” 국내 대중가요보다 서구의 팝과 클래식 음반이 훨씬 잘 판매되고, 방송 출연을 통해 얻은 가수의 인기와 음반 판매량이 비례하지 않는 현실을 목도한 이의 확신이었다.
이런 꿈을 품고 1982년 동아기획을 설립한 김영 대표는 좋은 음반을 만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당시 국내 최고의 스튜디오였던 서울스튜디오를 녹음실로 선택했고, 뮤지션들은 이곳에서 당대 최고의 가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음반 녹음에 나섰다. 한편 홍보 방식도 남달랐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모여든 작은 기획사로서 과감하게 방송국에 음반을 돌리지 않은 것이다. 초창기에 그는 전국에 있는 레코드점과 음악다방을 공략했다. 레코드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에 떠올린 아이디어였는데, 그런 틈새시장을 노리며 대중들과 만나는 접점을 만든 것이다. 이후 들국화의 첫 음반이 출시되면서 동아기획은 상당한 활기를 띠게 된다. 이때부터는 들국화와 함께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홍보 방향을 틀었는데, 공연이 흥행하면서 앨범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당대 대중음악계의 홍보 공식, 가수의 TV 출연을 빗겨가며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가창력 있고 연주도 탁월한 뮤지션들에게 공연은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다. 즉 뮤지션의 지향과 기획사의 홍보 방향이 합을 이뤄 라이브 공연이라는 장이 꽃핀 셈인데, 들국화 전후로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 신촌블루스 등이 가세하여 적극적으로 공연 문화를 만들어간 것은 동아기획이 한국 대중음악계에 남긴 의미 있는 궤적이다. 이러한 풍토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음반 발매 등 음반 제작의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또 하나 언급해야 할 지점은 동아기획이 음반 기획사로서의 브랜딩을 시도한 점이다. 사람들은 동아기획의 로고를 ‘웰메이드 음반’을 보증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동아기획의 음반이라면 믿고 구매했다. 유명 가수가 아니라 신인이나 인지도가 낮은 가수의 음반에도 이 믿음이 통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현상이다. 또한 동아기획에서는 각각의 음반마다 ‘동아기획 카탈로그’라는 이름으로 제작한, 음반 목록을 정리한 속지를 삽입했고, ‘동아기획 패밀리’ 제도를 도입해 팬들을 끌어모았다. 최대 가입자 수가 5만여 명에 달하는 레이블 팬덤, 이는 동아기획으로선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음반을 판매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현재의 대중음악계에서도 가수가 아닌 소속사의 팬클럽은 찾아보기 어렵거나 활동이 미비한데, 당시에 이런 기획이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당대 대중음악에 의해 포착한 시대의 감수성
1980~90년대 언더그라운드로부터 새로운 감각이 도래하다
젊은 세대의 환호를 끌어낸 음악, 이를 통해 써내려간 당대의 자화상
록과 블루스부터 발라드와 퓨전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신선한 음악을 선보이면서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공연을 이어갔던 동아기획의 뮤지션들, 이들은 분명 팝이 득세하던 시대의 끝물에 등장해 한국의 동시대적 감각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들은 그저 노래만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자신의 곡을 직접 짓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적극적인 창작자로 나섰고, 대중들은 이에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뮤지션들을 그러모아 창작의 그라운드를 마련하고 새로운 시도를 펼쳤던 기획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앨범 출시일을 기다렸다가 동아기획의 음반을 사 모으던, 이어폰을 꽂고서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동아기획의 음반을 들었던, 공연장을 찾아가 목소리를 높여 환호하던 ‘우리’가 있었다. 그러하기에 동아기획의 역사는 곧 한국 대중음악계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중 하나일 것이다.
음반을 구매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던 그 시절, 대중에겐 더더욱 실패 없는 음반 선택이 중요했을 것이다. 이때 대중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음반·기획사가 바로 동아기획이었다. 음반에 새겨진 동아기획의 로고가 곧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음반을 보증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데서 알 수 있듯이, 동아기획은 국내 최초로 레이블 자체를 브랜딩한 곳이다. 김현식, 들국화, 시인과 촌장, 한영애, 장필순, 박학기, 신촌블루스, 봄여름가을겨울, 빛과 소금, 김현철, 이소라 등 걸출한 뮤지션들이 모여 음악 공동체를 형성했던 동아기획은 음반뿐만 아니라 라이브 공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공연 문화를 활성화했다는 측면에서도 한국 대중음악계에 의미 있는 궤적을 남겼다.
동아기획 뮤지션들은 서로의 음악에 품앗이하는 것을 넘어서, 여러 형태로 흩어지고 또다시 만나 활동하는 이합집산을 반복해 나갔다. 대중음악 연구자 최지선에 따르면, 따로 활동하면서 또 같이 활동하는 이른바 ‘따로 또 같이’ 방식은 1970년대 말 여러모로 자원이 부족한 언더그라운드 씬의 대안 중 하나였고, 자유분방한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성향에도 잘 들어맞았다. 이들의 유연한 교류와 협업은 동아기획 안에서 더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동아기획에서 활동한 이들은 음악 그 자체로 인정받으며 ‘스타’보다는 ‘뮤지션’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가길 바랐기에 자작곡을 중심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 나갔고, 그 결과는 ‘음반 판매량’과 ‘공연 관객 수’가 입증해주었다. 당대 유일한 홍보 수단이던 ‘방송 출연’이 아닌 ‘라이브 공연’을 통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대중들은 동아기획이 무언가 다르다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동아기획을 규정하는 정체성으로 이어졌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소진
대중음악 연구자이자 작곡과 연주 활동을 병행하는 뮤지션이다. 오래된 음반, 신문 기사, 방송 자료 등을 탐색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연구해왔고, 2023년 「동아기획의 음악적 실천과 가요사적 의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기획과 관련한 자료들을 모으고 동아기획을 이끈 음악인들을 인터뷰해 써낸 이 논문으로 경희대학교 최우수 학위논문상을 받았다. 「1970년대 한국 싱어송라이터의 작가의식과 표현 양상 고찰」, 「2010년대 한국 대중가요 시즌송을 중심으로 한 대중음악 아카이브 수집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고, 작곡가 고(故) 손석우를 기리는 추념회의 준비위원으로도 참여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겸임교수로 <서양 팝 음악사>, <케이팝과 대중문화>를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대중음악학회의 편집이사와 한국외대 정보·기록학 연구소의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대중음악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동아기획의 타임라인
1장 동아기획의 탄생
1980년대, 새로운 대중문화가 도래하다│동아기획은 어떻게 설립되었나
2장 동아기획의 역사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모색하며│들국화로 시작된 도약, 신진 뮤지션의 영입│백화만발 속에서 김현식이 피워낸 불꽃│신예 이소라의 등장, 시대의 변화 가운데서│위기를 넘어서려는 시도, 그리고 좌절
3장 동아기획의 정체성
제작 과정도, 홍보 방식도 남달랐다│서로 품앗이하는 음악 공동체를 만들다│‘따로 또 같이’ 뭉쳤다가 흩어지다│라이브 공연과 라디오 방송을 그라운드 삼다│니치 마케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다│레이블을 브랜딩하여 팬덤을 구축하다
4장 노랫말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
그대와 단 둘이서 이 길을 걷고 싶어│하지만 후횐 없어, 그것만이 내 세상│이 세상 모든 색 한 색깔이면 그건 너무해│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만난다면│나의 가슴속을 메워주는 이 불빛이 좋은걸│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음악│슬퍼하지 말아요, 혼자라고 느낄 때│사랑해요라고 쓴다│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꾸는가
5장 장르별로 살펴본 음악의 스펙트럼
포크 계열의 음악│록 계열의 음악│블루스 계열의 음악│퓨전재즈 계열의 음악│발라드 계열의 음악│보사노바 및 레게 계열의 음악│음악극을 비롯한 그 외 장르의 음악
6장 동아기획이 대중음악계에 남긴 유산
주석
참고 문헌
동아기획의 음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