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인터뷰나 녹음을 일절 거절하고 2019년 6월 은퇴한 뒤, 2022년 4월 세상을 떠난 ‘침묵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음악과 사유, 인간적 면모를 담은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가 출간되었다. 시프, 바렌보임, 정경화, 조성진, 벨저뫼스트, 마이스키, 케펠레크, 바부제, 괴르너, 카사르, 이설리스 등 루푸와 음악하고 교류했던 음악가와 조율사, 매니저, 작가 20인이 전하는 생생한 증언이, ‘음악가의 음악가’ 라두 루푸를 다각적으로 조형한다.
쇼팽 콩쿠르에 나가 긴장감에 침울해하던 조성진이 루푸의 전화 응원을 받고 감격한 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주회 인터미션 때 대기실에 모여든 클리블랜드 관현악단 단원들이 감격에 겨워 운 일, 모스크바의 파티에서 존 오그던의 연주를 듣던 루푸가 아래층의 다른 피아노를 옮겨 와 협연한 일 등, “음악 그 자체”였던 라두 루푸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자기를 좀체 드러내지 않았던 ‘신비한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에 관한, 책으로는 유일무이의 귀중한 자료이다.
출판사 리뷰
먼저 고백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피아니스트 중 당신만큼 제게 깊은 감동을 준 사람은 없습니다. - 언드라시 시프, 피아니스트
라두의 음악은 각별합니다. 음악이 그의 손을 거치면 마법적인 힘을 갖게 되고, 듣는 이의 영혼은 하늘로 날아갑니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인간적이며 믿기 힘들 만큼 간결하지요. -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제게 가장 어려운 곡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입니다. 이 B플랫장조 소나타는 제게 아주 특별한 곡으로, 죽기 전에 딱 한 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라두의 연주로 이 곡을 듣고 싶습니다. - 조성진, 피아니스트
많은 피아니스트가 제게 ‘라두 같은 소리를 만들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 제가 두 달 동안 피아노 한 대에 매달려 준비한다고 한들 그 누구도 라두 같은 소리를 내지는 못해요. 그건 피아노의 소리가 아니라 ‘라두 루푸의 소리’거든요. - 미헐 브란제스, 피아노 조율사
그는 청중을 의식하지 않고 청중에게로 다가가 그들을 무대로 데려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만을 위해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자·피아니스트
저는 그때 말문이 막혀 제가 느낀 모든 감정을 라두에게 하나도 전할 수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평생의 팬이 된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윌슨, 작가·루푸의 첫 번째 아내
‘침묵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에 다가가는
그리움과 경의, 사랑과 우정, 열정과 환희의 여정
인터뷰나 녹음을 일절 거절하고 2019년 6월 은퇴한 뒤, 2022년 4월 세상을 떠난 ‘침묵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음악과 사유, 인간적 면모를 담은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가 출간되었다. 시프, 바렌보임, 정경화, 조성진, 벨저뫼스트, 마이스키, 케펠레크, 바부제, 괴르너, 카사르, 이설리스 등 루푸와 음악하고 교류했던 음악가와 조율사, 매니저, 작가 20인이 전하는 생생한 증언이, ‘음악가의 음악가’ 라두 루푸를 다각적으로 조형한다.
머리와 수염을 길러, 음반을 처음 본 소년 조성진이 브람스를 닮았다고 생각한 라두 루푸는 ‘은둔형 예술가’로 세간에 인식된다(국내에는 ‘조성진이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루푸는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연주하길 좋아했고 연주를 녹음해 음반을 통해 다른 시공간에서 재현하는 것엔 회의적이었다.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는 다른 이가 구현할 수 없는 자기만의 소리를 내면서도 자기를 좀체 드러내지 않았던 ‘신비한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에 관한, 책으로는 유일무이의 귀중한 자료이다. 인터뷰를 거의 남기지 않은 루푸에 다가가는 책의 여정은 말 대신 ‘이야기’로 가득하다. 음반을 많이 남기지 않은 루푸를 되살리는 책의 여정은 절대 잊히지 않아 영원한, 음악적 ‘순간’에 다다른다. 독자가 음악을 듣고 싶게, 음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음악에 관한 루푸의 능력은 음악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특별했다. 마법 같은 피아노 연주 실력과 경이적인 암보 능력, 피아노 파트는 물론이고 오케스트레이션을 숙지하는 능력까지. 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음색과 독특한 레가토를 언어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책에서 루푸와 함께했던 정상의 음악가들과 동료들이 소개하는 특별한 ‘이야기’들은 그들이 목격하고 간직한 그 순간의 감동을 기어이 되살린다.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연주가 끝난 뒤 무대 뒤를 찾아갔다가 루푸 앞에서 울고 있는 알프레트 브렌델을 본 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주회 인터미션 때 클리블랜드 관현악단 단원들이 대기실에 모여 함께 운 일, 모스크바의 파티에서 존 오그던의 <랩소디 인 블루> 연주를 듣던 루푸가 피아노를 찾더니 아래층의 피아노를 옮겨 와 협연한 일 등, 마치 같은 공간에서 그 장면을 목도하는 듯한 감흥을 준다.
루푸는 예술가들이 대개 그러하듯 본업에 관해서는 예민했지만, 그 밖의 영역에서는 소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그는 조성진을 포함해 여러 후배 연주자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선배였고, 에이전시 사무실 직원 모두에게 농담을 건네느라 2층까지 올라오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동료였다. 책에는 연주회를 앞두고도 윔블던 테니스 중계방송이 보고 싶어 피아노 위에 작은 TV를 올려놓고 연습한 일화도 나온다. 물론 모국인 루마니아의 정치적 현실과 냉전 중인 국제 정세 때문에 고난을 겪은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루푸는 긍정적이며 활력 넘쳤고 의연하게 위기를 헤쳐나왔다.
라두 루푸의 일본 담당 매니저로 일했던 엮은이 이타가키 지카코는 루푸의 고별 무대가 된 2019년 루체른 공연 다음 날, 이 책의 출판을 허락받았다. “친애하는 지카코, 나는 물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지만, 자네가 하고 싶다면 맡기도록 하지. 좋은 성과가 있길 빌어.” 그 후 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인터뷰와 기고를 엮어 책을 완성했다. 1부는 시프, 바렌보임, 조성진 등 쟁쟁한 음악가들과 음악계 동료들, 특히 루푸와 모스크바 음악원 동문이며 음악 전기 작가인 첫 번째 아내 엘리자베스 윌슨의 글을 포함한 20인의 글과 인터뷰, 2부는 음악 칼럼니스트 아오사와 다카아키라의 평론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유족이 제공한 비공개 사진을 포함해 40여 컷의 도판 자료와 루푸의 연대기가 정리된 연보가 수록되어 있다.
책 속에서 루푸를 그려내는 증언들은 각자의 기억에 기반하고, 그것은 과거 어느 순간에 관한 작은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작은 조각들을 조합해 루푸의 최종 인상을 구축하는 마지막 주체는 결국 독자이다. 달리 말하면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는 하나의 악보이다. 그 안에 음표 같은 단서가 있고, 독자는 연주하듯 그것들을 읽어내는 것이다. 한 권의 전기를 읽고 그 사람의 삶을 다 이해했다고 믿는 건 쉽고도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선형적인 구조의 전기보다 훨씬 자유롭게 독자 스스로 다가가 겹쳐보게, 해석하게 한다.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는 “음악이 묵는 집” “음악이 이 세상에 머물 때의 거처가 되는 음악가” 곧 “음악 그 자체”였던 라두 루푸를 통해, 음악이라는 예술에 깃든 감흥뿐 아니라 모든 이가 간직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그리움 경의 사랑 우정 열정 환희를 전한다. 소리를 낼뿐 아니라 이내 사그라지는 잔향과 그 뒤의 고요와 적막까지 음악이 되게 한 루푸의 마법 같은 ‘터치’처럼, 그가 마지막 연주를 한 지 6년, 세상을 떠난 지는 3년이 지나 지금 우리에게, 깨뜨리기 싫은 침묵 같은 긴 여운이 전해져 남는다.
“당신에 관한 책을 일본에서 출판하고 싶어요. 허락해주실 수 있나요?” 긴 세월 인터뷰를 완강히 거부하고 녹음은 진즉에 중단, 방송 녹화조차도 허락지 않을 만큼 극단적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루푸다. 대답은 ‘노’이겠거니 생각했다. “친애하는 지카코, 나는 물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겠지만, 자네가 하고 싶다면 맡기도록 하지. 좋은 성과가 있길 빌어.”
당신이 피아니스트라는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존재라는 사실은 당신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요. 마치 작곡가처럼 연주하고 사고하는 당신은 악곡의 형식과 구조를 이해하고 그 주요한 구성 요소의 위계를 파악하며, 지극히 소소한 디테일을 다룰 때도 망설임이 없습니다. 위대한 지휘자 중에도 그런 능력이 있는 이가 있지만, 운 좋게도 당신은 지휘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저 양손을 내밀기만 하면 피아노가 무수한 음색과 울림을 가진 오케스트라로 변신했죠. - 언드라시 시프, 피아니스트
하루는 라두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곡 맞히기 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어떤 곡의 첫 화음, 혹은 첫 음의 연주만 듣고 곡명을 알아맞히는 게임이었습니다. 고작 음 하나로 어떤 곡인지를 맞힌다니 저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죠.-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
목차
들어가며
1부 20인의 인터뷰와 기고로 듣는 라두 루푸 이야기
[언드라시 시프] 루푸에게 바친다
[미샤 마이스키] 라두와의 만남은 아주 귀중했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시간은 특별했습니다
[보리스 페트루샨스키] 모스크바에서 쌓은 루푸와의 추억은 제 기억 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안 케펠레크] 첫 음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퍼진 감동과 감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경화] 라두가 연주하는 음악의 마법이 가진 힘에 의해 듣는 이의 영혼은 하늘로 날아갑니다
[디디에 드코티니] 친구로서, 녹음을 싫어하는 라두를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습니다
[제시카 나스미스 & 로빈 럭]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 ― “무언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오직 음악을 통해서만 하겠다”
[루크 거스리] 셀 수 없이 들었던 라두의 ‘노래’ 너무 충격을 받아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없게 된 적도 있습니다
[제니 보겔] 자칫 잘못하면 공연 캔슬, 꽁꽁 얼어붙은 뉴욕에서 했던 밤 산책
[헬렌 터너] 자긍심 높은 완벽주의자. 그러나 매니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 라두와는 음악을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특별한 친근감을 느낍니다
[프란츠 벨저뫼스트] 라두와 공유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법’ 우리는 음악적으로 서로를 이해했습니다
[필리프 카사르] 라두 루푸가 작은 목소리로 전해주는 내부 세계의 풍경
[장에플람 바부제] 인생에서 방황하던 제게 라두가 가르쳐준 음악 철학
[미헐 브란제스] 그것은 피아노의 소리가 아니라 ‘라두 루푸의 소리’입니다
[넬손 괴르너 & 루수단 괴르너] 매력과 발견으로 가득했던 조언. 그의 말은 모두 제 마음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라두의 러시아어는 아주 풍부합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늘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에요
[조성진] “가르치진 않아, 들을 뿐이지.” ― 로잔에서의 레슨
[스티븐 이설리스] 라두 루푸와 함께 한 여행의 궤적
[엘리자베스 윌슨] 라두 루푸 ― 모스크바에서 보낸 학생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2부 라두 루푸를 향해
이야기를 끝맺으며
라두 루푸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