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희고 둥근 빛』은 한국 미술의 상징적 존재인 달항아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려는 작가 윤주동의 집념과 사유를 담은 기록이다. 18세기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가 세계 경매 시장에서 수십억 원에 거래되는 오늘날, 달항아리는 단순한 골동품이 아닌 한국 정신성과 미감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작가는 단순한 복원에 그치지 않고, 전통의 원형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적 감각을 입히는 변주를 시도한다. 『희고 둥근 빛』은 달항아리의 역사적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함께 짚으며, 전통과 현대, 재현과 변형이 어떻게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특히 이 책은 KAA1923(Korean Art Archive 1923)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시리즈 특유의 아카이빙 정신을 이어간다. 윤주동은 왕실의 국가산업이었던 백자 제작의 전통을 복원하기 위해 전국의 광산과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축적한 노력을 바탕으로, 원형과 현대성을 모두 포용하는 달항아리를 빚어냈다. 이 책은 그 여정과 결과물을 오롯이 담아낸다. 『희고 둥근 빛』은 단순한 작품집이 아니라, 한 시대의 미의식과 장인의 정신을 품은, 살아 있는 예술 기록이다.한국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자신의 문화를 잃어버렸다. 달항아리를 만들던 분원의 관요는 문을 닫고, 백자 기술은 맥이 끊어졌다. 우리 것인데도 재현이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왕실에서 운영하는 국가 산업이었기에 개인이 재현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재현을 하기위해서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광산과 가마터를 다니고,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강의를 들으며 재현에 조금씩 다가설 수 있었다. 조선 백자와 달항아리를 재현해야 하는 이유는 변형이 되기 전에 원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미국 영어는 영국식 영어보다 발음, 어휘, 문법 면에서 보수적이며 고전적이다. 미국 영어가 작은 변화를 겪는 동안 영국 영어는 더욱더 급격한 변화를 거쳐 현재의 차이에 이르렀다. 영국은 영어가 자신의 언어라는 자신감에 급격한 변화도 과감하게 받아 들인데 비해서 미국은 그렇지 못했다. 옛 영국 영어 방식을 고수 했고 그 결과, 지금은 오히려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영어보다 미국 영어가 약 200여년 전의 영국 영어와 더욱 비슷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게 되었다. 원형을 가져야 시대의 변화에 자유로울 수 있다.이런 이유로 달항아리 작업을 할 때 재현과 변형을 모두를 하고 있다. 재현을 해서 원형을 만들고, 그 기술과 안목으로 이 시대에 맞게 현대적으로 변용을 하고 있다. 전통과 새로운 변주는 서로 대립 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우리 도자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일에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 윤주동 / 저자 서문 중에서 일부 발췌
작가 소개
지은이 : 윤주동
전통 백자 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확장해 온 한국 현대 도예가이다. 흙과 불, 시간의 언어를 빚어낸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한국적 미의 본질을 오늘에 새롭게 불러내려는 시도다. 조선시대 달항아리의 원형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한편, 그 전통성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변형과 재구성을 시도해왔다.『하나 되어 큰 달』(2023, 갤러리그림손), 『고고한 봄』(2019, 갤러리웰), 『줄탁동기』(2017, 갤러리그림손)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세계도자기엑스포, Art Central Hong Kong, Context Art Miami 등 국내외 주요 전시와 아트페어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도자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세계도자비엔날레 입선, 세계도자기엑스포 특선 등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윤주동은 전통과 현대, 재현과 변형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고민하며, 단순한 복제에 머물지 않고 살아있는 미의 계승을 추구한다. 그에게 달항아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는 '희고 둥근 빛'의 현재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