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를 통해 SBS 퇴사와 결혼, 출산, 로스쿨 준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한 김수민 아나운서가 2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첫 번째 에세이에서 퇴사 결심과 진로 고민,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출생률 최저의 시대에 남들보다 이르게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20대 두 아이의 엄마로서 견뎌야 했던 고독의 시간들을 성숙한 언어로 담아낸다.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는 작가가 엄마가 되는 시간을 통과하며 세상의 모든 고독한 것들과 공명하면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시 더듬어 찾아가는 책이다. 특히 작가는 나‧개인‧주체‧자립이라는 말과 결혼‧임신‧출산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적인 행복을 음미하면서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행하지 않은 기분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도 되는지, 주저앉은 기분이 행복이 될 수 있을지 스스로 반문한다.
출판사 리뷰
★★★ “주저앉고 싶은 시간 속에서도 무릎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책.”_안미옥(시인)
★★★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완벽하게 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_후지타 사유리(방송인)
“엄마 된 나, 고독의 문을 열고 들어가
또 다른 무수한 나를 만나기까지”
깊이 외롭고 넘치게 충만한 시간을 지나 돌아온
김수민 아나운서의 두 번째 에세이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를 통해 SBS 퇴사와 결혼, 출산, 로스쿨 준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한 김수민 아나운서가 2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첫 번째 에세이에서 퇴사 결심과 진로 고민,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출생률 최저의 시대에 남들보다 이르게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20대 두 아이의 엄마로서 견뎌야 했던 고독의 시간들을 성숙한 언어로 담아낸다.
바쁘고 화려한 방송국에 몸담았던 작가에게 출산과 육아는 “토네이도처럼 ‘나’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서 주위를 쓸어가버린”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방송국 퇴사를 결심하던 때와는 다른 종류의 깊은 고독함을 안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내 삶은 아름다울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아름다운 것들이 저마다 고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어떤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아름답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으로 삶이 아름답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삶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도 어쩌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_8쪽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는 작가가 엄마가 되는 시간을 통과하며 세상의 모든 고독한 것들과 공명하면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시 더듬어 찾아가는 책이다. 특히 작가는 나‧개인‧주체‧자립이라는 말과 결혼‧임신‧출산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적인 행복을 음미하면서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행하지 않은 기분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도 되는지, 주저앉은 기분이 행복이 될 수 있을지 스스로 반문한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다. (중략) 나는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대충 사랑하면서 내 커리어를 온 마음이 아닌 반 마음만 가지고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었다._160쪽
“본래의 나와 엄마인 나, 두 세계가 행복과 불행을 하나씩 나눠 갖는다”
‘나’를 지워내는 밀물과 썰물 같은 일상 틈에서
이 책 1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들’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현실적으로 부딪힌 한계와 어려움들이 담겨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대체 불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면서도, 또한 한없이 지난하고 때로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작가에게 육아란 고상하고 아름다운 “글쓰기와 정반대편에 선 것” “옷에 잔뜩 토사물을 묻히고, 악력 좋은 작은 손에 머리카락이 뜯기는 일이다.”(13쪽)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대신해주지도 인정해주지 않는 일들 틈에서 고독한 시간이 흐른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존엄이 훼손되지 않는 것” “내 커리어가 단절되지 않는 것” “내 정체성이 확대되고 성장하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은 육아와는 좀처럼 균형을 이룰 수 없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일상이 계속된다.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고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 계속 미션처럼 주어진다. 꾸역꾸역 해낸다. 나는 결국 세상에게 소외될 것이고 이룬 것이 없어 외면당할 것이다. 반세기 동안 이어졌던 엄마들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니 그냥 하하 호호 예쁜 글이나 쓰고 싶다. 엄마에겐 위선이 최선인 것이다.”_17쪽
2부 ‘가족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에서는, 가족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더불어 결혼 제도가 여성에게 명백히 가부장적인 한계를 덧씌운다고 토로한다.
작가의 남편은 결혼 전부터 “당신은 꼭, 결혼하고도, 출산 후에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둘 중 한 사람이 육아를 맡아야 하는 이 시점에 그 말은 작가에게 반발심만 키울 뿐이었다. ‘포기하지 않은 만큼’ 무언가 더 해내야 할 것 같은 부담과 사실상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하지만 작가는 〈며느라기〉 속 민사린과 기자회견장의 민희진을 떠올리며 다시 투지를 불태운다. 세상이 자신에게 부당하다고 느껴질 때, 불의와 부당함에 ‘맞다이’ 떠 할 말을 다 하는 것. 며느리·아내·엄마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민사린과 민희진의 얼굴을 모두 띤 채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그러면서도 제도와 관습 안에서 이어지는 사랑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담뿍 믿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 또한 드러내며, 가족이라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엄마’ 이후에도 ‘여성’, 나아가 ‘어른’으로서 여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과 배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엄마’가 된 이후에도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응당 당연한 일이다. 쉽지 않을 뿐이지. 아이는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내 삶의 새로운 등장인물이지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니까. 육아 과몰입 금지. 원래 살던 대로 내 인생 살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달라졌지만 책 앞의 나는 여전히 나다._129쪽
“나를 계속 좋아하다가는 불행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포기할 수 없는 마음
동시에 작가는 ‘후회할 수 없는 삶’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3부 ‘여전히 무모하게,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에서 그는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그리고 4년 동안 여러 차례 로스쿨 시험에서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법학 공부를 이어가 꿈을 이루려는 이유와 로스쿨에 재도전하는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오로지 내 의지만으로 삶이 굴러가지 않는 순간, 작가는 그럴 때 오히려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힘을 비축한다. 그 힘으로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욕심’, 학업을 이어 나간다. 둘째 임신 5개월 차,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홀린 듯이”(158쪽) 베란다에 나가,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리트 문제집을 다시 주워들었다. 그렇게 “티끌을 모으는 사람처럼”(159쪽) 아이가 잠든 새벽 틈에도, 만삭이 되어 숨이 차도 공부한 그는 결국 원하는 미국 UCLA 로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떠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털어놓으며, 작가는 엄마가 되지 말자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엄마‘만’ 되지는 말자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들은 언제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엄마로서의 나와 인간 김수민으로서의 나,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 끌어안고 살아가며 현실의 조건 속에서도 스스로 삶의 속도와 의미를 되찾아오는 작가의 모습은 임신·출산·육아 같은 삶의 변화를 맞이하거나 앞둔 여성 독자들에게 특히 힘 있게 가닿을 것이다. 추천사를 쓴 방송인 사유리와 안미옥 시인이 입을 모아 말한 것과 같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그 너머의 “무수한 나를 만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타협하지 않고 쟁취한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또래 여성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전한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이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를 피하는 법은 오직 하나, 후회할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것처럼, 후회하려 해도 후회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중략) 나는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고 싶은 것은 최선을 다해 했기에 내 삶을 후회할 수가 없다. 후회 없는 삶은 없다. 그러나 후회할 수 없는 삶은 있다. 나는 후회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중이다. _212쪽
‘본래의 나’와 ‘엄마인 나’. 두 세계가 행복과 불행을 하나씩 나눠 갖는다. (중략) ‘나’라고 믿었던 것이 밀물과 썰물 같은 일상을 통해 계속 희미해진다. 다 지우고 다시 시작하자니 지난 내가 너무 그립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의 나를 아주 좋아했는데, 그러나 계속 좋아할 수 없다. 계속 좋아하다가는 계속 불행할 것이다.
살면서 외로운 인간에게 이만큼 동질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고독한 사람들을 한참 만나고 나서야 나는 육아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고독임을 알았다.
엄마가 된 이가 어른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며 지나온 헌신과 돌봄의 시간이 짙은 향이 되어 몸에 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완전히 혼자인 시간을 건너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들을 지나오고 나면 우리는 언제나 어른이 되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히 혼자가 되어봤다는 뜻이라는 것을 엄마가 된 뒤에 알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수민
199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에 입학해 2018년 S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퇴사 후 2022년에는 첫 아이를, 2024년에는 둘째 아이를 낳았다.살기 싫은 날이 살고 싶은 날보다 많은데도 열심히 사는 편이다. 매일 읽고 쓰고 찢으며 나아간다. 울고플 때마다 웃었더니 정말 매일 웃게 된 것을 보면, 그저 무언가 뜨겁게 부정함으로 긍정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도 같다. 쓴 책으로는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깊이 외롭고 넘치게 충만한 우리
1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들
육아가 글쓰기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전히 나인 것들
완벽히 혼자라는 것
사막에서도 잘만 크는 선인장처럼
힘을 빼야 하는 순간
우리 집
결핍을 대하는 방식
저마다의 향수
살림 노동자가 되다
1인분의 육아?
불행하지 않다는 위로
2부. 가족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
민사린이 아닌 민희진
사랑이 배신하면
배우자라는 타자
남편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다
맞닿은 만큼 커지는 사랑
아기 엄마라는 시절
얼마나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성공은 단면이 아니라 입체
아이들은 걱정이 없다
육아 과몰입 금지
엄마의 비밀
가족을 가족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3부. 여전히 무모하게,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자유 없이 존재하기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다
간절함은 대범함이 되어
‘왜’라는 질문에 ‘나’라고 답했다
아이 낳고도 유학을 가려는 이유
포기하지 않고 이만큼 왔다는 것
인생이여, 만세!
모두의 삶은 같은 무게로 소중하다
엄마가 할 수 있어서 나도 할 수 있었던 거야
후회할 수 없는 삶
에필로그: 나에게 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