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서른아홉,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한 캥거루족 '박자연'이 오랜 시간 인연을 끊고 지냈던 아빠를 혼수상태로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날 이후, 자연은 방 안에 놓인 아빠가 남긴 낡은 자개장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신비한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아빠를 향한 원망과 애증만 남은 자연은 자개장을 통해 반복적으로 과거로 들어가며, 아빠와 가족,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감정과 기억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연은 상처의 뿌리를 찾아가며,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아빠가 의식이 있었다면 아마도 못 했을 말. 코마 상태라도 무의식으로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물론 그딴 걸 믿는 건 아니지만…….“말 좀 해보세요. 대체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든 건지,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를요! 이럴 바엔 왜 낳아서 절 괴롭혀요? 누가 낳아달라고 했어요? 제가 낳아달라고 부탁했냐구요!”정말 내가 그토록 당신에게 형편없는 자식이었는지, 날 자식으로서 사랑하기는 했는지 듣고 싶었다. 거창하게 화해나 이해를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아프더라도 사과하고 아프세요. 떠나더라도 사과하고 떠나시라구요!”하지만 아빠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들여다본 난, 눈을 의심했다.거미줄처럼 깨져 있어야 할 액정에 실금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멀쩡한 화면이 켜지자 난 비명을 지를 뻔했다.오늘은, 어제였다.드디어 내가 미친 것인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고 또 들여다봐도, 휴대폰을 수십 번이나 껐다가 켜봐도 화면 속 날짜는 바뀌지 않았다.공포심에 눈앞이 아찔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주원
오랫동안 '소설가'라는 막연한 동경과 꿈을 품고 살다가 우연찮은 기회로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장편 영화 시나리오, 희곡, 뮤지컬까지 줄줄이 써댔고, 단편 영화 세 편은 직접 연출까지 하며 카메라 뒤에서 땀도 좀 흘리고 상도 몇 개 받았다. 영화의 매력에 풍덩 빠져 영화판에 뼈를 묻으려다 아빠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기어코 첫사랑인 '소설'에게 돌아오고 말았다. 지금은 양평에서 엄마와 세 마리 강아지와 함께 살며, 글을 쓰는 틈틈이 풀을 뽑고 잔디를 깎고 삽질도 하고 고구마를 심는다. 작업복은 언제나 두 벌: 하나는 글 쓸 때, 하나는 밭 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