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계 주요 영화제를 석권하고,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히며, 스탠리 큐브릭, 장뤼크 고다르, 마틴 스코세이지, 데이비드 린치, 우디 앨런, 라스 폰 트리에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감독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주고 현저한 영향을 끼친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자서전이다.
잉마르 베리만은 「제7의 봉인」과 「산딸기」, 「페르소나」와 「화니와 알렉산더」에 이르기까지 이미 고전을 넘어 전설이 된 수많은 작품을 연출한 스웨덴의 영화감독이다. 심오하고 상징적이며 대담할 정도로 실험적인 그의 작품들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관객은 물론, 전 세계 영화계 인사들에게도 경이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20세기의 영화 문법을 혁신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잉마르 베리만의 예술적 원천은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고, 또 그의 삶과 작품 이면엔 과연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출판사 리뷰
스웨덴어판 정본 번역을 통해 우리말로 소개되는 현대 영화계의 경전!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기록한 영혼의 고백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은 과거와 현재, 대과거를 임의대로 넘나들며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회고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모든 작품들이 여기서 비롯되었을까, 아니면 그 모든 것들이 힘을 합쳐 엮어 낸 한 사람의 생애가 이 회고록을 완성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와 관련한 많은 내용들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베리만의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카린’은 그의 예술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영화 「마술사」와 「화니와 알렉산더」에서 거듭 나타나는 ‘환등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는 소소한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에는 그가 평생에 걸쳐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여럿 등장한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 다수의 아내와 다수의 애인, 그의 배우들, 동료들……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지닌 특유의 냉소와 번민, 정직한 욕망 등이 어떻게 그에게 작동되어 왔는지를 짐작하는 과정은 매우 짜릿하다. 책은 말미에 가까워질수록 과거와 현재를 잦게 넘나든다. 그것들이 실재하는 그의 기억인지, 꿈인지 모호한 구간도 있다. 그래서 독서를 마칠 즈음이면 마치 책 한 권이 스스로 태어나서 죽음에 다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베리만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감각들이 부드러워지면서 그리움과 아쉬움에 도달할 때는 눈물이 난다. 그러고 나면 그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다. 한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그는 죽었지만 무한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세기의 위대한 거장, 잉마르 베리만. -이경미(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은 『환등기』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폭로하였다.” -《뉴욕 타임스》
“『환등기』는 베리만의 영화처럼 그의 내밀한 통찰력으로 넘쳐 나는 작품이다.” -《뉴 리퍼블릭》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다. 『환등기』는 한 시대의 예술적 의식을 대변하는 심오한 고백이다.” -《르 몽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잉마르 베리만은 신의 경지에 다다른 예술가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은 늘 나에게 신비로운 경이와 영감을 선사한다.” -프랑수아 트뤼포
“잉마르 베리만은 인간의 무의식과 심연을 제대로 통찰할 줄 알았던 희귀한 영화감독이다.” -데이비드 린치
세계 주요 영화제를 석권하고,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히며, 스탠리 큐브릭, 장뤼크 고다르, 마틴 스코세이지, 데이비드 린치, 우디 앨런, 라스 폰 트리에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감독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주고 현저한 영향을 끼친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자서전, 『환등기』가 마침내 스웨덴어판 정본 번역을 통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잉마르 베리만은 「제7의 봉인」과 「산딸기」, 「페르소나」와 「화니와 알렉산더」에 이르기까지 이미 고전을 넘어 전설이 된 수많은 작품을 연출한 스웨덴의 영화감독이다. 심오하고 상징적이며 대담할 정도로 실험적인 그의 작품들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관객은 물론, 전 세계 영화계 인사들에게도 경이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20세기의 영화 문법을 혁신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잉마르 베리만의 예술적 원천은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고, 또 그의 삶과 작품 이면엔 과연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만년에 이른 잉마르 베리만은 한평생 쥐고 있던 메가폰을 내려놓고 은막에서 물러나,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웨덴의 작은 섬, 포뢰에 정착한다. 비록 영화계를 떠났음에도 그의 창작욕은 여전히 이글거렸고, 이번에는 필름이 아닌 종이 위에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기로 마음먹는다. 베리만은 친한 출판사 인사에게 이제 ‘자서전’을 쓰겠노라 선언하고, (한평생 글재주가 없다고 이야기해 왔음에도) 무려 900쪽을 넘어서는 방대한 분량의 ‘초고’를 완성해 낸다. 그리고 구구절절한 촬영물을 편집하듯 여러 부분을 잘라 내고 이어 붙인 끝에, 비로소 우리가 아는 『환등기』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영화계 거장의 ‘자서전’ 속엔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좋은 작품을 만드는 방법, 엄청난 찬사와 성공에 대한 기억, 훌륭한 영화감독이 갖춰야 할 미덕? 그러나 『환등기』엔 으레 ‘자서전’이라 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열거되어 있을 법한 내용이 거의 없다. 물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자기 자랑이 아주 조금씩, 이곳저곳에 산재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생을 돌아보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변죽일 따름이다.
잉마르베리만재단의 대표, 얀 홀름베리의 「해설」에서 엿볼 수 있듯이, 『환등기』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시간의 흐름마저 무시한 채 과거와 현재를 소란스럽게 오가는, 인생이라는 주제의 한바탕 잔치다. 목사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잉마르 베리만의 어린 삶은, 서슴없이 매질할 만큼 엄한 아버지와 (회피적인 성격을 지닌) 목사의 아내라는 과중한 지위에 짓눌려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그만큼 가엾은 형과 누이, 그를 성숙한 인격으로 이끌어 준 할머니, 짓궂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성년으로 나아간다. 뒤이어 베리만은 성적으로 각성한 계기와 스트린드베리에 대한 열렬한 숭배, 연극판에서 벌어진 온갖 푸닥거리를 들려주다가 돌연 자신의 외도, 결혼의 파탄, 경제적 곤궁, 심지어 (어린 시절에 교환 학생 자격으로 방문했을 뿐이지만) 과장스러울 만큼 고해적인 나치 독일에 매료되었던 사건 등을 거침없이 쏟아 낸다. 또한 극장 대표로서 겪은 고충과 탈세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잠자코 지내야 했던 울분의 나날들 역시 현장감 넘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같은 현실적인 일화들이 불쑥 나타나는 와중에, 베리만의 기억은 영화 제작이라는 과업과 맞물리며 끊임없이 요동친다. 첫 사랑, 첫경험, 전쟁, 사랑의 도피, 아버지와 호숫가에서 미역을 감던 일, 어머니의 쓸쓸한 뒷모습, 바보 삼촌의 천진한 모습과 황망한 죽음, 여름휴가, 빛으로 일렁이던 파도. 그리하여 마침내 베리만은 예술가의 운명을 직감한 최초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바로, 애당초 형이 선물받았지만 꾀를 부려 겨우 얻어 낸 ‘환등기’의 마술 같은 영상을 도화지 같은 벽면에 처음 비춰 보았던 그날의 기억, 기계의 온기, 장롱의 냄새 속으로 말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잉마르 베리만이 이 자서전을 통해 통찰하였듯, 꿈같은 이미지의 축제, 환등기처럼 아름답게 돌고 도는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일화들이 여럿 담겨 있다. 세계적인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과 「가을소나타」를 촬영하던 도중에 따귀를 얻어맞은 일, 할리우드의 화려하지만 공허한 영화계에 질려 버린 일, 「페르소나」의 촬영 장소를 섭외할 적에 (적은 예산 탓에) 애먹은 일, 리브 울만을 만나 사랑에 빠진 일, 카라얀의 놀라운 예술혼과 명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의 몽니,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미모, 지난 시대의 영화와 연극에 관한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평가, 그리고 자신의 오판과 그로 인한 어마어마한 실패들.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이렇듯 범상하지 않은 트리비아가 몹시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사실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진실로 엮어 낸 이 거대한 인물의 일생, 즉 『환등기』를 읽는 일은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깨달음과, 그간 잊고 지내 온 추억의 부활을 선사해 줄 터다. 이 독서가 마법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 마법이겠는가?
나는 흥분한 채 귀스타브 도레의 부식 동판화를 응시하며 이삭과 동질감을 느꼈다. 이것은 진짜였다. 아버지가 잉마르의 목을 벨 작정인데, 천사가 너무 늦게 오면 어찌 될지 생각해 보라. 그러면 그들은 울 것이다. 피가 흐르고 잉마르는 핏기 없이 웃음 짓는다. 현실.
그리고 시네마토그래프가 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잉마르 베리만
1957년 이상한 스웨덴 영화가 발표됐다. 제목은 <제7의 봉인>. 중세의 십자군 기사가 죽음의 사자를 만난다. "당신은 누구요?", "죽음의 사자." 기사는 죽음의 사자와 내기 장기를 둔다. 이기면 24시간 죽음의 시간을 유예한다는 조건으로. 장기에서 이긴 기사는 24시간 동안 세상을 돌아보지만 세상은 별로 살만하지 않다. 영화에 난해한 형이상학적 화두를 끌어들인 이 영화, <제7의 봉인>의 감독은 바로 잉마르 베리만이었다. 베리만은 신, 구원, 죽음 등의 형이상학적 문제를 다룰 수 없는 원시적인 매체라고 영화를 얕보던 지식인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면서 5, 60년대 유럽 예술영화 지형도를 이끄는 스타감독의 명예를 누렸다.191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베리만은 10대부터 연극을 접했고 청년기에는 무대연출, 창작희곡, 오페라와 라디오극을 오가는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46년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후 평생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작업했다. 초기작은 가벼운 희극을 주로 만들었고 <광대들의 밤>(1953), 칸 영화제 시적 유머상이라는 특별상을 받은 <한 여름밤의 미소>(1955>등이 초기 대표작이다. 그러나 베리만이 예술가로서 진정한 명성을 얻은 것은 <제7의 봉인>의 성공때문이었다.<제7의 봉인> 이후에 만든 베리만의 후속작들 <처녀의 샘>, <산딸기> 등 후속작들은 대중매체였던 영화를 영화감독의 개인적인 통찰력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고급적이고 실험적인 매체로 격상시켰다. 베리만을 축으로 영화는 모더니즘 영화의 시대를 열었고 베리만은 그 당시 서구 지성의 대세였던 실존주의와 맞물려 '신은 있는가', '있다면 왜 인간들은 이렇게 서로 고독하고 고통스런 삶을 사는가'라는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어두운 유리를 통해>(1962), <겨울빛>(1963), <침묵>(1963)은 신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3부작'이며, <침묵>의 여주인공이 외국의 호텔방에서 고통스럽게 병으로 죽어가면서 말하는 대사는 유명해졌다. "신은 침묵하고 있다."60년대 초 베리만의 이름은 하늘을 찔렀지만 베리만이 형이상학의 그물에 빠져 정치를 외면한다는 좌파 진영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베리만도 그 사실을 고통스럽게 깨달았다. 2차 대전, 원자폭탄,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복판에서 이 예술가는 사회의 주변부에서 자학하면서 서성거릴 뿐이었다. <침묵>(1966), <늑대의 시간>(1968)과 <치욕>(1968)은 바로 격랑에 휘말린 현실 속에서 자기 내부의 망명정부로 퇴각한 예술가의 고통스런 자기 응시를 담은 또 다른 '3부작'이다. 특히 <페르소나>는 서구 모더니즘 영화의 실험정신을 한데 집약한 듯한 화술로 주목을 받았다.'예술가 3부작' 이후에 베리만에게는 '여성의 감독'이라는 별명이 하나 더 붙었다. <정열>(1969) 이후로 베리만은 <접촉>(1971), <외침과 속삭임>(1973)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의 조건을 탐구했다. 베리만의 후기 영화들은 사랑없는 관계 때문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아주 냉정하게 묘사했다. 특히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가을 소나타>(1979)는 실내극의 형식으로 모성이 여성의 본능이라는 선입견을 섬뜩하게 뭉개버린다.말년의 대표작인 <화니와 알렉산더>(1983)는 베리만의 공식적인 은퇴작으로 각양각색의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베리만은 '신의 침묵, 인간의 타락, 사랑의 파멸'이라는 이제까지의 영화 경향과는 작별을 고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좀 푼수같고 인간적인 결점도 적지 않지만 연극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자기들끼리 주고받으면서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간다. 10살먹은 주인공 소년 알렉산더는 연극인 출신의 이 가문에서 자라면서 현실과 환상을 분간하지 못해 애를 먹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지어내는데 거미줄처럼 끝없는 상상력의 실을 자아내는 것이 바로 행복한 인생의 지름길이다. <화니와 알렉산더>에는 알렉산더가 다른 아이들에게 유령이 나오는 환등기를 틀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베리만은 항상 현실을 이렇게 저렇게 뒤틀어 볼 줄 아는 마술사같은 예술가를 찬미했다.현대사의 격동기에 예술가로 살면서 변방에 유배당한 예술가의 고통을 나직히 고백했던 베리만은 어린 시절의 가슴떨리는 원초적 경험으로 돌아가 상상력만이 구원이라는 만년의 깨달음을 남겼다.1984년 공식적으로 영화계를 은퇴한 후에도 시나리오작업, TV영화작업 등 활발한 활동으로 예술혼을 불살랐으며 2007년 7월 30일 향년 89세로 발틱해 연안 파로섬의 자택에서 타계했다.
목차
서문_J.M.G. 르 클레지오(노벨 문학상 수상자)
환등기
해설_얀 홀름베리(잉마르베리만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