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엄마도 아빠도 나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
우리 가족 휴대 전화 사용 보고서
여러분은 휴대 전화를 어떻게 쓰고 있나요?휴대 전화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 보는 창작 동화이다. 네쌍둥이 도깨비는 큰형을 가리려고 유찬이네 가족들이 각각 가장 좋아하는 물건인 휴대 전화를 가져온다. 휴대 전화 없이 하루를 지내는 유찬이 가족을 통해 휴대 전화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휴대 전화를 쓰면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린다.
스마트폰 보급률 약 68%(머니투데이, 2013년 12월 28일자) 시대, 이제 휴대 전화의 장점과 단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휴대 전화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이 작품은 어른이 아이들에게 휴대 전화를 많이 쓰면 정신이 이렇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하라는 대로 휴대 전화를 조금만 쓰라고 훈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야기에서 요즘 사람들이 휴대 전화를 어떻게 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한시도 휴대 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엄마는 거울 대신 휴대 전화로 얼굴을 보고, 음악을 듣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아빠는 틈나는 대로 휴대 전화로 주식 시장을 살핀다. 할머니는 친구들과 수다를 피운다. 초등학생 유찬이는 수업 시간에도 휴대 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계층마다 다르게 부르는 휴대 전화 호칭도 그대로 썼다.
이 작품에서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은 휴대 전화가 없어진 다음 가족들이 하는 행동이다. 엄마는 회사 일로 만나기로 한 사람과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모든 일이 재미없어졌다. 유찬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까 봐 불안해하고, 할머니는 추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없는 것이 서운하다.
결국 엄마, 아빠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휴대 전화를 다시 산다. 하지만 할머니는 휴대 전화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뒤지지만 다른 가족과 달리 휴대 전화를 새로 마련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찬이에게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도와준다. 유찬이가 휴대 전화가 없을 때 놀던 것처럼 말이다.
유찬이는 휴대 전화를 다시 찾고도 휴대 전화에 매달리지 않는다. 휴대 전화 없이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아이와 부모가 이 작품을 함께 읽고 휴대 전화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람 사이에 갈등이라는 스마트폰 중독 증상 한 가지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시간이 아닌 부모도 함께 반성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엄마, 핸드폰이 없어!”
엄마가 다시 부엌으로 나서며 소리를 질렀다. 엄마의 잠옷 끄트머리에 길쭉이가 매달려 브이(V) 자를 그렸다.
“네 것도 없어?”
할머니가 눈을 세모나게 떴다.
“뭐야, 엄마 것도 없어?”
엄마는 얼굴을 아예 일그러뜨렸다. 할머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바쁘게 큰방으로 들어갔다.
“여보, 당신 핸드폰 어디 있어?”
“몰라. 안 보여. 당신이 갖고 간 거 아니야?”
아빠가 목소리에 끙 힘을 주며 대답했다.
“내가 당신 핸드폰을 왜 갖고 가?”
“어, 그럼 어디로 갔지?”
볼일을 보느라 아빠는 대꾸도 제대로 못 했다. 홀쭉이는 큰방 화장실 문고리에 붙어 방실방실 웃었다.
“유찬이 요 녀석이 장난치는 것 아니야?”
엄마가 퉁탕거리며 유찬이 방으로 들어갔다. 조막이는 잽싸게 유찬이의 가방 손잡이로 몸을 날렸다.
“정유찬, 어른들 핸드폰 네가 갖고 갔어?”
엄마가 뾰족한 바늘처럼 날카롭게 물었다. 유찬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말이야?”
조막이는 얼른 입을 가렸다. 혹시라도 웃음이 터질까 걱정스러웠다. 물론 조막이 웃음소리를 유찬이 가족이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조막이는 조심을 했다.
“핸드폰이 없어졌단 말이야.”
엄마가 어린아이처럼 칭얼댔다. 유찬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침대 아래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어, 내 것도 없는데?”
“진짜?”
엄마가 몸을 납작 엎드려 침대 아래를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유찬이 가족은 휴대 전화가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 3. 야단법석 난리가 났네 중에서
“이제 나는 왕따를 당할 거예요.”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던 유찬이가 선언하듯 말했다. 엄마랑 아빠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놀란 듯 눈이 뎅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요새 애들은 다 핸드폰 가지고 논다고요. 전달 사항도 ‘단체수다방’에서 얘기하고, 학원 숙제도 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오는데, 나는 핸드폰이 없잖아요.”
유찬이는 여전히 부루퉁한 목소리였다.
“그것 봐. 조금 더 기다려 보자니까…….”
무안한 듯 아빠는 새 휴대 전화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엄마는 서늘한 낯빛으로 유찬이를 보았다.
“애들끼리 모이면 핸드폰 게임도 많이 하는데, 나는 핸드폰이 없으니까 이제 그것도 못 할 거고요. 엄마한테 갑자기 연락할 일이 생겨도 나는 할 수가 없어요.”
유찬이는 손가락을 꼽아 가며 조목조목 이유를 붙였다.
“그럼 임대폰 신청해 줄까? 네 것 찾기 전까지 쓸 수 있게 말이야.”
아빠가 제안했다. 네쌍둥이는 유찬이에게 눈을 돌렸다.
“싫어요!”
유찬이는 단박에 거절했다.
- 6. 휴대 전화가 필요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