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24년 부커상을 수상했고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앤서니 도어,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이 호평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24년 가장 좋았던 책’으로 추천한 소설.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여섯 우주비행사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스물네 시간 동안 열여섯 번의 일출과 열여섯 번의 일몰을 마주하는 기이한 감각, 최신 공학 기술의 정점인 우주선에서 더없이 작고 평범한 지구를 낱낱이 보는 일의 의미, 흉포하고 맹렬한 검은 우주에 몸을 맡길 때 찾아오는 완전한 평화와 위로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로 리드미컬하게 펼쳐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유럽 우주국(ESA) 자료와 우주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 서맨사 하비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리 행성의 삶을 생생하고 섬세하게 그려 낸다. 거칠고 시끄러운 이 세상에서 잠시 멀어져, 인간이 지구 그리고 같은 인간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천천히 성찰해 보게 한다. 서로 다른 국적과 생각,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고독한 우주선 안에서 하나가 된 우주비행사들의 새로운 유대를 비춘다. 광막한 우주를 마치 신처럼 지켜보는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들의 끈질긴 사색은 필리핀을 덮치는 거대한 태풍, 불길에 맨살이 훤히 드러난 아마존, 50억 달러를 태우며 달을 향해 떠난 억만장자의 로켓,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길게 놓인 빛의 자취에 닿는다. 찬란하고 푸른 지구에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변화를 꿈꾸게 하는 불꽃을 피운다. 정교한 묘사, 의도적인 쉼표와 공백으로 이뤄진 작가 특유의 글쓰기는 지구 궤도를 도는 내내 끝없이 잇따르는 대륙과 바다처럼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해 이 사유의 여정에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궤도》로 서맨사 하비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부커상을 받은 여성 작가가 되었고, ‘이 시대의 버지니아 울프’이자 ‘하늘의 멜빌’로 불리게 되었다.

어느 날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웃거나 집중하거나 음식을 씹는 그 얼굴에서 자신들이 사랑했던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본다. 그 안에 전부 있다. 이 몇 사람에게로 응축된 인류는 더는 종잡을 수 없이 이질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종(種)이 아니다. 가깝고 붙잡을 수 있는 존재다.
오늘 네 번째 궤도를 돌며 맞이한 새 아침, 사하라 사막의 흙먼지가 수백 마일 띠를 이뤄 바다로 쓸려 간다. 뿌옇게 담녹색으로 반짝이는 바다, 뿌연 주황빛 땅. 빛이 울리는 이곳은 아프리카다. 우주선 안에 있어도 빛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란카나리아섬에 방사형으로 퍼져 있는 가파른 협곡은 성급히 지은 모래성처럼 섬을 쌓아 올리고, 아틀라스산맥이 사막의 끝을 고하면 스페인 남부 해안으로 꼬리를 톡 내민 상어 모양 구름이 나타난다. 지느러미 끝은 알프스산맥 남쪽을 쿡 찌르고, 주둥이는 당장이라도 지중해로 뛰어들 것 같다. 알바니아와 몬테네그로는 산으로 뒤덮인 부드러운 벨벳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맨사 하비
소설 《황야》 《모든 것은 노래다》 《도둑에게》 《서풍》을 썼다.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여성 문학상·가디언 퍼스트 북 어워드와 월터 스콧상 후보에 올랐고 《황야》는 베티 트라스크상을 수상했다. 그 외 저서로는 논픽션 《형태 없는 불안: 잠 못 이루는 한 해》가 있다. 배스스파대학교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가르친다.《궤도》는 2024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호손덴상을 받았으며, 오웰상 정치 소설 부문·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