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치적 감정, 믿음, 정체성에 갇힌 우리 정치 현실을 해부하고 해독하는 책이다. ‘정치적 믿음체계’라는 개념을 통해 적대적 진영 대결과 정치과잉의 구조를 분석하며 보수·진보 진영의 왜곡된 믿음체계와 프레임을 비판한다. 정치는 ‘구원의 서사’가 아니라 ‘공존의 기술’임을 강조하며, 감정의 중독을 걷어내고 이성과 사유, 공존의 감각을 되찾는 길을 모색한다. 정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새로운 이야기와 질문이 시작된다.이제 정치를 제도의 문제, 정치인의 역량과 자질, 이념의 대립으로만 설명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믿음체계라는 심층 구조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우리가 겪는 정치과잉, 양극화, 극단화, 혐오와 선동의 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오늘날의 우리 정치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이전과 다르다. 기존의 경제적 분배나 정치 제도 개혁보다 정체성, 감정, 서사, 도덕의 문제가 더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제 사람들은 ‘나는 진보다’ 혹은 ‘나는 보수다’라고 말하기보다, ‘그 정치인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현실적 정치 감각과 감정의 언어로 정치적 판단을 내린다.
보수가 실패하면 진보는 그에 상응하는 낮은 수준의 정치로 대응하고, 진보의 무능은 다시 보수의 구시대 담론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보수 진영의 철학 부재가 ‘종북좌파 망국론’ 같은 극단적 프레임에 헤게모니를 내준 것처럼, 진보 진영의 도덕 정치는 낡은 반민주세력 청산론에 지속적인 생존 조건을 제공한다. 이처럼 서로의 실패에 기대어 품격과 책임을 낮추는 경쟁 구조에서, 우리 정치는 도덕주의적 투쟁과 무능의 반복이라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재호
정치는 공동체의 진일보를 이끄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믿음으로 철학과 가치를 담은 정치, 기획과 대안이 있는 정치를 꿈꾸는 낙관적 현실주의자다. 현실의 조건을 직시하되, 그 너머를 향한 정치의 가능성을 사유하며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드는 노력에 참여해 왔다.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메시지 전략과 토론 기획을 맡아 일했으며, 정당의 정책실과 대표 비서실에서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를 경험했다.현재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지은 책으로는 《나병식 평전》(풀빛, 2023),옮긴 책으로는 《신앙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리북, 2016)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