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영화의 본질을 평생에 걸쳐 탐구한 순수영화의 거장, 로베르 브레송. 그의 주요 경력 40년을 아우르는 핵심 대담을 정리한 인터뷰집이다. 이 책은 브레송이 직접 들려준 말 가운데 가장 진중하고 본질적인 발언을 솎아 엮은 인터뷰집으로, 그의 미학과 철학적 사유를 가장 밀도 있게 따라가 볼 수 있는 자료다.대담 선별은 그의 아내 밀렌 브레송이 맡았으며, 주요 작품과 개념을 중심으로 시간순 정렬되어 있어, 브레송의 창작 방식과 이론적 기반, 그리고 한 예술가의 철학적 진화를 조망하기에 탁월하다. 개인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착상부터 완성까지 창작의 전 과정을 꿈;없고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브레송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정체성이 생생히 드러난다.
출판사 리뷰
카메라로 구하는 삶과 예술
영화작가 로베르 브레송의 40년 주요 대담 번역 출간
영화의 본질을 평생에 걸쳐 탐구한 순수영화의 거장, 로베르 브레송(1901~1999). 그의 주요 경력 40년(1943~1983)을 아우르는 핵심 대담을 정리한 인터뷰집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됩니다. 이 책은 브레송이 직접 들려준 말 가운데 가장 진중하고 본질적인 발언을 솎아 엮은 인터뷰집으로, 그의 미학과 철학적 사유를 가장 밀도 있게 따라가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대담 선별은 그의 아내 밀렌 브레송이 맡았으며, 주요 작품과 개념을 중심으로 시간순 정렬되어 있어, 브레송의 창작 방식과 이론적 기반, 그리고 한 예술가의 철학적 진화를 조망하기에 탁월합니다. 개인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착상부터 완성까지 창작의 전 과정을 꿈;없고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브레송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정체성이 생생히 드러납니다.
책의 많은 지면은 리듬과 구조 설계, 이미지와 음향의 관계, 초월적 주제의 표현 방식에 할애되어 있어, 창작자뿐 아니라 영화 애호가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할 것입니다.
“영화 촬영은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이자 새로운 방식의 감각이다”“필름은 현실의 그림자가 아닌 현실 자체여야 한다”
“삶의 면면이 예술로 전환될 수 있다”
“창작은 하나의 규율이다”
“사운드트랙은 침묵을 발명했다”
“배우는 인물로 변하는 대신에 인간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
“감정적 과잉은 진실을 왜곡한다”
“영화는 관객이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것을 닮아야 한다”
“영화는 하나의 대화이며, 그 대화의 주체는 관객이다”
“영화는 관객을 스스로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준다”
“영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것을 보이게 하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보다 인간적 결함을 드러내는 예술 구하기
전통적 서사, 감정적 연기, 음악적 과잉을 배제한 순수영화(pure cinema)의 대가. 순수영화란 이해하거나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카메라로 구현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개념인 듯싶습니다. 한 매체가 다른 매체와는 구분된다는 감각을, 자신 아닌 타인에게까지 (시청각적으로) 인지시켜주기까지 그가 벌인 헌신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순수, 절제, 배제 같은 것들이 결코 적은 노력이나 덜한 행위와 동치는 아님을 감지하게 됩니다.
브레송에 따르면 영화는 연극, 문학, 회화와 같지 않을 뿐 아니라, 같은 체하지 않아야 합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시청각 언어로써 우리 보는 이의 감각을 일깨우고 사유를 자극하는 것이 영화여야 하죠. 자신의 열세 편 작품에서 관습적인 연기와 감정적 과잉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가치를 실천했, 이는 그의 독창적인 미학으로 구축되었습니다. 배우로 하여금 감정을 ‘연기’하는 대신 인간의 하나로 ‘존재’해줄 것을 청했던 브레송. 브레송이 절제한 만큼 우리들 관객은 바빠집니다.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붓게 되지요.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잘 짜인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구경꾼이 아니라, 보는 사람, 관여하는 사람의 지위를 획득합니다. 사실 이것은 틀린 말이에요. 원래 있던 지위를 다른 영화들처럼 앗아가지 않는다는 데 브레송의 독특한 배려가 있습니다.
사운드트랙이 분위기를 창조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침묵을 발명했다”고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는 관객이 눈을 감을 때 보이는 것을 닮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의 내면에서 그의 영화는 비로소 완결되며, 그의 영화와 말은 우리 관객 자신에게도 참으로 자유로운 여정이 되고 맙니다.
배우가 인물로 변하는 대신에 인간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면독자 역시 수용자로 변하는 대신에 인간 자체로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브레송이 전문배우를 안 썼다고 하니, 제 친구 하나는 그러더라고요. “돈 없어서 그런 거 아냐?” 그런데 브레송은 데뷔 초보다 말년에 들어서 더욱 과감히 전문배우와 결별할 수 있었고, 그렇게 했어요. 그가 자신의 법을 만들고 지킬 수 있던 것,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절대적인 통제권을 유지하며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손상하는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수 있던 것은, 사실상 그의 투쟁이라고 봐도 좋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누구 한 사람의 독창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독선이라기보다는, 그 같은 독창이 복수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기적이 아닐까요? 브레송의 독창은 장뤽 고다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같은 동료와 앙드레 바쟁 같은 이웃에게 영감을 넘어 힘으로 흡수되었으니까요. 브레송의 창작철학을 종합하는 이 대담집은 영화학도, 연구자, 예술가, 그리고 누구보다 이를 읽는 우리 자신에게 기운을 줄 것입니다. 관객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브레송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기에, 독자를 위해 내뱉은 말이 아니라 브레송 자신을 위해 뱉어낸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