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신엄중학교 전교생 161명, 시인 되다
부끄럽지만 당당한, 어설프지만 진솔한
신엄중학교 어린 시인들의 꾸밈없는 얼굴이 담긴, 전교생 시집
제주도에 위치한 전교생 161명의 작은 학교 신엄중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로 써 책으로 펴냈다. 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수열, 이경미 선생님이 엮은 ≪공부하기 싫은 날≫이란 제목의 이 시집에는 양지윤(신엄중학교 3학년) 학생의 '그런 사람이고 싶다'와 고은지(신엄중학교 1학년) 학생의 '공부하기 싫은 날'을 비롯한 161명 전교생의 161편이 실려 있다. ‘공부하기 싫은 날’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중학생들의 생각과 감성 그리고 재치가 드러나 있는 이 시집은 내 이야기, 친구 이야기, 우리 동네 이야기, 학교 이야기, 못다 한 이야기 등 총 5부로 구성되었다. 특히 여기에 실린 시들은 2013년 한 해 동안 수업 시간 혹은 수행평가를 통해서 ‘머리가 쥐가 나도록’ 쓴 시들로, 전교생 모두가 참여하여 만든 시집이라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2014년 2월 5일에는 졸업식에 즈음하여 전교생이 전부 참여한 시집 출판기념회를 가졌는데, 학생들은 “선생님, 그럼 이제 우리도 시인이 된 거예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시가 국어책에도 나와요?
자신의 시가 출판된다는 사실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책을 엮은 김수열, 이경미 선생님이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전교생 시집 발간 계획을 밝혔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대략 이랬다.
“우리 시가 국어책에도 나와요?”
“우리도 시인이 되는 거예요?”
시 한 편 썼다고 시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국어책에 실린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두 교사는 계획대로 실행에 옮겼다. “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해 외워야 하는 것” “틀리면 짜증 나는 것”을 시로 이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시를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자신의 눈높이에서 느끼고 감상한 바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시를 감상하고 외우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시인’이 되어 시를 쓰고 친구들의 시를 감상하며 시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시를 통해 속마음을 꺼내놓는 아이들
시 쓰기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조금은 무모해 보였던 이 계획은 아이들을 시인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했지만 시를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놓는 방법을 알게 해 주었다. 최소한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이 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 즉 “시험 문제에서 틀리면 짜증 나는” 것이라는 강박에서는 벗어나게 해 주었다. 시가 조금씩 소통의 방법으로,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책을 엮은 두 교사는 “좋은 시와 좋지 않은 시의 구분이 없고, 내가 쓴 시와 친구가 쓴 시가 있을 뿐 시집에는 키가 큰 시가 있는 반면 키가 작은 시가 있고, 잘 생긴 시가 있는 반면 못생긴 시가 있고, 뚱뚱한 시가 있는 반면 홀쭉한 시가 있을 뿐”이리고 말한다. 그래서 조금 서툴고 어설프더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치장하지 않은 아이들의 시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의 고민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두 교사의 말처럼 학교, 친구, 공부, 가족을 주제로 쓴 아이들의 시를 통해 지금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가족에게 말 못할 고민, 친구들에게도 말 하지 못한 마음 속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드러낸 161편의 시를 만나는 것은 시는 넘쳐나지만 읽을 만한 시가 없다고들 말하는 시대에 행운 같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공부하기 싫은 날
- 고은지(중1)
공부하기 싫은 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이 든다
공부하기 싫은 날
공책에 낙서하다
잠이 든다
공부하기 싫은 날
엄마, 아빠 몰래 답지 베끼다
잠이 든다
눈 감았다
눈 떠보니
공부 없는 나라다
모래 위 낡은 그네에
진딧물처럼 매달린 개구쟁이 아이들
나도 개구쟁이 진딧물이었다
친구들과 뛰노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숨이 점점 막혀온다
“꺄아악!”
꿈이었다
난 얼른 책을 폈다
햇살 아래 놓인 세상
- 홍지윤(중3)
햇살이 비친 곳은 언제나
희망차고 따뜻한 세상
햇살이 언제나 비치고 있는 세상은
서로서로 따뜻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
하지만 햇살이 비치지 않는 곳은
언제나 슬프고 용기를 잃은 세상
햇살 아래 놓인 세상은 언제나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고 희망에 찬 좋은 세상
그런 햇살 아래 놓인 세상은
언제나 밝고 씩씩한 세상
목차
·책 머리에 | 백 예순 한 송이 꽃들을 위하여
1부
내 이야기 언젠가 끝날 이 길 위에서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양지윤
나는 알바생이다 ·고민지
길 ·차주연
이놈의 세탁기 ·강아름
우리 남매 ·김주은
한 자리 서술어 ·이세림
인생 ·고정우
이상형 ·송경아
내 얼굴 ·이주현
파랑새 ·채병훈
시간 ·김요한
내 얼굴 ·장지원
나의 꿈 ·박수연
되고 싶다 ·고은솔
버려지는 것 ·현동은
내 이름은 정장원 ·정장원
내 생의 마지막 날 ·고봉진
용 ·박민우
요리사 ·홍지선
꿈 ·송윤주
태양처럼 ·이현석
우리 집 ·고민성
어머니의 밥상 ·이은정
내 조카 ·서소연
추억 ·문영지
쌍둥이 여동생 ·장혜완
잔소리 ·강민주
2부
친구 이야기 그대는 나의 사계절
바보 ·현상옥
친구 ·원세은
친구와 나의 사이 ·허인재
친구의 고민 ·원선옥
친구 ·이선우
오빠 ·김유라
친구란? ·박창민
내 친구 유미 ·이다은
내꺼 이다은 ·정승희
강아지 나슬이 ·송수연
두 민성 ·강민성
첫눈에 ·김민희
친구 ·송다현
진하고 연한 설렘 ·원선영
그대 ·김동건
그녀 ·진호준
첫사랑 ·강지혜
친구 ·송희진
너랑 나 ·하지연
친구들 ·이신혁
내 친구 ·계지현
그대라는 사계절 ·조유진
김도현 ·이동진
내 친구 정수 ·김유홍
그년 ·안유빈
무서운 그녀 ·송미연
3부
우리 동네 이야기 눈이 쌓여 꼭 팥빙수 같은
우물의 비밀 ·하승연
소나무 ·김은수
가을 ·계시현
눈 오는 밤 ·최규원
눈 내리면 ·문예원
하늘의 꽃 ·정승연
눈 ·지혜영
태양 ·김재용
꽃을 품고 있었겠지 ·신진혁
갈매기 ·구근호
눈 ·강연수
함박눈 ·강혜민
비 ·고애경
늦가을 ·강유빈
식물 ·고호건
봄의 시골 외딴길 ·김정남
개 같이 살고 싶다 ·박도현
파도 ·정종호
가을 지나 ·김현지
공기에게 ·송가연
가을날 ·양은진
새 ·장혜린
바람에게 ·조유미
구름열차 ·한은정
바다 ·이동휘
하루 ·이민수
자연 ·김우진
바람 ·김인환
해바라기 ·박세용
개· 강혜지
소나무 ·유은주
하늘· 이해솔
땅과 하늘 ·황하늘
가을아 ·김자원
춥다 겨울은 ·박예슬
하늘 ·배은지
덥다 ·송은진
4부
학교 이야기 풀어 봐도 틀리고 찍어 봐도 틀리고
공부하기 싫은 날 ·고은지
시험 ·고은수
점심시간 ·이승은
D-39 ·문정원
수능 ·문수연
빠꾸 ·고다혜
숙제 ·오민경
가만히 잘 들어보면 ·신다인
산 ·박민설
교복 ·김가희
시험 ·채수연
러닝머신 ·성정민
시 쓰는 날 ·이민주
우리 반 ·박민주
힐끔 ·서유지
숙제 ·이윤성
어제 ·서정수
과학시간 ·고주호
시험 ·김성윤
부탁 ·김원협
선생님 ·문종효
시험 ·양승준
운동할 때는 ·양주안
시험 성적 ·양한석
겨울방학 ·이혜원
흔한반도의 중학생. Jpg ·한주원
공집합도 집합이다 ·김익환
시는 신변잡기적이다 ·박정우
시간표 ·하대훈
뭐 쓰지? ·이치호
학교에서 ·김신영
시험 ·문영주
독백 ·김지혁
학교 가는 길 ·천기범
학교는 왜 다니는가? ·박도요
점심시간 ·김민지
졸업 ·양다빈
추억 ·김태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박영웅
종소리 ·김용국
중학교 ·김현숙
5부
못다 한 이야기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
이제 그만이라며 ·김들
한숨 ·이유진
한글 사랑 ·박승훈
머리카락 ·강지혜
방 ·고현호
햇살 아래 놓인 세상 ·홍지윤
만화 ·강민성
의자 ·강현우
내복 ·고민철
감자칩 ·전형민
소리 ·고동현
검도 훈련 ·서용준
놀이 ·안광일
맛 ·한은서
부메랑 ·천재민
떡볶이 ·고명지
고기반찬 ·문예빈
새벽 ·김연수
연필 ·김태훈
변비 ·최진우
계란 후라이 ·안서형
샤프심 ·양동훈
필통 ·김동수
자 ·김영민
침대 ·박경륜
조미료 ·고정수
오리털 점퍼 ·양은비
양말 ·진연정
빕스 ·김도현
게임 ·하정호
·엮은이의 말│부끄럽지만 당당한, 어설프지만 진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