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역사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인간의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독서를 제한해 왔다. 그 한복판에 조선 후기 독서가 있다. 조선 후기에 유입된 서학 서적은 지식인뿐만 아니라 민중도 읽은 책이었다. 그러나 지배층 사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서가 금지되었다. 이 책은 조선 후기 금지된 책을 읽었던 독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금서의 영역에 도전했던 독자들을 통해 독서가 가진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책은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것이고, 그 생각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또한 독자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것을 상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독서는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서적 검열로 인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춘추전국 시대 나타난 다양한 사상의 출현을 유폐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중세 교회의 서적 검열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묵독을 하게 했고 이는 종교개혁에 영향을 주었으며(Cavallo & Chartier, 1999/2011:455), 민중이 읽었던 금서는 프랑스 혁명에 영향(Darnton, 1995/2003)을 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서적 검열에 대한 연구는 독서의 역사이면서 인간 역사 연구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의 근원은 책이었다. 책만 사라지면 백성들은 가르치고 훈계하면 돌아올 것으로 보았다. 권력가들에게 백성들은 언제나 교화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순조 1년 정순왕후의 사학 금지령은 강력한 검열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검열의 방향은 온전히 독자를 향했다.
이 시기 독자들은 사학 죄인이었다. 죄인들의 진술은 매질과 주리를 트는 신체적 형벌을 가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러한 몸의 고통은 내면에 인지된 세계를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력한 검열 상황에서 진술하는 내용은 그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매질과 주리를 트는 고통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금서의 경계를 넘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살고자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자의 울림일 뿐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윤숙
가톨릭대학교에서 독서학 석사, 독서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소년 독서 교육과 글쓰기 강의를 비롯하여 성인 독서 토론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만한 독서』(공저, 2024)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 “조선 후기 천주교서적 독자 형성 배경”(2016), “조선 후기 여성 독자 연구”(2021), “조선 후기 천주교서적 검열 연구”(2024)가 있다. 우리나라 독서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