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낮은산 키큰나무 시리즈 12권.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와 그 외아들 김양기가 나눈 가장 강렬했던 마지막 일 년을 작가 설흔 특유의 섬세하고 웅숭깊은 상상력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작가는 화려한 명성을 뒤로한 채 황혼에 접어든 아버지를 지켜보는 아들의 심리를 밀도 있게 서술함으로써 청소년 독자들이 김홍도라는 익숙한 인물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설흔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김홍도 일생의 마지막 시간에 주목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밝은 시대’의 김홍도가 아니라 ‘황혼의 시대’의 김홍도를 불러낸다. 편애에 가까운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보내던 정조가 사망한 뒤의 김홍도, 궁핍과 병마 한가운데서 기력이 다한 김홍도, 그리고 늦은 나이에 얻은 외아들과 생의 마지막 시간을 나누는 김홍도를 그려 낸다.
이야기는 김홍도가 세상을 떠난 지 이십 년, 그의 하나뿐인 아들 김양기가 정조의 사위로부터 부름을 받아 솟을대문 집에 발을 들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김홍도의 그림 수집을 즐기며 유일한 아들로부터 생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여느 양반들의 부름과 다름없으려니 생각했던 김양기는 모든 이가 궁금해하는 아버지가 아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묻는 솟을대문 집 주인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는데….
출판사 리뷰
당신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메아리칠 강렬한 이야기
김홍도와 그 아들이 보낸 마지막 일 년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와 그 외아들 김양기가 나눈 가장 강렬했던 마지막 일 년을 작가 설흔 특유의 섬세하고 웅숭깊은 상상력으로 그려 낸 작품입니다. 김홍도 최후의 작품인 「추성부도」에 드러난 쓸쓸함의 배경과 하나뿐인 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에 흥미를 느껴 집필하게 된 이 책은 한 시대를 뒤흔든 천재 예술가의 인간적인 모습과 더불어 ‘거장’을 대하는 조선 후기의 시대 분위기,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황혼에 접어든 아버지를 지켜보는 아들의 심리를 밀도 있게 서술합니다.
이야기는 김홍도가 세상을 떠난 지 이십 년, 그의 하나뿐인 아들 김양기가 정조의 사위로부터 부름을 받아 솟을대문 집에 발을 들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김홍도의 그림 수집을 즐기며 유일한 아들로부터 생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여느 양반들의 부름과 다름없으려니 생각했던 김양기는 모든 이가 궁금해하는 아버지가 아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묻는 솟을대문 집 주인의 말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유난히 차갑고도 뜨거웠던, 삶의 기원이라 할 열세 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책은 가장 유명한 국내 예술가 중 한 명이지만 정작 그 생애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김홍도를 아들의 입으로 들려주는 유일한 이야기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천재 화가 김홍도’를 넘어 ‘인간 김홍도’의 내면을 뜨겁게 만날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은 자신과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의 작가 설흔,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김홍도의 마지막 시간을 되살려내다!
역사 속 실제 인물에 탁월한 상상력을 더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난 작가 설흔이 이번에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에게 눈을 돌렸다. 『내 아버지 김홍도』에서 설흔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김홍도 일생의 마지막 시간에 주목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밝은 시대’의 김홍도가 아니라 ‘황혼의 시대’의 김홍도를 불러낸다. 편애에 가까운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보내던 정조가 사망한 뒤의 김홍도, 궁핍과 병마 한가운데서 기력이 다한 김홍도, 그리고 늦은 나이에 얻은 외아들과 생의 마지막 시간을 나누는 김홍도를 그려 낸다.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도화서에 들어가 영.정조 두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가 하면 화원으로서 드물게 현감에 제수되는 영예까지 누렸던 김홍도이지만 든든한 후원자 정조가 사망하자 그의 삶도 내리막에 접어든다. 나이 육십에 이르러 젊디젊은 화원들과 달마다 과제를 놓고 경쟁하는 처지가 되고 아들을 공부시킬 학비가 없을 정도로 쪼들리는 신세가 된다. 아들 김양기가 기억하는 김홍도의 모습은 이즈음의 모습으로, 그에게 아버지의 영화는 한낱 옛날이야기요 전설일 뿐이다. 그러한 아버지를 아들의 눈으로 지켜보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작가는 화려한 명성을 뒤로한 채 황혼에 접어든 아버지를 지켜보는 아들의 심리를 밀도 있게 서술함으로써 청소년 독자들이 김홍도라는 익숙한 인물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추성부도」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그림이 펼쳐 보이는 인물들의 마음과 인간적 면모
작가 설흔은 남자와 소년, 그리고 학 두 마리의 시선이 각기 다른 곳을 향해 있는 「추성부도」를 보면서 그림을 가득 채운 쓸쓸함의 연유를 파헤쳐 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고 한다. 김홍도 최후의 그림 「추성부도」에서 작가는 당대를 뒤흔든 천재 화가 대신 생의 뒤안길에 선 인간 김홍도,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아프게 지켜보면서 차갑고 광폭하기 그지없는 가을 한복판에서 삶의 방향을 찾아 가는 아들 김양기의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아들을 끈끈하게 이어 주는 ‘그림들’일 것이다. 그림들은 아들이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중요한 장치로도, 김홍도의 인간적 면모와 품성을 드러내는 단서로도 작용하는데, 오로지 글로 묘사되었기에 더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김홍도의 그림들을 문장으로 읽어 나가면서, 신들린 듯 붓을 휘두르는 천재 화가를, 악기 연주와 글 솜씨마저 뛰어났던 다재다능한 예술가를, 죽음을 앞두고도 품위를 잃지 않았던 진정한 선비를, 나약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려 애쓰던 어린 아들의 아버지를 눈앞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특히 작가가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먹으로 드러난 그림보다도 붓이 닿지 않은 ‘여백’이다. 그림의 여백에 담긴 아버지와 아들의 각기 다른 마음을 묘사하는 대목들은 잔잔하면서도 눈부시다. “김홍도는 왜 현감에서 쫓겨났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단초가 되는 「매사냥」 그림 또한 흥미롭다. 이 그림은 작가만의 문학적 상상력이 덧입혀지면서 작품 전반에 긴장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김홍도가 파직당한 진짜 이유’와 맞물리면서 가슴 뭉클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어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나, 아들이 주인공인 작품
『내 아버지 김홍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아들의 눈으로 그려 낸 인간 김홍도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 설흔은 이 글의 주인공은 김홍도가 아니라 그의 아들 김양기라고 말한다. 김홍도에 대한 서술로 가득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아니라 무명에 가까운 그의 아들 김양기”라는 얘기는 곧 이 소설을 제대로 읽는 길이 문장으로 드러난 김홍도가 아닌 행간에 숨은 김양기를 헤아리는 일에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을 동경하면서도 자신에게 화원의 길을 열어 주지 않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아버지의 고결한 인품을 흠모하면서도 서당 학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무능력해 보인다. 아버지의 그림을 똑같이 모사할 정도로 뛰어난 기교를 지녔으나 고작해야 아버지의 뒤를 잇는 ‘화원’이 되길 꿈꾸던 김양기는, 아버지와 보낸 마지막 시간 동안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참뜻을 헤아리게 된다. 그리고 왜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를, 아니 가르쳐 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큰 가르침을 주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한 축이 아버지 김홍도의 이야기라면, 또 하나의 주요한 축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극복함으로써 비로소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게 된 아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어린 아들의 천진하고도 속 깊은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내 아버지 김홍도』는 한 소년이 아버지의 삶을 헤아리고 진정한 예술에 눈뜸으로써 생의 비밀에 근접해 가는 과정을 유려하게 그려 낸다. 작가는 아버지를 선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아직 자라지 못한 모든 소년들에게 “어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으로 인생을 성찰하고, 우리가 삶에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이 책은 청소년 독자뿐 아니라 누군가의 자식이며 부모인 모든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내가 왜 선왕을 이리 그리워하는 줄 아느냐?”
“잘은 모르겠습니다.”
“나를 화원으로 대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참 쓸쓸한 말입니다. 이 말의 뜻은 곧 지금의 임금님은 아버지를 화원으로만 대한다는 뜻입니다. 주막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화원이 되고 싶으냐?”던 그 말 말입니다. 이제 아버지에게 물을 것도 없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그 뜻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의 마음 한 자락을 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원 되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일뿐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으니 아버지도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계절은 가을입니다. 아버지는 시인 박윤묵 등과 함께 필운대에서 단풍 구경을 합니다. 한창 단풍 구경에 빠져 있는데 궁궐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주상께서 부르십니다.”
나는 깜짝 놀랍니다. 다른 이도 아닌 정조 임금님이 아버지를 부른 겁니다.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납니다. 왠지 무서워진 나는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릅니다. 박윤묵이 괜찮다고 말하며 쉬지 않고 내 어깨를 토닥여 줍니다. 그 마음은 알겠으나 내 어깨는 몹시 아픕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도 박윤묵은 듣지를 않습니다. 어깨의 감각이 사라졌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묻습니다.
“궁궐에서 도대체 뭘 하셨소?”
“뭘 하고 있었냐고 물으시기에 단풍 구경을 하며 시를 짓던 중이라 아뢰었소.”
“그랬더니?”
“그렇다면 다시 가서 즐겁게 놀라고 하시더군.”
“그게 전부요?”
“그게 전부요.”
“너는 좋은 화가가 될 재능을 여럿 타고났다. 그림 보는 눈도 갖췄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예민한 감각도 갖췄다. 단 하나 부족한 게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네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른다. 내 그림에는 내가 들어 있다. 그런데 네 그림에는 네가 없다. 그러니 네가 그리는 그림은 죽은 그림이다. 네가 내 그림을 똑같이 그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게다. 너는 아무 죄책감 없이 내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었던 게다. 내 말, 알아듣겠느냐?”
“네.”
“그림은 붓으로 그리는 게 아니다. 네 마음을 쪼개 그 조각으로 그리는 것이다. 너만이 듣고 볼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그것이 쉽겠느냐? 그래서 사람이 일평생 그릴 수 있는 그림에는 한도가 있는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내 그림을 얼마든 흉내 내 팔아도 좋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는 너는 화가는 아니다. 내 말, 알겠느냐?”
작가 소개
저자 : 설흔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공저), 《소년, 아란타로 가다》, 《우정 지속의 법칙》, 《소년의 고고학》 등을 썼다.
목차
이야기의 시작 - 솟을대문 집의 주인
겨울, 그 시끄럽고 요란했던 겨울
봄, 그 따뜻하고 눈물 많았던 봄
여름, 그 어지럽고 외로웠던 여름
가을, 그 차갑고도 뜨뜻했던 가을
이야기의 끝 - 지기(知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