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파편처럼 흩어진 전기의 역사를 하나로 꿰는 시간여행
호박과 자석부터 맥스웰, 테슬라, 그리고 양자까지—
전기의 요정들, 인류 문명에 불을 밝히다
호박과 자석에서 반도체와 양자역학까지,
전기로 이루어진 현대 문명의 퍼즐을 맞추다
“프랑스의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는 파리 전력공사의 요청으로 ‘한 편의 그림’을 그렸다. 길이 60m에 높이가 10m인 이 작품은, 1937년 세계박람회장에서 전시된 <전기의 요정(La Fée Electricite)́>이다.”미술 전공자들보다 전자기학 전공자들에게 있어서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그림, 라울 뒤피의 〈전기의 요정〉을 저자가 직접 보면서 느낀 감동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단순한 전자기과학사의 나열을 넘어 현대 인류 문명을 만든 전자기학의 심층 구조를 탐사하는 여정이다. 『전기의 요정』은 전기라는 개념이 어떻게 태어나고, 인간의 삶과 과학 기술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인물, ‘전기의 요정’들을 중심으로 되짚는다. 탈레스의 호박부터 시작하여,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 테슬라와 에디슨의 전류 전쟁, 그리고 양자역학의 서막까지—전기와 자기, 전자기력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기술 진화의 모든 갈래를 하나의 큰 줄기로 통합시킨다.
『전기의 요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무엇보다 전자기역학이라는 거대한 숲을 보여주는 시선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배운 앙페르, 패러데이, 맥스웰 등의 인물들이 각기 다른 시대에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과학자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과학의 연속성과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동시에 전달한다. 무엇보다, 전자기학이 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어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조망하게 해주는 점에서,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그 ‘맥락’을 되찾게 해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전공자가 아니라도 전기와 전자기학의 큰 숲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 복잡한 수식이나 전문용어보다는, 이야기와 연결, 사람들의 선택과 실패, 그리고 시대의 전환점에 집중하며 독자를 과학사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각기 떨어져 있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질 때의 희열처럼, 『전기의 요정』은 과학에 대한 인식의 ‘재결합’을 꾀하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전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전기 문명의 뿌리를 되짚다
보이지 않는 힘의 역사를, 다시 사람의 이야기로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기. 스위치를 누르면 켜지는 불빛, 인터넷 신호를 주고받는 회로, 손에 쥔 스마트폰에 흐르는 전류… 이 모든 전기의 기원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전기의 요정』은 그 물음에 사람의 이야기로 답한다. 호박을 문지르던 탈레스의 손끝에서부터, 전류 전쟁을 일으킨 테슬라와 에디슨을 거쳐, 양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현대 물리학까지—전기라는 개념의 씨앗이 어떻게 싹트고, 열매 맺으며, 오늘날의 전자기 문명을 이룩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사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전기를 단순히 물리 현상이나 공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호박이 주변에 있는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긴다’는, 대개가 그냥 보고 넘길 법한 사소한 관찰에서부터, ‘왜 자석은 두 극을 갖는가’라는 실험적 궁금증,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라는 유명한 물음까지, 인간이 품었던 모든 질문을 따라가며 전기학의 퍼즐을 완성해간다. 더불어 이 질문들을 가능케 한 과학자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속한 시대와 사회, 지식의 연쇄를 조망한다.
기술은 축적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인간의 탐구는 단절되지 않는다. 『전기의 요정』은 전기와 전자기학을 인류 협업의 축적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름을 남긴 위인들뿐 아니라, 그들의 뿌리가 되었던 무명의 학자들—‘전기의 요정’들이 어떻게 토양을 만들었는지를 되새기며, 우리가 익히 아는 과학사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책은 과학을 전공한 독자에게는 흩어진 조각들을 연결하는 쾌감을, 비전공자에게는 거대한 서사의 드라마를 선사할 것이다.
빛나는 이론 뒤엔 이름 없는 요정들이 있었다
문명의 밑거름이 된 숨은 조력자들을 복원하다흔히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어떤 학문을 떠올리면 그 학문을 지탱하는 거인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전자기학에서는 맥스웰이나 테슬라 같은 위대한 인물들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라올 뒤피는 그림에서 이런 위대한 인물들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전자기학이라는 거대한 숲을 이룩하는 데에는 거인들만이 아니라 총합 108명에 이르는 ‘전기의 요정’들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기의 요정』은 과학 교과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그러나 위대한 이론과 발명의 배경이 되었던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전기의 요정』은 전기를, 빛을 연구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빛을 받지 않았던 사람들을 우리 눈앞으로 다시 호출한다. 전자기학이라는 숲을 가꾸기 위해 씨를 뿌리고, 땅을 고르고, 가지를 정리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인물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자석의 쌍극성을 처음 실험으로 증명한 페레그리누스, 광학의 원리를 정립하고자 했던 이븐 알하이삼 등의 존재는 안타깝게도 비전공자들의 인식 밖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토양을 만든 자들’에 주목한다. 과학은 단절 없이 축적되는 인류의 협업이다. 단순히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만 조명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묻힌 이들의 발견과 고군분투도 함께 조망함으로써, ‘과학사’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로써 독자는 냉정한 이미지로 비치기 쉬운 과학기술이라는 주제 속에서 인간적인 감정과 선택의 드라마를 발견하게 된다.
전자기학은 단지 전기와 자기의 결합이 아니라, 사람과 시대, 철학과 도전,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거대한 흐름이었다. 『전기의 요정』은 그 서사에서 지워졌던 조연들을 다시 무대 위로 올리는 일종의 ‘복권 작업’이자, 독자에게 과학을 인간의 이야기로 되돌려 주는 책이다. 과학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이며, 『전기의 요정』은 그것을 빛나는 서사로 회복시킨다.
탈레스는 왜 호박을 문질렀을까?
정전기 한 줄기, 시대를 바꾸다기원전 600년경,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동물 가죽으로 호박을 문지르며 이상한 현상을 관찰했다. 가볍고 작은 물체들이 호박에 달라붙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정전기의 발견’이라 부른다. 하지만 『전기의 요정』은 이 사소한 장면을 인류 최초의 과학적 질문으로 복원해낸다. ‘왜?’라는 물음에서, 근대 전자기학이라는 대서사시는 시작된다.
이 책은 고대 철학자들의 우주관과 신화적 해석, 그리고 그것을 넘어 실험으로 나아가려던 최초의 시도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자석을 영혼이 깃든 돌이라 여겼던 시대에서, 자석의 두 극을 실험으로 구분한 페레그리누스의 발견까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전자기학은 결코 일순간에 정립되지 않았다. 수천 년간 이어진 미신, 철학, 종교, 실험, 그리고 사회적 욕망이 교차하는 접점에서 ‘전기’라는 개념은 서서히 다듬어졌다.
우리가 손에 쥔 스마트 기기의 정전기 방지 필름 하나에도, 탈레스 이후 수천 년에 걸친 질문의 궤적이 새겨져 있다. 『전기의 요정』은 호기심이 어떻게 지식이 되었고, 다시 문명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거대한 실험실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것이다. ‘과학이란 결국, 질문하는 행위’라는 메시지는 독자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린다.
실패로 나아간 과학, 그 곡선의 역사
과학의 진보는 직선이 아니라 반복과 회귀의 궤적이었다『전기의 요정』은 과학을 전진하는 직선의 역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혼란과 논쟁, 시행착오가 되풀이되며 곡선을 그리는 과정으로 그려낸다. 이 책은 과학혁명이 단번에 이뤄진 변화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다시 다지는 일련의 충돌과 재조정이었음을 보여준다. 뉴턴의 만유인력도, 맥스웰의 방정식도, 절대적 진리라기보다 ‘이전 질문들에 대한 한 해답’이었을 뿐이며, 곧바로 새로운 질문을 유발했다.
그 과정은 언제나 비선형적이었다. 전근대 과학계에서 2,000년 동안 지배적 위치를 점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은 단 한 번의 실험이 아니라 수많은 논쟁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붕괴했다. 전기의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대에 여러 사람이 비슷한 발견을 하고도 이름을 남기지 못하거나, 오히려 논쟁에서 패해 잊히기도 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치밀하게 복원하면서, 과학이 오류와 논쟁, 사회적 조건과 인간의 선택이 얽힌 복잡한 역사임을 일깨운다.
오늘, 왜 전기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가
양자컴퓨터, AI, 전기차… 미래를 여는 열쇠는 과거에 있다우리는 매일 전기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것이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잘 모른다. 전기는 공기처럼 익숙하지만, 동시에 가장 낯선 존재다. 『전기의 요정』은 지금 이 시대에 전기의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 전기는 단지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지성과 철학, 기술과 감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압축한 문명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 교양서’가 아니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기반이 흔들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가 다시 ‘기초’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양자역학,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모두 전기의 이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그 기초는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 인간의 통찰, 실험과 철학의 종합 위에 서 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의 사유로 돌아가야 한다. 『전기의 요정』은 그 출발점에서 ‘다시 묻는 과학’을 시작하게 해준다.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이들뿐 아니라, 세상의 원리를 궁금해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할 만한 이유다.

라울 뒤피의 그림 <전기의 요정>에서 시작된 이 책은 전자기학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론이나 동시대적 발견 그리고 용어에 기여한 선대 요정들이 등장하는데, 책을 집필하면서 특히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전기전자공학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앙페르와 패러데이 그리고 맥스웰은 결실을 거둬낸 사람이었다. 전류 전쟁으로 유명한 에디슨과 테슬라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들을 위해 토양을 다진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 프롤로그
고대에는 호박의 전기와 마찬가지로 신비롭고 주술적인 성격을 띠는 광물이 있었다. 그것은 자석(magnet)이다. 신비한 돌에 대한 기록은 호박과 마찬가지로 탈레스에서부터 시작된다. 탈레스는 자철석(lodestone)이 철을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시간이 지나 자석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을 때쯤에는 자석이 주변 물체들에 미치는 영향을 자기(magnetism)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의 원천인 자기는 매우 중요한 현상이며, 앞으로 이어질 발견과 결과물들의 핵심 원리가 된다.
- 01∙ 호박과 자석을 연구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