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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의 완벽한 휴가
뜨인돌 | 청소년 |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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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VivaVivo 시리즈 22권. A. J. 베츠의 두 번째 소설이다. 인생은 길고, 따라서 수능을 잘 보거나 혹은 망해도 인생은 계속되며, 행복한 삶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삶의 태도와 직결된다는, 명확하지만 교조적이지 않은 주제의식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와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흡입력 있게 전개된다. 게다가 주인공 올리버를 통해 드러나는 청소년기의 과잉된 자의식은 웃음이 푹 나올 만큼 재미있다.

대입시험을 앞두고 올리버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원하는 대학에 가고 꿈의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평균 80%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혼 후 머핀 사업을 시작한 엄마는 이제 막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 올리버를 챙겨 줄 여력이 없고, 어린 두 동생의 뒤치다꺼리는 여전히 올리버의 몫이다.

올리버는 밀가루 안개에 뒤덮인 집과 과외 한번 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때마다 폭발하기 직전이다. 시험까지 딱 일주일. 그동안 공부만 할 수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그런 그에게 해변가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에서 지낼 수 있는 꿈만 같은 길이 열렸다. 레저센터에서 관리인으로 살아가는 아빠에게 가 있게 된 것이다.

호젓한 곳에서 공부만 하면 된다는 기대감에 아빠와 어색한 합숙을 시작하지만 그곳은 낯설기만 하다. 사람들은 잘나가는 삶을 동경하지도 않고, 멋들어진 자신의 인생계획을 대견해하지도 않는다. 올리버는 당연시했던 생각과 행동들이 하나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유별난 고3’ 취급까지 받는 것에 화가 나는데….

  출판사 리뷰

빵빵한 월급, 좋은 차, 폼 나는 직업!
이 모든 게 남은 일주일에 달려 있다

벼락치기 일주일에 돌입한 올리버에게 찾아든, 아주 낯선 평화


올리버는 고3. 대입시험 한 번으로 미래가 결정 난다고 믿고 있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자신이 느끼는 압박감에 모두가 주목해 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올리버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고3인 것을 인지하고 수능을 잘 치르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목적의식 없이 수능을 준비하는 것 또한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이 책에 담긴 주제의식은 분명하다. 인생은 길고, 따라서 수능을 잘 보거나 혹은 망해도 인생은 계속되며, 행복한 삶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삶의 태도와 직결된다는 점. 명확하지만 교조적이지 않은 주제의식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와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흡입력 있게 쭉쭉 뻗어 나간다. 게다가 주인공 올리버를 통해 드러나는 청소년기의 과잉된 자의식은 웃음이 푹 나올 만큼 재미있다. 번역서의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세련된 번역 또한 읽는 풍미를 한껏 더한다.

‘어떻게’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 나이.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세상에는 잘나가는 사람과 뒤처지는 사람 두 부류만이 존재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올리버도 그렇다. 고3이라고 다 같은 고3이 아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겨야 하는 자신과, 과외 선생님을 셋이나 둔 잭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이미 다른 세계 사람이다. 이혼하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엄마와 똑똑하고 유능한 친구의 부모가 그렇듯이…. 머핀 한 개당 50센트를 벌겠다고 눈 한가득 졸음을 채운 채 새벽부터 종종대는 엄마,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레저센터에서 관리자로 살아가는 아버지. 올리버는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갈망한다. ‘폼 나는 어딘가’에 소속돼 ‘그럴듯한 무언가’를 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야 할 곳은 지질학과. 몇 점을 넘어야 할지 윤곽도 나왔다. 이제 그 걸음에 걸리적대는 모든 것은 스트레스 유발물일 뿐이다. 동생도, 엄마도, 친구들도. 이 세상의 중심은 자기이며 자기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과잉된 자의식. 그래서 예민하고 공격적인 그 또래들의 심정이 공감백배로 다가온다.

진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2012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 수는 1만 1천여 개에 이른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직업이 있지만 진지한 진로 탐색보다는 원서를 쓰기 직전에야 진로를 고민하거나 성적에 맞춰 결정하거나 전망이 있을 거라는 풍문에 의지해 진로를 결정하는 경향이 짙다. 왜 공부하는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사정은 호주라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올리버는 대입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진로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지질학과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거기서 뭘 공부하는지, 적성에 맞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좋은 숙소, 폼 나는 차, 넉넉한 월급을 제공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선 지질학과에 가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 자체야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미지에 홀려 진로를 결정하는 사이, 자기가 뭘 좋아했는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올리버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자문하게 할 것이다. 내가 꿈이라고 믿고 달려가는 그것은 충분한 고민과 조사가 동반된 것인가? 관심사와 적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선택한 그 학과나 직업은 진정 나에게 행복한 삶을 선사해 줄까? 우리의 미래와 인생은 정말 시험 한 번으로 결정 나는 것일까? 올리버가 새로운 가치관을 만나고 반발하고 서서히 설득되어 가는 과정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세계문학 《비바비보》시리즈의 스물두 번째 책

비바비보는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어이며,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이기도 하다. 탄탄한 이야기에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촉수를 대고 늘 깨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2007년 첫 권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수전이 머리를 창문에 기댄다. “지금 한창 바쁜 때라는 거 알잖아.”
“그럼 내 시험은요?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1년 내내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재수 없는 머핀 때문에 이제 말짱 꽝이 될 판인 나는요?”
“올리버, 그 재수 없는 머핀 덕분에 이만큼 먹고살고 있는 거잖아.”
올리버는 관자놀이가 빠르게 뛰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보다 머핀이 더 중요한 거네요. 그래서 나는 공부해야 할 시간에 애를 보고요. 빌어먹을, 피곤해 죽겠다고요! 엄마는 아침에 머핀 굽고, 배달하고, 다시 굽고, 배달하고, 그러다 오후에 잠깐 눈이라도 붙이지. 난 언제 자냐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해도 모자랄 판에 피곤해 미치겠다고! 여기다 난 과외도 안 받아!”
“우리 형편 몰라서 그래?” 일말의 죄책감도, 망설임도 없이 반문한다. “엄만 싱글맘이야, 올리버.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니?”
“세상에 싱글맘이 엄마 혼자예요? 아버지였으면 이러지 않았을 거예요.”

지난 7년 동안 올리버는 생활인으로서의 아버지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어쩌다 한 번씩 퍼스로 자식들을 만나러 온 아버지가 이토록 먼 곳에 있는, 간이 부엌과 손때 낀 토스터기밖에 없는 오두막집으로 돌아가는 줄은 정말 몰랐다. 연민인지 슬픔인지 올리버는 먹먹해졌다.

“여긴 도시의 허세나 포장이 없어. 그냥 살아가는 게 다야. 노인들은 나를 보면 늘 반가워해. 커피가 맛있다고 좋아하고, 어딜 가면 간다고 좋아해. 퍼스에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이를 먹으면 행복해지는 거예요?”
“행복해진다기보다 그렇게 될지 말지 선택하게 되는 거겠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끙끙거리고 푸념할 수도 있어. 실제로 그런 사람도 많고. 그런데 여기 사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지랄염병, 뭔 대수야, 이렇게 살아 있음 됐지.’ 해 버려. 그러곤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사람인 양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지.”
짐은 술잔을 휘휘 돌리며 방금 자신이 한 말을 곰곰이 반추했다. “올, 인생은 한 번뿐이야.”
“알아요. 그래서 망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짐이 훅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일은 없어, 우리 모두. 나라면 돈을 쫓진 않을 거야.”

  작가 소개

저자 : A. J. 베츠
호주 퀸즐랜드 북단에서 어린 시절을 용과 왕, 머나먼 이국땅이 나오는 이야기책에 빠져서 보냈다. 로알드 달, 수 타운젠드, 더글러스 애덤스 등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동네 도서관은 최고의 보물창고였다. 재미난 시와 이야기 짓기에 재능을 발견한 것도 이 시절이다. 열두 살 때 처음으로 쓴 「학교에서 보낸 또 하루」라는 시가 어린이 잡지 창간호에 실리기도 했다. 교육학을 전공한 뒤 브리즈번에서 몇 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다, 배낭 하나와 카메라 하나를 챙겨 들고 돌연 기나긴 세계 유람을 떠났다. 호주로 돌아와서도, 여행은 계속되었다. 자동차로 호주 전국을 일주한 뒤 퍼스에 자리를 잡고 첫 번째 소설 『ShutterSpeed』를 냈다. 『고3의 완벽한 휴가』는 베츠의 두 번째 소설이다. 소설 외에도 여행 칼럼과 스포츠 기사를 비롯해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오늘도 퍼스의 바닷가에서 살며 사진을 찍고, 고래를 구경하고, 머핀을 굽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물론 여전히 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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