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난 네가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도울게.
대신 너는 내 일탈을 도와줘.”지구인으로 살기 대회에 참가한 외계인 쇼쇼.
원하는 건 오로지 우승 상품!
기숙 학원 입소 전날 가출해 버린 지구인 앤.
방학만큼은 자유롭게 놀고 싶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이 책의 특징
외계인과 지구인의 운명 같은 우정 이야기!장편 소설 《오늘부터 지구인》이 마음이 자라는 나무 46번으로 출간되며 신예 작가 이혜빈의 등장을 알린다. 《오늘부터 지구인》은 각자의 이유로 삶에 지친 외계인 쇼쇼와 지구인 앤이 우연히 만나 서로 속마음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으면서 우정을 쌓고 성장하는 과정을 펼쳐 보인다.
우주 명문 학교롤 졸업한 뒤 모든 걸 걸고 만든 전시관이 폭발 사고에 휘말리자, 쇼쇼는 지구인으로 살아 보기 대회에 참가한다. 지구에 큰 관심은 없지만 우승 상품 ‘지구의 특별한 물건들’을 받아서 다시 전시관을 열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로지 대회 우승을 위해 도착한 지구에서 쇼쇼는 가출한 괴짜 소녀 앤을 만난다. 앤의 원래 이름은 금지수이지만, 《빨간 머리 앤》의 앤처럼 상상력이 풍부해 모두들 지수 대신 앤이라고 부른다. 앤은 멋진 여름 방학을 보내고 싶어서 기숙 학원 입소 전날 가출을 했다.
쇼쇼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앤은 쇼쇼에게 손을 잡자고 제안하고, 지구인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던 쇼쇼는 얼결에 앤과 함께하게 되는데…….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대회의 미션과 쇼쇼를 방해하는 의문의 외계인까지! 두 생명체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서로 알아보고 안아 주는 우리, 자아를 찾아가는 너와 나아름다운 외모, 우주 명문 학교 졸업, 우주에서 인기 있는 전시관……. 쇼쇼는 겉보기에는 완벽했지만, 사실 삶에 지쳐 있었다. 쇼쇼의 종족은 모두 영혼과 연결된 꽃을 가지고 있는데, 쇼쇼의 꽃은 시들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리고 아무도 쇼쇼의 꽃이 시들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쇼쇼는 사회적 성공에 집착했을 뿐, 여유를 즐기지도 타인과 마음을 나누지도 못했다.
한편 상상력이 풍부하고 당찬 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지만, 현재의 기쁨보다 미래의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자유롭게 놀지도, 쉬지도 못했다. 앤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었다.
다른 듯 비슷한 상처를 가진 쇼쇼와 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힘이 되어 준다.
“아무에게도 내 꽃이 시들어 가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어. 근데 앤이 알아봐 주니까 영혼이…… 편해졌어. 이상하게 안 외롭더라.”
(……)
“쇼쇼, 나한테 정체를 들켜 줘서, 나랑 친구해 줘서, 또…… 이상하고 신기한 여름 방학을 만들어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89~90쪽)
내 삶의 주인은 오직 나뿐쇼쇼는 마침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남들보다 자신의 영혼이 기뻐하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앤은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삶의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 주고, 결국 쇼쇼의 도움을 받아 엄마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쇼쇼는 외계로 돌아가고 앤은 지구에 남아 서로 멀어지게 된 뒤에도, 둘은 서로의 행복을 빌어 주면서 힘차게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비교도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라는 말인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거든. 나도 잘 못하고 있지만 계속 연습 중이야.” (67쪽)
쇼쇼와 앤이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주인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레 쇼쇼와 앤의 삶과 자신의 삶을 겹쳐 보게 된다. 《오늘부터 지구인》은 청소년들이 앤과 쇼쇼처럼 누구보다 특별한 친구를 만나고, 남들의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하는 작품이다.

쇼쇼는 아침마다 꽃잎에 색을 칠하고 구부러진 줄기를 핀으로 고정했다.
‘아무한테도 우울한 걸 들키고 싶지 않아.’
동료들은 쇼쇼의 낯설 만큼 아름다운 얼굴과 환한 미소를 보면서 깜빡 속곤 했다.
“쇼쇼 님, 오늘도 외모가 눈부시네요.”
“너무 완벽한 거 아니에요?”
쇼쇼의 눈에는 보랏빛 초승달이 떠 있었다. 밤하늘 어딘가를 담은 듯 깊고 고요한 눈동자, 늘 흐트러짐 없이 정돈된 은빛 머리카락, 광채를 내뿜는 말간 피부. 거기에 즐겨 입는 반짝이 옷은 쇼쇼를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하지만 쇼쇼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꽃이 점점 못나게 시들어 간다는 걸.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더 반짝이는 옷을 입고, 더 완벽한 모습으로 자신을 감췄다. 그럴수록 마음은 연료가 줄줄 새어 나가는 기차 같았지만.
“아, 개맛있어.”
쇼쇼의 슈트는 그 말을 ‘개가 맛있다’고 번역했다.
“개가 맛있다고? 이건 개 아니고 햄버거잖아.”
그러자 앤이 푸핫! 웃었다.
“엄청 맛있다는 소리야. 은어지.”
“그렇구나. 이 슈트는 은어를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는 거 같아.”
“슈트가 은어를 잘 모른다고?”
“응.”
그러자 앤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재잘거렸다.
“이 햄버거 존맛이야. 지금은 내 인생에 다시없을 레전드 방학인데, 쇼쇼는 킹왕짱이고, 난 정말 럭키비키야! 우리 방학 알잘딱깔센하게 보내자!” (이 햄버거 진짜 맛있어. 지금은 내 인생에 다시없을 최고의 방학인데, 쇼쇼는 대단하고, 난 정말 행운아지. 우리 방학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