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그 사람이 돌아왔다, 나쁜 기억을 모두 잊은 채.”
어두운 밤, 깊은 숲, 놀이와 폭력 사이 어딘가……
동경과 매혹에 관한 선득하고 아릿한 이야기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분위기를 가진, 비싼 밥을 사 주고 이따금 ‘나’에게 친절을 베풀던 불친절한 ‘그 사람’.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 서울로 전학을 간 뒤 유학을 떠나, 영영 다시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 그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삶을 대하는 십 대의 마음을 깊이 존중하며 『서울 아이』 『나로 만든 집』 『편의점 가는 기분』 등의 작품에서 청소년 주인공의 성장을 남다르게 그려온 작가 박영란은, 이번 신작 『나는 너를 아는데』에서 더욱 치밀해진 서사로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웃, 친구, 선후배 그 어떤 말로도 관계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부모님도 가장 친한 친구도 모르는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일까? 왜 돌아왔을까? 내가 그 사람과 보냈던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선택적으로 지워진 기억을 붙들고 끝없는 의심과 모호함을 헤치며 나아가는 이야기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서스펜스 넘치게 펼쳐지며 끝까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누구나 자라며 예기치 않게 경험하는 나쁜 것들 앞에서 나와 그 사람이 선택하는 서로 다른 두 갈래 길은 동경과 매혹, 놀이와 폭력 그리고 기억과 책임의 경계를 선득하게 질문하며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우리, 예전엔 친했어요.”
그 사람이 돌아왔다, 5년 전 그 모든 일을 잊은 채로주인공 ‘나’는 네 살 많았던 ‘그 사람’이 5년 전 자기 친구들에게 저지른 학교 폭력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 사람은 사건 이후 서울로 전학을 갔다. 그곳에서 졸업한 뒤에는 유학하러 갔다더니 ‘나’가 고3이 된 해 여름 다시 돌아왔다. 그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작가 박영란은 『서울 아이』 『나로 만든 집』 『편의점 가는 기분』 등 삶을 대하는 십 대의 진지한 태도를 깊이 존중하며 청소년 주인공의 성장을 담담하게 그려왔다. 이번 『나는 너를 아는데』에서는 모호하고 치명적인 기억을 흔들림 없이 대면하고 마침내 그 일에 ‘더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는 ‘나’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며 동경과 매혹, 기억과 책임의 본질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웃, 친구, 선후배 그 어떤 말로도 관계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부모님도 가장 친한 친구도 모르는 일이 있었다. 독자는 주인공이 끝없는 의심과 모호함을 헤치고 조우한 어떤 화해의 순간에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과 손잡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자라며 예기치 않게 경험하는 나쁜 것들 앞에서 두 아이가 택했던 두 갈래 길 앞에 서게 만드는,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게 많은 모양이지?”
어두운 밤, 깊은 숲, 놀이와 폭력 사이 어딘가……
동경과 매혹에 관한 선득하고 아릿한 이야기 청소년기의 미묘한 관계와 그 안에서 형성되는 권력의 문법을 남다른 통찰력으로 묘사해 온 박영란 작가에게 이 작품 속 공간은 누군가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게 하는 장소이자 한 사람의 폭력과 친절, 매혹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긴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장소이다.
그 사람은 이 지역에 태어나 자란, 동네에서 가장 좋은 집에 사는,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두운 산길을 홀로 다니길 주저하지 않았다. 독자는 누구나 쉽게 마음을 내어줄 만한 그 사람을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급 전원주택 단지와 겹쳐 보게 된다.
“나쁜 일 몇 번 안 해 본 사람도 있나?”
너무 천진하고 태연해서 어이가 없었다.
“정말 나쁜 일은 안 하고 사는 사람이 더 많죠.”
“나쁜 일은 안 하고들 산다고?”
“그럼요.”
“어떤 걸 정말로 나쁜 일이라고 하지? 이를테면?” _본문 중에서
매끄러운 외관에 마음을 빼앗겨 들여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텅 빈 집들, 이른 저녁부터 금세 깊어지는 숲으로 둘러싸여 외출을 꺼리게 되는 동네를 독자는 기억을 잃은 그 사람의 내면 풍경과 겹쳐 보게 된다. 주인공 ‘나’는 그런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파헤쳐 보려 한다. 어쩌면 그 사람 자신조차 미처 알지 못하는 그 마음을. ‘나’는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이 그저 심상하고 나쁜 버릇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했는지 확인해야만 한다고 느낀다.
쉽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대상의 속성과 청소년기 미묘한 관계의 문법을 섬세하게 포착한 문장들은 씨실과 날실이 되어 끝내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직조해 낸다.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위험하고 나쁜 것들과
우리가 자라는 동안 상실하고 재구성하는 기억들,
모호함 속에서도 스스로를 대면하고야 마는 용기에 대하여독자는 기억을 잃었다는 그 사람의 말을 계속해서 의심하게 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결말까지 서스펜스 넘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모두 이 의심에서 나온다.
그 사람은 정말 기억을 잃은 게 맞을까? ‘나’에게 묘한 호의를 보였던 그 사람과 자기 친구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그 사람은 정말 같은 사람이 맞을까? 누구라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사람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바라는 걸까?
“당신이 알았으면 해서요.”
“내가 한 짓을?”
“네.”
“난 이미 알아. 기억에 없어서 실감이 없을 뿐.”
“편리하겠어요.” _본문 중에서
작품 속에는 어두운 숲속과 신도시 학원가, 전원주택 단지와 공장으로 변한 오래된 동네가 한 사람의 기억을 되짚는 미로처럼 얽혀 있다.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그 속을 헤매며 폭력이 남긴 흔적을 함께 쫓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더없이 어려워진 세계에서, 그럼에도 스스로를 대면하려는 이들에게 ‘기억의 윤리’를 건네는 작품이다.

나를 본다 해도 그 사람은 나인 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5년 사이 나는 30센티미터가량 키가 자랐고, 그만큼 몸집도 커졌다. 나는 그 사람이 알던 예전의 나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슨 사이냐?”
“동네 형.”
“우리 동네에도 저런 형 있으면 좋겠다.”
“너 든든하겠다.”
“어떻게 저런 형이랑 말을 텄냐?”
“동네에서 학원 버스 타는 게 저 형하고 나 둘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