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과학자의 탐구심과 삶, 사회에의 기여, 대중을 사로잡는 과학 쇼 등 과학은 늘 사람들 속에서 함께 숨쉬었다. AI를 비롯한 혁신 기술에 놀라는 동안 인간과 우리의 삶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과학 전문 번역가로 이름난 전대호의 첫 에세이로, 역사 속에서 과학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과학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흥미로운 사건들과 인물들을 불러와 과학에 대해 누구나 함께 이야기해볼 만한 주제들을 펼쳐놓는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과학을 읽으면 다른 세계가 보인다. 과학에 대한 기대와 미래의 불확실함 사이에서 과학의 진실한 모습을 만나보자.
출판사 리뷰
과학의 시대에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챗지티피(chatGPT)의 등장으로 AI는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고 양자물리학은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와 양자컴퓨터 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해 혁신 기술을 좇기에 바쁘다. 그러는 동안 우리가 지키고 싶은 인간다움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은 냉철하기만 한 분야일까? 과학기술은 전문가들만의 것일까?
해나무 신간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과학 전문 번역가로 이름난 전대호의 첫 에세이로, 역사 속에서 과학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과학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다.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이후 철학을 깊이 공부한 뒤 번역에 뛰어들어 30여 년간 과학책을 우리말로 올바르게 옮겨온 저자는 과학의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눈을 지녔다. 이 책에서 그는 흥미로운 사건들과 인물들을 불러와 과학에 대해 누구나 함께 이야기해볼 만한 주제들을 펼쳐놓는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과학을 읽으면 다른 세계가 보인다. 과학에 대한 기대와 미래의 불확실함 사이에서 과학의 진실한 모습을 만나보자.
인간 없이는 과학도 없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과학과학을 숨 쉬고 생동하게 하는 것은
논리의 예리함, 측정의 정밀함, 기술의 막강함이 아니라
과학을 품은 삶 자체의 가늠할 길 없는 풍요로움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과학은 냉철한 이성의 산물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학의 모습 전부는 아니다. 과학과 관계한 사람들을 폭넓게 들여다보면 다양한 과학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1202년 피보나치가 쓴 『계산 책Liber abbaci』은 아라비아숫자와 그 계산법을 보급했고, 장사꾼들이 이 새로운 숫자 체계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면서 유럽 과학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최초의 여성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라듐 정제 공정에 관한 특허를 포기하고 비법을 공유했다. 오늘날 특허는 연구에 대한 정당한 대가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포기한 마리 퀴리가 대단한 위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한편 이미 물리학자로 성공한 에르빈 슈뢰딩거는 57세에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는데, “물리학자로서 이미 확보한 권위 따위에 아랑곳없이 웃음거리가 될 용기를 발휘했다는 점에 있다”며 저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그의 위대함을 짚어낸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삶을 대하듯 따뜻한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저자의 사유를 따라 과학이 사람, 사회, 철학과 만나는 지점을 거닐어보자. 열정적이고 놀랍고, 때로는 두렵고 합리적이지 않은 다채로운 과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과학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 바꾸자는 부드러운 제안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그 질서를 찾아내 과학으로 확립한 것은 비단 천재적 위인들만의 공은 아니다. 과학은 검증받고 널리 전파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관여할 수밖에 없으며, 과학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1783년 파리에서 인류 최초의 열기구를 구경하기 위해 수십만 군중이 모였다. 프랑스혁명 이전의 집회 중 최대 규모였다. 이 사례에서 저자는 과학 쇼와 대중의 관계를 떠올린다. 연구기관은 성과를 화려한 영상으로 홍보하고 대중은 이에 감탄한다. 여기에 언론과 정치인들이 호응하면 현실적으로 중요한 연구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중은 단지 구경꾼이 아니다. 또한 이 책은 저자가 1000명이 넘는 논문이 늘어가는 빅사이언스 시대에 한 편의 논문이 나오려면 과학자 공동체의 민주주의적인 토론이 중요할 수밖에 없음을 포착하고, 노벨상 선정에 대해 대중적 관심 분야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순수 과학의 업적을 중시하고자 하는 노벨상위원회의 고민과 노력을 읽어낸다.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과학자와 일반인은 업이 다를 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대중의 영향을 받고, 토론과 논의를 거쳐 결과물을 내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점은 과학 역시 다르지 않다. 과학은 우리 일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과학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 책은 누구나 일상의 대화 속에 과학을 초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줄 것이다.
과학과 인간의 관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한 최소한의 사유대화하고, 정보를 얻고, 기록을 저장하는 활동들이 많은 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디지털 시대에 그만큼 사람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줄었고, 손으로 접촉하며 사용했던 사물들도 그 기능을 온라인으로 이전하며 많이 사라졌다. 더구나 몇 년 사이 챗지피티가 상용화되며 삶의 모습을 급격히 바꿔놓고 있다. 첨단 기술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은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저자는 이 책의 여러 꼭지 글에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정리하고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을 지적한다. 실물은 사라지고 정보만 남는 현실에서 세상을 감각하는 신체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질료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 챗지티피와 휴머노이드 등 인간을 닮은 기계와 밀접하게 협업할 미래에 기계가 인간을 닮을 위험보다 인간을 기계처럼 비인격체로 대할 위험이 훨씬 크다는 점 등을 경고한다. 저자는 AI가 지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의보다 AI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쏟는 시간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고민할 시간을 내야 할 때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사고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 시절에 계산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당연히 장사꾼이었다. 실제로 피보나치의 『계산 책』은 장사꾼 독자를 겨냥한 작품임을 거기에 등장하는 연습문제들에서 알 수 있다. 주로 매매, 환전, 금액 계산에 관한 문제들이 다뤄진다. 피보나치는 청소년기에 당시 이슬람 세계의 일부였던 북아프리카에서 살면서 인도 아라비아숫자 시스템을 접했는데, 그 역사적 경험을 가능케 한 그의 아버지가 무역과 세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었다는 사실도 짚어둘 만하다. 당시에 피사는 제노바, 베네치아와 함께 이탈리아의 무역을 주도하면서 북아프리카의 여러 곳에 진출했는데, 피보나치의 아버지는 그런 피사의 공무원으로서 현재의 리비아에 파견되어 현지 피사 시민들의 상업 활동을 지원하면서 아들을 그곳으로 불렀던 것이다.
오늘날 특허 포기는 모범적인 덕목이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자원과 노력이 투입된 연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특허는 과학의 발전을 위한 촉매로서 정당할뿐더러 어떤 의미에서 필수적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앎은 반드시 공유되어야 한다. 플라톤은 앎을 ‘정당화된 참인 믿음’으로 정의하는데, 이 정의에 포함된 ‘참임’이라는 조건이 실재 세계와 관련이 있다면, ‘정당화됨’이라는 조건은 앎의 공유와 직결된다. 정당화된 앎이란 타인들도 수긍하고 공유한 앎이다. 오직 혼자만 간직한 앎은 ‘참인 믿음’ 혹은 ‘유효한 믿음’일지언정 엄밀한 의미의 ‘앎’은 아니다. 이 같은 앎의 정의는 오늘날의 과학계에서도 통용된다. 과학자는 새로운 앎을 획득했다고 자부할 때 논문을 써서 동료들의 심사를 받고 출판함으로써 앎의 정당화와 공유의 절차를 밟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전대호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전문 번역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과학책을 번역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100종 넘게 번역했다. 물리학도 출신으로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 『성찰』 , 『가끔 중세를 꿈꾼다』,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 『지천명의 시간』을 냈다. 철학 저서로는 『철학은 뿔이다』, 『정신현상학 강독(1·2)』이 있다.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의 책 『물은 인가?』를 번역했으며, 『더 브레인』, 『위대한 설계』, 『수학의 언어』, 『인터스텔라의 과학』, 『관조하는 삶』, 『리추얼의 종말』, 『허구의 철학』, 『나는 뇌가 아니다』 등 다수의 과학교양서와 철학책을 번역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과학은 차가운가
피보나치, 중세의 빌 게이츠 ― 과학과 기술, 그리고 상업
기적의 해는 없다 ― 역동적인 삶이 있을 뿐
과학자라는 한 ‘인간’ ― 과학자와 철학자의 초상 사진
젊음을 향한 성숙 ― 피카소의 젊음과 과학의 진정한 성숙
앎의 공유 ― 퀴리 부인의 특허 포기
앎의 기여도 ― 제임스웹 사진들과 칸트
2장 과학은 모험
어둠에서 빛의 시대로 ― 파리의 가로등
과학은 빛일까? ― 뉴턴과 17세기 풍의 과학 이미지
잃어버린, 모험의 짜릿함 ― 데이비와 리터의 자가 실험
“과학은 장례식이 열릴 때마다 한 걸음씩 진보한다.” ― 파스퇴르의 애국심과 플랑크의 둘째 업적
원자는 실재하는가 ― 볼츠만의 죽음
중년 학자의 도약 ― 슈뢰딩거와 크릭의 울타리 넘기
지식과 감각의 교집합 ― 헤겔과 훔볼트
3장 과학의 사회생활
과학 쇼와 대중의 동맹 ― 최초의 기구 비행과 민간 우주여행
쏠림이 만드는 성공과 실패 ―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마음가짐
논문 저자 1000명의 시대 ― 중력파와 민주주의
의학의 목표 ― 사회의학의 창시자 루돌프 피르호
이론의 정체와 응용의 질주 ― 2025년 노벨물리학상과 양자컴퓨터
4장 얻는 것과 잃는 것
폭발력과 통제 불가능성 ― 니체와 다이너마이트
오락실 게임과 AI ― 인베이더의 추억
실물이 간직하고 있는 시간 ― 타임캡슐의 꿈
감탄의 상실, 체험의 상실 ― 디지털화에 따른 탈신체화
언어 놀이 vs 세상과 관계 맺기 ― 챗지피티 앞에서 떠올린 생각들
우리는 챗지피티가 되려는 것인가 ― 책임자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이 기계를 닮을 위험에 대한 경고 ― 인간-AI 협업의 그늘
기계가 그리는 인간의 자화상 ―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뇌와 기계의 연결 ― 뇌 활동 기록 방법들과 일론 머스크의 뉴럴레이스
5장 과학보다 더 깊은 철학
성급히 가설을 바꾸지 말라 ― 시드니 브레너와 “오컴의 빗자루”
합리성을 넘어 ― 물은 H_2O일까
과학적 성공에 대한 다른 시각 ― 장하석의 능동적 실재주의
정보는 곧 세계다? ― 차일링거의 정보 존재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인간의 사회성을 바라보는 두 시선 ― 사회생물학 vs 사회철학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