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한국은 끝나지 않았다!
‘인구’가 아니라 ‘인간’이 우리의 새로운 미래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의 30년 연구를 집대성한
대한민국 초저출산 문제 심층 진단과 제언뉴스를 비롯해 각종 매체에서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 문제가 너무 많이, 자주 이야기되어서 초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이미 알 만큼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구경제학자인 서울대 이철희 교수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와 담론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아직 사람들이 모르거나 오해하는 내용이 많고, 합리적인 정책 수립에 필요한 믿을 만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두가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이철희 교수는 대학에서 수업을 준비하다가 한국의 출산율 하락의 원인을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알려주는 연구를 찾을 수 없다는 난관에 봉착했다. 2010년 전후만 해도 일반적으로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감소가 출산율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는 믿음이 중론이었는데, 이는 서구의 경험과 연구에 기댄 것이었다. 그런데 이철희 교수가 1년에 걸쳐 새로운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한 작업을 한 결과, 한국에서는 결혼의 감소가 장기적인 출산율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철희 교수는 한국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그 결과 이제 한국의 출산율이 하락한 중요한 원인이 결혼의 감소라는 사실은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에서 인간으로》는 30년 이상 인구경제학을 연구해온, 특히 지난 16년간 한국의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인구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며 독자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연구에 천착해온 이철희 교수의 심층 진단과 제언을 총망라한 책이다. 인구 및 저출산 이슈와 관련된 수많은 책, 보고서, 영상 등이 있지만 《인구에서 인간으로》에는 그것들과는 다른, 고유한 장점이 있다. 첫째, 인구문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엄밀한 방법을 통해 얻은 실증적인 증거와 합리적인 추론에 기초했다. 둘째, 인구문제를 넓게 조망하기 위해 가능한 한 통합적·장기적 시각을 갖고자 노력했다. 셋째, 한국의 일반성과 특수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자 시도했고, 거의 모든 근거를 한국의 고유한 사례와 데이터에서 얻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또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내용을 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어쩌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나? 저출산 대책은 정말로 실패했나?
저출산 현상을 독자적 연구와 데이터에 기반해 실증적이고 근본적으로 분석한다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었고 크게 4부로 구분된다. 1부는 이 책의 빌드업(build-up) 역할을 한다. 1장은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이견과 갈등의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던진다. 2장은 선진국이 보편적으로 경험한 장기적인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설명하고 한국의 사례가 얼마나 특수한지 살펴본다.
연구자로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법 역시 국가와 국민이 ‘중심’을 잡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중략) 왜 출생아 수가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렵게 만드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왜 과거의 저출산 대응 정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는지, 어떻게 해야 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지,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무슨 사업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지, 지금처럼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경우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발생할지 등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탄탄한 근거가 제시된다면, 저출산 문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많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59~60쪽)
이런 맥락에서 2부는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 원인을 모색한다. 특히 3장에서는 여성인구, 결혼, 출산 등 각 인구학적 요인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이철희 교수는 2009년부터 매년 출생아 수 변화의 인구학적 요인(나이에 따른 여성인구의 규모, 결혼한 여성의 비율, 결혼한 여성 가운데 나이 혹은 자녀 수 기준 출산율 등)을 분석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해왔다. 그 오랜 연구 끝에 한국의 출생아 수가 장기적으로 감소한 현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실증적 의미를 찾아냈는데, 이는 앞으로 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첫째,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며 결혼한 여성의 비율이 줄어든 것이 1990년대 초 이후 일관되게 중요한 출생아 수 감소 요인이었다. 둘째,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변화가 중기적·단기적으로 출생아 수 변동을 초래한 주된 요인이었다. 셋째, 결혼한 여성의 첫째 출산율 변화가 전체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과 출생아 수를 중기적·단기적으로 변동시킨 핵심 요인이었다. 넷째, 2012~2023년에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결혼한 여성 비율이 감소하는 추이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특히 첫째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 가임기 여성인구가 감소하는 추세가 심화되면서 나타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결혼이 감소하는 현상 그리고 근래 들어 결혼하고도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 경향이 강화되는 흐름을 제대로 이해한 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4장은 교육비, 주거비, 고용 및 일자리의 질 등 경제적 요인을, 5장은 여성의 변화와 성평등, 세대 간 격차, 이웃과 동료의 영향 등 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다룬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일자리 질 감소로 인한 노동시장과 교육에서의 경쟁 과열, 지역 간 불균형 심화로 인한 집값 상승,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직면하는 가정과 출산의 페널티 등이 어떻게 저출산으로 이어졌는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이어서 3부는 한국의 저출산 대응 정책을 평가한다. 6장은 지난 20년간의 저출산 대책이 과연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7장은 기존 정책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본다. 이 모든 여정을 따라가며 인구감소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비관에 빠지는 대신,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차분히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구위기 대한민국,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아이들이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하길 바란다”마지막으로 4부는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의 미래를 내다본다. 8장은 출생아 수가 줄면서 장차 발생할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진단한다. 애초의 인구 규모에 맞춰진 각종 제도와 인프라에 균열이 발생함으로써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전망한다. 태어나는 아이가 급감하면서 분만실이 줄고 보육시설과 학교가 없어지는 미래, 절대적으로 수가 적은 아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적 주체가 사라지는 미래를 그려본다.
그리고 마지막 9장에서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사회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짚는다.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지난 35년간 3분의 1로 줄었으며,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출생아 수는 2072년까지 16만 명으로 감소하리라 예상된다. 이는 2024년 출생아 수의 3분의 2이고,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났던 1971년 출생아 수의 6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정당한 기회도 합당한 처우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미래 모습이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가 진정성과 의지를 품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멀리 내다보는 좋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저출산 문제의 표피를 건드리는 정책을 넘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축소사회가 도래해도 국민 삶의 질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이철희 교수는 ‘아이들이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는 데 필요한 한국 사회의 방향을 함축하여 전달하는 의미로, 제목을 ‘인구에서 인간으로’라고 정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인구위기 앞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를 이루기를 소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이 책이 희망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장기적으로 결혼과 출산의 유인을 감소시킨 요인들은 현재의 보편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다수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하는 변화였다. 이러한 사실은 출산율 제고 자체를 궁극의 목표로 설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이 자기의 선호와 여건에 따라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녀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로부터의 해방, 태어나는 아이의 건강과 교육수준 개선, 여성이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공헌할 기회 확대, 예기치 못한 재난의 충격과 노후 빈곤의 불안 해소 등 오늘날 선진 국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어렵게 쌓아온 성취가 출산율을 낮추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이유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을까?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이러한 변화의 일부를 과거로 되돌리는 일이 타당할까?
한 사회가 점점 부유해지면서 평균적인 자녀 수가 감소했다는 사실은 이미 앞 장에서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간적 추이가 특정 시점에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아이를 적게 낳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회는 부유할수록 자녀 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발견된다. 방금 소개한 전근대 영국의 사례는 거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한국은 어떨까? 과거의 영국처럼 돈이 있어야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일까? 수량적 증거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림 4-1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이용하여 2002년 이후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분위별 합계출산율을 계산한 결과를 보여준다. 모든 소득분위 여성의 합계출산율 변화가 비슷한 시간적 추이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소득분위 간 출산율 차이는 상당하며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예컨대 지난 20년간 소득 중상위(4분위)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소득 최하위(1분위) 여성 합계출산율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많은 사람이 느끼듯이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여 자녀를 낳는 선택은 어느덧 부유함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철희
시카고대 경제학과에서 수학했고, 동 대학 인구경제학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빙엄턴)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년간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구와 경제’ 과목을 강의하며 연구소와 대학에서 활약하는 많은 인구경제 연구자를 양성했다. 케임브리지대, UCLA, 옥스퍼드대 연구교수,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 방문학자,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 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외국인정책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 국정기획위원회 등 정부위원회 본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 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다. 《Early-Life Determinants of Health and Human Capital Formation》 《한국의 고령노동》 등의 단독 저서와 다수의 공동 저서를 출간했고, 국내외 학술지에 인구, 건강, 노동, 경제사에 관한 약 10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7년에 학문적 업적이 탁월한 45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한국경제학회 청람학술상을 수상했다. 2024년에 첫 대중 저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를 출간했으며, 이 책으로 2025년 제43회 정진기언론문화상(경제경영 도서 부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