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내 유일의 독성 과학 교양서.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는 30년 넘게 국내외 독성물질 연구 현장을 경험해온 최진희 독성학자가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실천적 과학’으로서의 독성학을 다룬 책이다. 경고와 공포로서 상기되는 독(성)에 대한 오해를 풀고, 예방과 예측으로서 뭇생명의 안전을 책임지려는 독성학자의 노력과 고민, 소회감 등을 두루 담았다.
화학물질의 안전과 관리에 앞장서는 독성학계는 일찍이 동물실험의 잔인성과 불확실성을 깨닫고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책은 기술윤리적으로 발전해온 동물실험대체법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실험 대체연구를 소개한다. 또 이러한 연구 결과가 정책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과학자로서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갈등 속에서 소통과 중재 역할로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가습기살균제를 연구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일하며 알게 됐다. 과학적 언어는 지나치게 복잡했고, 시민들의 분노는 정당했으며, 기업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만이 아니었음을. 그때 깨달았다. 진짜 독성학자는 실험실 바깥에서도 싸운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은 저자로 하여금 엄밀한 사실과 완벽함을 추구하려던 과학의 언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조사, 화학물질 안전관리 자문안 마련 등을 위해 시민사회, 기업인, 정책담당자들과 부대끼며 결국 저자가 이르게 된 생각은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란 깨달음이다.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는 과학자이자 한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와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보다 안전한 환경을 위해 고민해온 독성학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처음부터 독성 없는 물질을 만들 수는 없을까?
독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를 넘어 안전의 언어로서의 독성학
독성은 용어에서 풍기는 위험성과 공포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꺼려지는 물질로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느낌과 상상 속 공포로만 떠도는 독성을 연구하는 독성학은, 실제론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미리 예측하고 사전 예방적 방법을 적극 모색함으로써 사회와 환경의 ‘안전과 보호’를 일찌감치 생각하는 학문이다. 즉, 화학물질 독성의 위험성을 발견하고 적극 규제하려는 안전 과학으로서 역할한다. 독성학은 결코 공포와 경고의 언어로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또 미래를 적극 보호하려는 자세를 가진 ‘삶과 가까이 맞붙은 과학’이다.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그 길 위에 독성학이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다. “독성학은 특정 전문가들만의 난해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의 언어라는 것.”(15쪽)
이 책이 주목하는 분야는 환경독성학이다. 환경독성학은 독성이 인간을 비롯한 생명과 환경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질문한다. 매체에서 익숙하게 듣던 ‘지속가능한 발전’ ‘사전 예방’ 등의 용어가 바로 이 환경독성학의 주요한 관점이다. 무엇보다 환경독성학의 시초가 미국의 과학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라는 점은 의미가 깊다. 레이첼 카슨이 DDT가 환경에 끼치는 해악을 정면으로 제기하지 않았다면, 사전 예방이란 더 늦은 미래의 일이었을지 모른다.
저자는 이런 환경독성학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강의에서 꼭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한다. 여전히 많은 학생이 환경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 처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공학적 해결책을 최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경이 오염되고 최첨단 처리공학 기술을 동원하여 처리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아니면 오염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모니터링하고 사전 감시해서 환경오염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물으면 (...) 이미 벌어진 '오염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건강 문제에선 예방을 떠올리지만 환경문제는 사후 처리라고 답하는 것이다. (41쪽)
인간과 환경, 동물을
하나의 연속선에서 이해하다
나아가 독성은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학과 보건까지 아우르며 넓게는 인간과 환경, 동물까지 하나의 연속선에 두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이러한 확장된 사고를 갖게 된 이유에는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적 연구와 경험이 그 바탕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분야에 대한 꾸준한 파고듦’이 덕목이던 시기였기에, 한편으론 불안과 압박을 느껴야만 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결국 여러 분야에서 쌓인 폭넓은 연구 경험이 저자에게 커다란 기회가 됐다. 환경을 넘어 생명의 실제성을 이해하고, 동물 없이 독성을 실험하기 위한 연구 등으로 나아가며 자기만의 연구 분야를 찾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연구와 논문 작성에 그치지 않고, 성과가 실제로 활용되는 방안까지 고민하게 한 계기가 됐다. 창업을 하게 됐고, 시민과 활동가, 기업인을 직접 만나며 실험실 바깥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나는 박사과정 시절과 박사후연구원 시절, 생태독성학에서 인체독성학으로 분야를 옮겨간 이야기를 비롯해 당시 한 우물을 파지 못했다는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다 내 실험실을 꾸리고 연구를 거듭하며 비로소 깨달았다. 두 분야를 오가며 겪은 혼란의 시기 덕분에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연결고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가습기살균제를 연구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일하며 알게 됐다. 과학적 언어는 지나치게 복잡했고, 시민들의 분노는 정당했으며, 기업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만이 아니었음을. 그때 깨달았다. 진짜 독성학자는 실험실 바깥에서도 싸운다는 것을.”
“동물 없이 잘할 수는 없을까?”
그 과정에서 저자가 더 이상 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동물실험이다. 신약 후보를 검증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하며 그 잔인함과 부정확성을 깨닫곤, 다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게 됐다. 특히 흡입독성 연구를 위한 동물실험은 그 잔인함 때문에 실험자조차 차마 마주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선택은 오랫동안 학계에서도 공유되어왔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동물 없이 잘할 수는 없을까“에 대한 생각을 마침내 발전시킨 게 바로 신규대체법(NAMs)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고속대량스크리닝, 신규대체법(NAMs), 독성발현경로 등의 실험법은 과학계의 노력 끝에 발전한 동물대체 연구의 대표적 사례다. 또한 저자가 꾸준히 연구해온 독성예측 연구 분야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독성 없는 물질을 설계하고, 미리 독성을 예측하려는 현대 독성학의 흐름 역시 책에 담겨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독성 위로 쌓인 세계’에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독성의 사전 예방을 비롯해 환경독성학, 의학과 보건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2부 ‘생명 너머에서 연구하기’에선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독성학자들의 노력과 동물대체실험법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3부 ‘나의 독성학 연구일지’는 저자가 30년간 독성학자로서 경험한 연구 현장의 기록이다. 독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연구한 기록을 비롯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실태, 바다거북의 죽음과 플라스틱 연관성 조사 등을 통해 저자가 맞닥뜨렸던 인간적 고민과 감정을 풀어냈다. 플러스 연구노트에선 우리나라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만들었던 과정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4부 ‘앞선 미래로’에선 연구가 정책과 규제로 이어지는 과정, 처음부터 안전하게 독성물질을 만드는 실험법을 소개해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모든 것은 독이며,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 16세기 연금술사이자 독성학자인 파라셀수스가 일찍이 설파한 독에 관한 진실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저자의 말처럼 “화학물질이 내 안으로 들어올 때 나의 생명 체계는 반응하고 적응하며 때로는 상처받는다.” 그 치열한 과정이 바로 '독성'이다. 독성학은 (…) 가장 실제적인 '삶의 과학'이다.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란 제목은 완벽과 사실을 추구해야 하는 과학의 세계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저자의 알아차림에서 비롯됐다. 지금 만들어낸 결과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앞으로도 완벽함을 목표로 하기보다 알고 있는 것에서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성학이란 학문을 진심으로 사랑한 한 과학자의 일지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독성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Chemico-Bio Interactions'이다.” 여기서 Chemico는 '세상'이고, Bio는 '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즉, 독성학은 나와 세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화학물질이 내 안으로 들어올 때 나의 생명 체계는 반응하고 적응하며 때로는 상처받습니다. 그 치열한 과정이 바로 '독성'입니다. 그래서 독성학은 인생의 은유이자 가장 실제적인 '삶의 과학'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독성학은 단순히 '독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를 묻는 학문을 넘어섰다.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동시 에 사회와 산업이 의존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탐구하는 과학이 된 것이다.
앞으로의 장에서 우리는 환경독성학을 통해 화학물질이 어떻게 우리 일상과 연결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만들어내며,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과학과 사회가 어떤 노 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환경을 매개로 한 독성학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성학이 단순한 실험실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지켜내는 과학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진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11대학교에서 환경독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에서 환경독성학과 위해성 평가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법(NAMs), AI 기반 독성예측, 인체와 생태계를 아우르는 원헬스 독성학을 바탕으로, '안전'을 중심에 둔 과학이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를 고민해오고 있다. 이 책은 그 고민의 기록이자 과학을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지키는 언어로 전달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목차
추천의 글(서울시립관 유정숙 박사)
추천사
작가의 말
들어가기에 앞서ㅡ 왜 환경과 독성을 함께 이해해야 할까?
1부 독성 위로 쌓인 세계
-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
- 우리 생활에 깊이 연결된 독성학
- 환경오염은 언제 막아야 할까?
- 유전자는 총알, 환경은 방아쇠
- 환경과 보건, 결국 하나의 이야기
2부 생명 너머에서 연구하기
- 나는 다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
- 동물실험 없이 잘할 수는 없을까?
- 사람과 동물, 환경이란 연속선에서
- 알려진 독성 정보는 빙산의 일각일 뿐
- AI가 독성을 예측한다고요?
- 한 번의 실험이면 충분하다
3부 나의 독성학 연구일지
- 실험 독성학자에서 데이터 독성학자로
- 독성, 어떻게 추적할 수 있을까?
- 보이지 않는 공기, 가장 잔인한 실험
- 알레르기, 당뇨… 환경성질환, 미리 예측할 수 있을까?
- 바다거북은 정말 플라스틱 때문에 죽은 걸까?
- 가습기살균제 참사, 잊어서 안 될 이야기
- OECD 국제회의 경험이 내게 남긴 것
· 플러스 연구노트.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만들 때까지
4부 앞선 미래로
- 과학과 정책 사이에서
- 화학물질 관리에는 유죄 추정의 원칙이 필요하다
- 처음부터 독성 없는 물질을 만들 수는 없을까?
- 진짜 독성학자는 실험실 바깥에서 싸운다
- 창업, 연구의 끝을 맺기 위한 새로운 시작
- 파라셀수스를 만나다
나가는 말ㅡ 모든 점은 연결되어 하나의 길을 만든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