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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실재론
김영사 | 부모님 |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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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과학이 인간의 정신으로부터 독립적인 실재에 관한 궁극적 진리를 밝혀낸다는 ‘과학적 실재론’은 우리 시대의 견고한 믿음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는 신간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에서 이러한 통념이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 과학의 진보에 오히려 해를 끼치는 해로운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과학을 비판으로부터 보호받는 성역이 아니라 끊임없는 탐구와 논쟁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인간 활동으로 정의하는 이 책은, 보다 현실적인 실재론으로 ‘행동하는 실재주의(Activist Realism)’를 주창한다.

실용주의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지식’을 단순히 정보의 소유를 넘어선 무언가를 할 줄 아는 능력인 ‘능동적 앎’으로, ‘실재’를 우리의 정합적인 활동 속에서 성공적으로 채용되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재구성한다. ‘진리’ 역시 실재와의 대응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이 목표를 향해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가게 돕는 ‘작업적 정합성’의 실천적 속성으로 규정한다. 과학사와 철학적 통찰을 넘나들며 저자 특유의 친절한 해설과 치밀한 분석, 그리고 과감한 통찰을 입체적으로 엮어낸 이 책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신뢰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하는 모든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지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놀랍도록 전복적인 비전, 경이로운 역작!”
《온도계의 철학》 《물은 H2O인가?》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과학철학의 최전선에서 되살린 실용주의 정신

“과학은 실재에 관한 진리를 말하는가?”
과학 숭배를 버리고 실천 속에서 다시 세우는 지식, 진리, 실재
가장 실용적이고 대담한 실재론, ‘행동하는 실재주의’로의 초대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가 처음 쓴 본격적인 철학서. 과학이 인간의 정신으로부터 독립적인 ‘저 바깥’의 실재에 관한 궁극적 진리를 밝혀낸다는 ‘과학적 실재론’은 오늘날 과학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견고한 믿음이다. 하지만 장하석 교수는 신간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을 통해 이러한 통념이 과학자들이 실제로 하는 작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이상일 뿐만 아니라, 과학을 교조적으로 만들어 실제 과학의 진보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을 ‘신성한 진리’의 집합으로 숭배하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거부한다. 과학은 비판으로부터 보호받는 교리가 아니라, 끊임없는 탐구와 논쟁이 이어지는 역동적인 인간 활동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난 40년간 공부하고 가르치며 품어온 의문과 고민을 발전시켜 집대성한 이 책은 과학적 실재론의 대안으로 ‘행동하는 실재주의(Activist Realism)’를 주창한다. 실용주의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과학을 포함한 경험적 영역에서 지식, 진리, 실재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한다. ‘지식’은 단순히 명제적 정보의 소유가 아니라 무언가를 ‘할 줄 아는 능력’인 ‘능동적 앎’이 되고, ‘실재’는 인간의 정신과 무관한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정합적인 활동 속에서 성공적으로 채용되고 의지할 수 있는 실천적 대상이 된다. ‘진리’ 역시 실재와의 대응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이 목표를 향해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가게 돕는 ‘작업적 정합성’의 실천적 속성으로 규정된다.
이 대담한 실재론 개조 프로젝트에서는 과학사의 구체적 장면들이 철학적 논증의 핵심 증거로 소환된다. 온도계의 보정 과정이나 초기 전기학 실험처럼 실제 과학이 작동하는 세밀한 지점들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실용주의적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추출해내는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단순한 주장을 넘어선 압도적인 지적 설득력을 선사한다. 과학사와 철학적 통찰을 넘나들며 저자 특유의 친절한 해설과 치밀한 분석, 그리고 과감한 통찰을 입체적으로 엮어낸 이 책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신뢰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하는 모든 ‘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지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과학과 기타 다양한 삶의 실천들에 관하여 숙고할 때 우리는 왜 ‘실재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주요 관심사로 삼아야 할까? 왜냐하면 우리는 상상이 아니라 사실을 존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고정된 견해 뒤에 안락하게 숨는 대신에 열린 태도로 경험으로부터 배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경험적인 지식이 우리를 물질적인 세계에서 더 잘 살게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무지한 현 상태를 개선함 없이 체념한 채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실재들에 관한 진리들을 배울 수 있다는 낙관론을 품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394~395쪽)

“신성한 진리란 없다”
비현실적인 이상 때문에 과학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보다 ‘현실적인 실재론’이 필요하다!


“너무나 많은 그릇된 정보, 무지, 선입견, 기만, 불신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무엇에 의지해야 신뢰할 만한 사실들과 통찰력 있는 이론, 행동을 위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까?”(19쪽) 저자는 이 물음에 여전히 “최선의 희망은 과학과 과학적 태도”라고 답한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역설적으로 ‘과학적 실재론’이라는 견고한 믿음 때문에 위기에 처해 있다. 과학 지식을 의문의 여지가 없는 ‘신성한 진리’ 혹은 그 근삿값으로 포장할수록, 실제 과학이 그런 과장된 이미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대중은 과학을 하나의 종교와 같은 수준으로 치부하며 불신에 빠지게 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나 평평한 지구 우주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 역시 ‘과학적’이라며 확립된 과학 지식에 도전하는 현실은 이 위기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신의 관점’을 과학의 표준으로 삼은 데서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과학이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환상은 지식 향상을 위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을 주지 못하는 “부질없고 해로운 철학적 꿈”이다. 대신 저자는 칼 세이건을 인용하며 “과학이 유일하게 내놓는 신성한 진리는 신성한 진리란 없다는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탐구 과정에서 실제로 채택할 수 있는 ‘작업적 이상’이다. 이 책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현실 속에서 보유한 도구로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실재론’의 길을 제시한다. 그런 작업적 이상을 짊어진 실재론은 과학의 진보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입장이므로 저자는 자신의 실재론(realism)을 ‘실재주의’로 명명한다.

“이상이 언젠가 성취될 가능성은 물론 희박하지만, 이상이 유용한 기능을 하려면, 이상은 우리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무언가일 필요가 있다. 오류가 전혀 없는 바이러스 검사법을 발명하기, 또는 대도시에서 1년 내내 살인사건이 없도록 만들기는 작업적 이상이다. 비록 우리가 이 이상에 영영 부응할 수 없더라도 말이다. 반면에 절대적 진리란 실제로 추구할 수 있는 이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이상에 접근하기 위하여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21쪽)

“아는 자는 행동하는 자다”
실용주의가 재정의한 ‘능동적 앎’의 세계


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미국에서 처음 형성된 ‘실용주의’를 현대 과학철학에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실용주의란 지식은 행동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고 모든 쟁점 역시 실천에 기반해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실용’이라는 말이 주는 세속적인 어감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중요한 철학적 전통이다. 실용주의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윌리엄 제임스에 따르면 “아는 자는 행동하는 자”이며, “앎은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서만 유의미하다”.(31쪽) 따라서 지식은 참인 명제나 이론적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특정한 목표를 위해 수행하는 활동이자 무언가를 할 줄 아는 능력인 ‘능동적 앎’으로 재정의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학은 앎을 얻고 평가하고 사용하는 행동 프로그램들의 연결망, 즉 ‘실천 시스템’이 된다.
이처럼 지식을 ‘활동’ 중심으로 바라보면 ‘진리’ 개념 또한 실용주의적으로 재구축된다. 어떤 이론이나 진술이 진리라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정신과 무관한 실재와 신비롭게 대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해당 진술에 의존하여 수행하는 우리의 활동이 목표를 향해 조화롭고 사리에 맞게 맞물려 돌아가게 돕는 ‘작업적 정합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대의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라는 추상적인 이론들과 정지궤도위성, 원자시계와 같은 물질적 기술들을 정교하게 조율하여 ‘위치 파악’이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낸다. 이처럼 진리란 우리 삶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실용적인 사리 파악을 가능하게 만드는 실천적 질(quality)이다.

“인간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은 언어를 말할 줄 알고, 추론할 줄 알며, 거짓말하고, 설명하고, 서로 논쟁하고, 사물들을 세고 분류할 줄 안다. 우리 대다수는 달리고, 수영하고, 공을 찰 줄 안다. 우리 중 일부는 심지어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제작할 줄 안다. 우리는 (...) 아이를 양육할 줄 알고, 다른 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칠 줄 안다. 왜 이 모든 활동 안에 중요한 앎이 있다는 점을, 단지 그 앎이 명제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부인해야 할까?” (51쪽)

‘노이라트의 배’를 타고
흔들리는 늪지 위에서 지식을 구축하는 법


인간의 앎은 견고한 암반 위가 아니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늪지 위를 걷는 것과 같다. 실용주의의 또 다른 창시자 찰스 샌더스 퍼스의 통찰처럼, 탐구는 사실의 반석 위에 서 있지 않으며, 우리는 그저 “이 기반이 당분간 탐구를 지탱할 것 같으니 무너지기 전까지는 여기에 머무르겠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먼바다에서 항해하는 채로 배를 재건해야 하는 선원들”이라는 노이라트의 비유는 우리 인식의 근본적인 처지를 관통한다. 이는 앎의 출발점이 언제나 불완전하고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현실적인 정신의 표현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식을 진보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저자는 ‘인식 과정의 반복’ 개념을 제시한다. 인식 과정의 반복은 과거의 지식을 일단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존중의 원리’에서 시작하여,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탐구를 수행하고, 그 성과를 다시 출발점의 결함을 수정하는 데 되먹임으로써 지식을 점진적으로 향상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온도계는 측정 기준을 다듬는 반복적인 자기 교정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정교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지식은 의심할 수 없는 토대에서 연역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출발점을 끊임없이 자기 교정하며 구축된다.

“그런데 우리에게 확고한 토대가 없다면, 앎은 무엇을 기반으로 삼을 수 있을까? (당연히 한 가지 대답은 앎은 어떤 것도 기반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 혹은 탐구는 확실히 그러하다는 것이다.) 탐구하면서 착실히 진보하려 애쓸 때 우리는 물려받은 무언가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서 그 무언가를 토대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운이 좋다면, 우리는 출발점으로 돌아와서 그 배운 바를 사용하여 출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401~402쪽)

철학을 다시 삶으로
‘행동하는 실재주의’와 다원주의적 비전


이 책은 과학을 인간의 지적, 물질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벌이는 ‘인본주의적 사업’으로 간주한다. 과학은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탐구와 완전히 별개로 존재하는 지식이 아니라, 철저히 인간에 의해 수행되는 역동적인 활동이다. 실재론 논쟁이 ‘외부세상은 실재할까?’ 같은 공허한 형이상학적 질문을 붙잡으며 삶의 주류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과학과 같은 경험적인 영역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행동하는 실재주의’는 세상을 관조하며 지식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구경꾼의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며, 실재에 관한 지식을 향상하기 위해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실천적 결의를 보여준다.
이러한 실천적 태도는 자연스럽게 다원주의로 귀결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진보’는 단 하나의 정답을 향해 수렴하는 목적론적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실천 시스템들이 공존하며 우리 삶의 실재들을 확장해가는 다원주의적 여정이기 때문이다. 빛이 상황에 따라 광선들의 집합으로, 파동으로, 입자로 서술되는 것처럼, 하나의 절대적 정답 대신 다양한 실천 시스템이 공존할 때 실재는 더 풍요로워진다. 철학자, 과학자, 학생, 정책 결정자부터 일반 대중까지, 이 책이 제시하는 지식과 실재의 작업적 이상은 과학과 정치, 윤리가 교차하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지적으로 진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이고 능동적인 항해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일(work)은 겸손의 미덕을 요구하고, 또한 사회적 협력과 관용을 요구한다. 우리가 겸손한 실용주의적 시각으로 우리 인간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다원주의가 귀결된다. 지식을 획득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가 하는 일은 수많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다양한 실천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질 것인데, 그 시스템들 각각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입증된, 좋은 지식을 생산할 잠재력을 지녔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각자 선택한 시스템을 발전시키려 애씀으로써 진보를 이뤄낸다. 이것이 삶 전반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485쪽)

◆ 방대한 철학적 논의와 풍부한 과학사의 사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독자의 관심사와 수준에 따라 선택적 독서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각 장은 핵심 아이디어를 평이하게 설명하는 개관으로 시작한다. 바쁜 독자나 입문자라면 이 개관들만 연결해 읽어도 새로운 실용주의의 밑그림을 충분히 그릴 수 있다. 반면 전문적인 학술 논의나 기술적인 세부 사항이 담긴 절은 본문과 다른 서체로 표기되어 있다. 깊이 있는 탐구를 원하는 독자는 이 부분을 통해 철학적 논거를 치밀하게 따라갈 수 있다. 이러한 입체적 구조는 철학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학술적 엄밀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배려이며, 철학을 현실적인 도구로 만들고자 하는 이 책의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확립된 과학 지식에 맞선 도전에 직면하면, 많은 과학자와 철학자, 그리고 과학에 관심이 있는 시민은 권위주의적인, 심지어 전제주의적인 충동에 굴복하면서, 그런 태도에 흔히 ‘과학적 실재론’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즉, 과학은 우리에게 실재에 관한 진리를(혹은 최소한 그 진리의 근삿값을) 제공하며 과학의 판결에 반발하는 사람은 (악의적인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라고 그들은 쏘아붙인다. 많은 이들은 현대 과학이 기본적으로 옳은 답들을, 혹은 적어도 옳은 답들을 얻기 위한 옳은 방법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만한다. 많은 ‘실재론자’는 이 생각을 신앙의 조목처럼 내세운다. 우리는 관찰 불가능한 실재의 면모들에 직접 접근할 수 없으며, 과학의 역사적 실적은 우주의 가장 기초적인 면모들에 관한 과학자들의 견해마저도 심하게 요동해왔음을 보여주는데도 말이다.

종교적 근본주의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종교적 근본주의를 이기는 길이 아니다. 가장 성숙한 사회들이 정치에서 반대파의 입을 대뜸 틀어막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과학에서 그런 충동을 극복해야 한다. 억압을 정당화하는 권위를 과학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어떤 단어가 부정적 함의들로 너무 심하게 오염되어 있어서 우리가 그 단어의 오용과 남용을 교정하려 부질없이 애쓰는 대신에 간단히 그 단어를 버려야 할 경우가 때때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실용주의’라는 용어는 버려지지 않고 변호되고 향상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다. ‘진리’, ‘실재’도 마찬가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하석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 물을 끓이는 이상한 철학자.1967년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최우숙 여사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닌 후 미국 명문 고교인 노스필드 마운트 허만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물리학 전통이 뛰어난 캘리포니아 이공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측정과 양자물리학의 비통일성」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후(postdoc) 과정을 밟았다. 1995년에 28세의 나이로 런던 대학교(UCL)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2010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런던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20년간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철학을 교양과목으로 가르쳤으며, 그 내용을 한국 사회의 감각에 맞도록 재정비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다. 아주 기본적인 과학을 주제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학풍을 지니고 있다.2005년에는 영국과학사학회에서 뛰어난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이반 슬레이드상’을 수상하였고, 2006년에는 과학철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러커토시상(Lakatos Award, 지난 6년간 영어로 저술된 최고의 과학저작물에 수여하는 상)’을 받으며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러커토시상 수상작 『온도계의 철학』은 2013년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말

들어가는 말
무엇이 문제인가?
지식, 진리, 실재에 관한 실용주의적 견해
현실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과학적 실재론
이것은 어떤 책인가?
책의 구조에 관하여

1장 능동적 앎
1.1 개관
1.2 인식 행위자
1.3 인식 활동과 실천 시스템
1.4 작업적 정합성
1.5 목표 지향적 조정으로서의 탐구
1.6 실용주의와 능동적 앎

2장 대응
2.1 개관
2.2 대응실재론: 형이상학과 의미론 사이에서
2.3 지칭이 대응실재론을 구원할 수 있을까?
2.4 과학에 대한 신앙
2.5 실제 재현들

3장 실재
3.1 개관
3.2 정신에 의한 틀짓기가 작동하는 방식
3.3 실재성을 성취하기
3.4 존재론적 다원주의
3.5 조립하기

4장 진리
4.1 개관
4.2 진리의 다양한 유형들
4.3 경험적 진리와 작업적 정합성
4.4 질로서의 진리성
4.5 다원성과 비정합성
4.6 실용주의자들을 복권시키기

5장 실재론
5.1 개관
5.2 실용주의와 실재주의
5.3 내재적 실재론과 관점적 실재론
5.4 다원주의와 실재론
5.5 인식 과정의 반복을 다시 논함
5.6 진보와 과학적 실재론 논쟁

맺음말
인본주의적 지식관
앞으로 열린 길
철학을 다시 삶으로 데려오기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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