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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코믹스
포레스트 웨일 | 부모님 |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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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기이한 세계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단편집이다. 프리키 작가는 사랑, 가족, 노동, 국가 같은 익숙한 현실을 기묘한 설정으로 비틀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드러낸다. 소설처럼 가볍게 읽히지만, 모든 이야기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의 삶을 날카롭게 비춘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선택, 고독부를 만들다 유령이 된 공무원, 안드로이드 연인과 살아가는 회사원, 하나의 몸이 된 가족, 부모를 다시 뽑아야 하는 아이들까지, 각 단편은 기괴한 사건 속에서 인간의 민낯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장르의 경계를 넘는 상상력 속에서 독자는 웃음과 불편함을 동시에 마주하며, 읽고 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경험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기이한 세계와 정면으로 마주하라!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의 향연

프리키 작가의 단편집 <에프에프코믹스> 는 기이하면서도 인간들의 감춰진 욕망과 이기심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지만 마지막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여자, ‘고독부’ 라는 정부 부처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끝내 유령이 되어버린 공무원, 안드로이드 대행 여자 친구에게 월급과 시간을 꼬박꼬박 바치는 회사원,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하나의 몸으로 합체돼버린 가족들, 돈 때문에 뽑기방에서 새 부모의 이름을 다시 뽑아야 하는 아이들, 형제와 불륜을 맺어버린 초미의 진짜 관심사는?, 부부 상담 자리에서도 끝까지 티격태격하는 어느 수상한 부부, 동네 이발사에서 어느 날 야수가 되어버린 다중 인격의 남자, 국가 소멸 한 시간 전, 소개팅으로 사랑에 빠진 청년, 1969년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난 암스트롱, 국가 간 핵전쟁 이후 황금을 살점과 바꿔준다는 신을 만난 세 남자의 최후까지, 이야기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이들의 욕망과 두려움은 기괴한 사건들과 맞물려 거침없이 돌진하고, 마침내 눈앞에 드러나는 진실은 우리의 감춰진 민낯을 벗겨낸다. <에프에프코믹스> 는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묵직하고 먹먹한 여운을 가슴에 남길 것이다.




여자의 이름은 ‘은’이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글자의 미로를 애타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

달빛이 어두워진 계곡 주변을 제법 환하게 비췄지만, 여자의 왼쪽 눈에는 큰 상처가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남편의 죽음 이후, 여자가 자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여자는 남은 오른쪽 눈으로만 의지한 채, 처음 ‘ㅅ’의 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천천히 벽을 더듬으며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ㅅ’의 마지막 획을 통과하려 했다.
생각보다 미로의 바닥은 미끄러운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맨발인 그녀에겐 한 걸음 한 걸음이 버겁게 다가왔다. 몇 번씩 미끄러질 위기를 잘 모면하면서 간신히‘ㅅ’의 마지막 획을 통과했다. 그리고 ‘ㅏ’쪽으로 향하려는 순간, 갑자기 죽은 남편의 환영이 미로 벽 거울 속에 나타났다.
물에 빠져 온몸이 퉁퉁 부풀고, 두꺼운 골판지처럼 생기를 잃은 남편이 공허한 눈빛으로 그녀 앞에 홀연히 서 있었다.
혼이 빠져나간 그의 육신에서 꺼칠꺼칠한 계곡물이 똑똑! 똑똑! 대리석 바닥에 떨어졌다. 물방울은 바닥의 경사진 방향으로 조금씩 흘러내렸고, 살짝 비린내가 났다.
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멀쩡한 나머지 눈마저 천천히 감았다.

이승에서 여자는 꽤 실력 있는 수영선수였다.
초등학교 시절,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학교 수영 클럽 활동에서 그녀는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 은의 미로 - 중에서

영태는 초미가 가리킨 옷장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찝찝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떨떠름한 표정으로 작게 숨을 고르고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옷장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초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다음 장면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때 손가락 사이로, 분명 거실 구석에 있어야 할 분홍색 아령이 안방에서 보였다. 자신이 거실에서 운동할 때 늘 사용하던, 3kg짜리 그 아령이었다.
당황했던 초미의 눈빛이 다시 살아났다.


안 그래도 숨 막히게 더운 한여름 날, 답답한 옷장 안에서 식은땀을 흠뻑 흘리던 나는,
현기증이 점점 심해져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결국, 나는 옷장 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왔다.
눈앞에는 내 얼굴을 보고 입을 벌린 채 경악하는 동생과, 침대 옆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파트너 초미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동생 영태가, 한껏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어! 어... 형? 여, 영철이 형이 왜 초미의 옷장 안에 있는 거야? 그, 그 노란 티는...”
잠시 말을 잃은 초미가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 아령을, 영태의 뒤통수에 힘껏 휘둘렀다.

- 초미의 관심사 -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프리키
한국의 시라이 도모유키로 불리는 게 당장의 목표다.전작으로 ‘기생록’이 있다.인스타 @preakki

  목차

은의 미로 06
고독(孤獨)부 35
리얼 러버 63
합체 가족 83
부모 뽑기방 113
초미의 관심사 139
싫은 부부 177
야수의 기억 194
국가 소멸 한 시간 전 소개팅 224
지구는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246
굶고 있는 가족에게 내 살점을 바친다!
/ 부제 : #사건(M)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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