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길 없는 곳에 길을 내며 걸어온 한 공직자의 13,700일 분투를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서울시와 여성가족부의 핵심 보직을 거치며 영유아보육, 아이돌봄, 경력단절여성과 학교밖청소년 지원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때로는 정치적 풍랑에 흔들리고 현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신념과 책임감으로 37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묵히 업무를 수행했다.
흔히 영혼 없는 집단으로 치부되는 공직자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뜨거운 열정과 고뇌, 그리고 정책이 탄생하기까지의 치열한 과정을 담아낸 이 책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으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직자는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원칙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지, 그러나 그것을 끝내 놓지 않은 사람이 무엇을 이루어냈는지 『공직자는 영혼이 없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완전한 정책은 없고, 모든 선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정책의 불완전성을 이유로 그 가치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정책은 시대에 따라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더 의미가 있다.”
‘영혼이 없다’는 역설 뒤에 숨겨진, 국민의 삶을 향한 가장 뜨거운 진심의 기록!
1988년 서울시 7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여성가족부의 전신인 여성부 파견을 거쳐 중앙부처의 핵심 정책가로 신설 업무와 핵심 국정과제를 수행했다. 비고시 출신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현장을 파고드는 집요함과 성실함으로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을 밀어 올리며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만들며 마주한 현실의 벽은 높았지만, 머뭇거리거나 멈추지 않았다. 지치지 않는 열정과 노력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며 워커홀릭으로 살아온 이유는 자신이 고민한 만큼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거창한 수식어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달려온 시간은 공직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며, 진정한 공직의 가치는 정책 대상자인 국민의 삶을 향한 뜨거운 진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공직자는 영혼이 없다”는 말은 윗사람의 눈치만 보고 지시에만 따르는, 소신과 책임감 없이 일하는 공직자를 비판할 때 흔히 사용된다. 공직자에 대한 냉소와 행정에 대한 불신이 담긴 표현이다. 그러나 진정한 공직자는 정권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주어진 자리에서 국민만을 바라보며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은 내려놓고 영혼 없이 일해야 한다. 결국 영혼이 없다는 것은 나를 지우고 국민의 삶을 채우는 공직자 본연의 자세를 의미한다. 저자가 정책과 행정, 제도와 사람 사이에서 겪은 수많은 도전과 선택, 그에 따른 고통스러운 책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이 책은 이름 없는 공직자의 소신과 정성이 어떻게 국민의 일상에 스며드는지 보여준다.
무상보육의 초석을 다지고 돌봄의 사각지대에 길을 내다
저자의 공직 인생에서 빛나는 성취 중 하나는 오늘날 보편적 복지로 자리 잡은 영유아보육 체계를 설계한 것이다. 시설 중심의 보육 예산을 아동 중심으로 전환하며 ‘영아 기본보조금’을 도입해 무상보육의 실질적인 출발점을 만들었으며,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를 도입할 당시 현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보육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 맞벌이가구의 돌봄공백을 메우기 위한 ‘아이돌봄서비스’와 전업주부의 고립을 방지하는 ‘공동육아나눔터’ 역시 저자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복도에서 밤을 새우고, 민간기업의 사회공헌기금을 끌어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소관 부처가 아님에도 직장어린이집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등 부처의 칸막이를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쳤다.
정책은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숭고한 약속
저자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단순히 일자리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구직 여성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원스톱 지원 모형(직업상담?직업훈련?취업연계?사후관리)’을 설계해 여성 고용의 기반을 닦았다. 또한 가족의 정의가 혈연과 결혼제도에 갇혀 있을 때, 한부모, 다문화, 조손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차별받지 않도록 ‘가족센터’ 체계를 통합·구축했다. 특히 양육비를 받지 못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동을 위한 ‘아동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과정에서의 치열한 논의,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학교밖청소년을 위한 지원센터 설립은 행정이 사람들의 일상 속 가장 작은 틈을 메우는 데서 시작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정책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제약을 먼저 읽고 변화를 포용하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풍랑에도 굽히지 않은 공직자의 자존심과 보람
여성가족부(현재 성평등가족부)는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처가 축소되거나 폐지론이 고개를 들었다. 저자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야 부처가 폐지되지 않는다”며 묵묵히 소임을 다했으며, 잼버리 파행과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조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름 없는 방패가 되어 실무를 수습하고 책임을 짊어졌다. 정당한 이유 없이 보직 해임과 좌천이라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공직자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것은 현장에서 들려온 감사 인사 덕분이었다. 아이돌봄서비스, 보육시설 평가인증, 영아 기본보조금, 가족센터 등을 시행할 때 처음에는 반대하거나 회의적이던 현장 종사자들에게서 제도 실행 후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했다는 말을 들으며 ‘국민의 삶에서 작동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37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맞이한 은퇴의 날, 공군 대위가 된 아들로부터 받은 전화는 그 어떤 훈장보다 값진 보상이었다. 아들은 강직한 공직자로 바르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공직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 애쓰는 엄마의 태도를 보며 군인으로서 더 책임감 있는 공직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삶으로 전해진 공직자로서의 가치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춘화현상(春化現象)’처럼, 저자의 시련은 대한민국 가족 정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공직자는 영혼이 없다』에서 치열한 분투의 기록 끝에 남은 것은 원망이나 회의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여전한 신뢰와 희망이다. 37년의 시간이 증명하는 단단한 삶의 문장들은 한 공직자의 회고록을 넘어, 고단한 삶을 살아내는 모든 이를 위한 응원가다.
2004년 6월 영유아보육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이관되었다. 영유아보육 업무 이관 후 우리 부 직원들은 사기도 올라가고 열정과 패기로 밤낮없이 영유아보육 업무를 수행했다. 2004년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기자의 건배사는 지금도 귀에 선하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는 날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평등한 사회가 완성되는 날일 것입니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는 그날까지!” 그 기자의 건배사는 우리 부를 응원하는 말이자 격려였다.
이듬해 8월,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에 다섯 번째 군 공동육아나눔터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공군가족뿐 아니라 인근 해군가족에게도 열려 있었다. 단순한 놀이방이 아니라 고립되어 있던 군인가족이 이웃과 연결되는 공간이었다. 우리 부에서 롯데그룹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설치한 군 관사 공동육아나눔터의 성공사례는 국방부의 정책 전환을 이끌었다. 이후 국방부는 예산을 마련해 철원, 화천, 인제, 연천, 포천, 울릉도 등 2020년까지 총 25곳의 격오지에 군 관사 공동육아나눔터를 조성해나갔다.
한부모 아동양육비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다. 태어난 아동의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공공의 책임이다. 아동양육비 선지급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편성과 형평성, 행정 효율성, 도덕적 해이 방지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 ‘선지급’을 약속한 순간부터, 그 정책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전환된다. 정밀한 설계와 실효적인 집행체계를 통해 아동양육비 선지급 제도가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숙자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서울시립대학교 전산통계학과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4년 동안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급받고, 졸업 후 7급 공무원으로 특별채용되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15년, 여성가족부에서 22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비고시 출신으로 고시 중심의 공직문화에서 차별과 냉대를 경험하면서 학연, 지연 등 특별한 연줄 없이 오로지 능력과 열정으로 여성가족부의 신설 업무와 핵심 국정과제를 수행했다. 특히 정책적 난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수’로 투입되어 난제를 풀어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핵심 국정과제에 전념했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보직에서 해임되었고 끝내 산하기관으로 좌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공직에서 직접 수행한 영유아보육, 아이돌봄서비스, 공동육아나눔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가족친화 인증기업, 가족센터, 아동양육비 선지급제, 학교밖청소년 지원 등 주요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한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여성가족부 보육정책국 사무관 재직 시절, 영유아보육 재정지원 체계 개편 및 보육시설 평가인증 제도 신설 후 녹조근정훈장(노무현 대통령)을 받은 것이 공직생활 중 가장 큰 보람이자 영예로 기억된다.
목차
들어가며
1장 - 일과 가정 양립
영유아보육서비스
틈새 돌봄, 아이돌봄서비스
새로운 돌봄, 공동육아나눔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가족친화 인증기업
2장 - 다양한 가족
모습은 달라도 가족이다
아동양육비 선지급제
소외된 가족 지원
학교밖청소년 지원
3장 - 공직의 시작과 끝
늘 처음이었다
첫 도전, 길이 되다
여성가족부, 출범에서 존립 위기까지
윤석열 정부의 불편한 진실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고통
부록: 주요 정책을 위한 제언
에필로그: 여섯 번째로 태어난 아이
맺음말: 춘화현상,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