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일본 도쿄대학의 가토 고이치 교수가 건물의 재이용을 서양 건축사의 관점에서 다룬 책이다. 2017년 출간한 『시간이 만드는 건축: 리노베이션의 서양 건축사』로 산토리학예상(예술·문학 부문), 일본건축학회상(논문 부문), 일본건축사학회상을 수상했다. 오래된 건물을 대형 폐기물 취급하는 일본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건물이 오래되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하며 그 차이를 가치관의 측면에서 분석한다.
『시간이 만든 건축: 서양 건축 재이용의 역사』는 서양 건축사의 관점에서 건물 재이용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생드니 대수도원, 오르세미술관, 카스텔베키오 박물관 등 여러 차례 용도를 바꾸고 상황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며 오늘까지 이어져온 건축물을 살핀다. 재이용적 건축관, 재개발적 건축관, 문화재적 건축관, 20세기의 건축 시간론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시간의 변화에 따른 변화를 함께 들여다보는 ‘선의 건축사’를 제안한다.
출판사 리뷰
건물 재이용의 시대
“어쩌다보니 리노베이션이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스튜디오 히치(박희찬)에서 작업한 문경의 산양 양조장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연경(연세대 건축학과) 교수가 던진 첫 문장이다. 이어서 “수많은 공장과 창고들이 거대 문화 공간과 카페로 태어나 소비되는 요즘, 지나치게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또한 쉽게 휘발하지 않는 리노베이션의 태도는 무엇일까”라면서 비평가의 시선에서 산양 양조장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산양 양조장은 한국건축역사학회에서 매년 선정하는 ‘제7회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의 후보작이었고 이연경 교수는 이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썼다. ‘제7회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은 연희동의 오래된 주택을 리노베이션한 에이코랩(정이삭·홍진표)의 N작가 주택이 선정되었다. 제7회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후보 세 작품 가운데 두 작품이 리노베이션 작업이다. 굳이 건축적으로 의미 있다고 꼽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건물을 고쳐 사용하는 경우를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건물의 리노베이션 그러니까 건물의 재이용을 서양 건축사의 관점에서 접근한 학자가 있다. 일본 도쿄대학의 가토 고이치(加藤耕一) 교수. 가토 고이치 교수는 2017년 《時がつくる建築: リノべーションの西洋建築史》를 출간했다. 이 책으로 산토리학예상(예술·문학 부문), 2018년 일본건축학회상(논문 부문), 일본건축사학회상을 수상했다.
가토 교수는 지은 지 시간이 꽤 흐른 주택은 쓰레기 취급받아서 주택을 헐고 빈 땅으로 내놓아야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일본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오래된 건물을 대형 폐기물 취급하는 일본과 달리 유학했던 프랑스에서는 건물이 오래되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토 교수는 이 차이를 가치관의 측면에서 분석한다. 이어서 20세기 말 저출생·고령화, 인구 감소, 지방 공동화, 빈집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건물을 재이용하는 리노베이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건축의 주요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건물을 재이용하는 리노베이션은 오래전부터 사용한 방법인데 그동안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다.
《시간이 만든 건축: 서양 건축 재이용의 역사》는 서양 건축사의 관점에서 건물 재이용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생드니 대수도원, 오르세미술관, 카스텔베키오 박물관 등 유럽 여행을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장소로 꼽히는 대부분의 장소가 여러 차례 용도를 바꾸고 상황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며 오늘까지 이어져왔다.
이 책은 재이용적 건축관, 재개발적 건축관, 문화재적 건축관, 20세기의 건축 시간론,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건축 시간론의 시도’에서는 건축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주목하는 방법론으로서 건축 시간론의 의미를 소개한다. ‘2장 재이용적 건축관’에서는 사회 변동과 건축의 생존이라는 소주제로 고대말기부터 19세까지의 건물의 재이용을 이야기한다. ‘3장 재개발적 건축관’에서는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재개발적 건축관을 이야기하면서 프랑스의 파리 도심 재개발이 시작된 16세기에 ‘재개발’이라는 건축관이 출발해 근대기에 성행했음을 이야기한다. ‘4장 문화재적 건축관’에서는 ‘문화재는 왜 시간을 되감았는가’라는 관점에서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재이용, 보존·복원 등을 대하는 자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마지막 ‘5장 20세기의 건축 시간론’에서는 건축을 준공 연도에 따라 줄 세우는 기존 건축사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어느 한 시기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시간의 변화에 따른 변화를 함께 들여다보는‘선의 건축사’를 제안하며 건축 시간론의 의미를 되짚는다.
점의 건축사에서 선의 건축사로
르네상스, 고전주의, 비잔틴, 바로크, 고딕… 많은 서양 건축사 책이 시기별 건축의 양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건축물을 소개하며 각 양식의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흔히 고딕 양식의 탄생을 알리는 건축으로 생드니 대수도원을 꼽는다. 수도원장 쉬제르가 역대 프랑스 왕가의 유해를 모시는 사원이었던 생드니 대수도원을 왕가에 걸맞게 성당으로 개축해 1144년에 헌당했는데 기존에 볼 수 없던 화려하고 새로운 모양으로 지어 훗날 고딕 양식의 효시가 되었다. 대수도원을 성당으로 ‘개축’했으니 ‘신축’은 아니다. 그럼에도 생드니 대수도원은 고딕 양식의 대표 건축물로 소개된다.
저자는 이렇게 양식을 기준을 건축물을 구분하는 방법은 ‘형태에 따라 대강 언제쯤 만들어진 단서가 되기에 잘 만들어진 방법’이라고 보지만 “양식은 주로 19세기 사람들이 과거의 건축을 정리·분류하여 학습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양식은 건축을 시간축 위에 연대순으로 줄 세워놓고 형태별로 분류한 것에 지나지 않다. “결국 양식이란 건축을 역사적으로 카탈로그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양식 중심으로 서양 건축의 역사를 보게 되면서 “건축의 준공 연도가 필요 이상으로 중시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처럼 건축을 준공 연도에 따라 카탈로그화 하고 어떤 한순간만을 평가하는 관점을 ‘점의 건축사’라고 정의한다. 반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주목하는 것을‘선의 건축사’라고 했다. 선의 건축사에서는 “시간을 되감아서 건축을 어떤 한순간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복원(復原)이나 시간을 되감지는 않더라도 그 시간을 멈추려고 하는 보존이라는 행위의 특이성을 강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오래된 건물을 바라보는 태도를 재개발, 수복·보존, 재이용으로 나누어 들여다보고 있다.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친 성장 시대에는 기존 건물을 파괴하고 신축하는(scrap & build) 방법으로 기존 건물을 지워 나갔는데 이는 근대의 가치관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경제 원리가 있다. 이런 경제 원리에 대항해 역사적인 건축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는 행위가 보존이다. 보존을 정당화하기 위해 문화재 제도가 생겼다.
오래된 건축물을 바라보는 세 가지 태도 즉 재이용적 건축관, 재개발적 건축관, 문화재적 건축관을 주제로 삼아 건물의 변화 과정과 함께 상세히 설명한다.
‘건축 시간론의 관점에서 건축의 역사를 다시 살펴봄으로써 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를 밝히고 싶다’는 목표를 향한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일본 학계에서 인정받은 수작
2017년 산토리학예상(예술·문학 부문)
근대에 탄생한 경제성 우선의 ‘재개발’과 윤리성을 중시하는 ‘문화재 보존’과는 별개로, 과거를 살리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재이용’의 가치관과 실천을 도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핵심에 다가가는 행위임을 이 책은 가르쳐 준다. _미우라 아츠시(三浦篤, 도쿄대학 교수)의 선정 평에서
2018년 건축사학회상
2018년 일본건축학회상(논문 부문)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에 따른 새로운 역사관은 최근 특히 중요해진 역사적 환경의 보존과 재생이라는 과제를 둘러싼 논의를 획기적으로 심화시킬 것임은 분명하다.
_선정 평에서
축소 시대에 진입한 우리가 직면한 것은 인구 감소, 저출생·고령화, 축소 도시(shrinking city), 교외·지방 도시의 공동화, 빈집 문제 등이다. 이것은 인구 폭발, 도시의 확산(sprawl)이 문제였으며, 두 번의 전쟁을 거친 후 전 세계에서는 주택 대량 공급이 문제였다. 모더니즘이라고 불리는 20세기 초반의 건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고, 20세기 후반이 되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얼마나 건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가 큰 테마였다.
지금까지의 건축사 연구는 건축가가 어떻게 새로운 건축을 창조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 건축가들은 신축도 리노베이션도 모두 중요한 건축적 창조 행위로 여기고 그 능력을 발휘해 왔다. 건축은 신축이 전부가 아니다. 오래된 건물을 재이용하는 현대적인 건축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건축의 또 다른 측면이다.
“부지부터 생각한다”는 것이 설계의 시작 지점이라는 것이 건축 교육의 기본이며, 실은 부지가 생기기 전에 거기에 건물이 있었던 것, 기존 건물이 파괴되고 나대지가 되었다는 ‘에피소드 제로(episode zero)’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가토 고이치
197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교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 건축학전공 준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2001년 도쿄대학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 건축학전공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도쿄이과대학 이공학부 조수, 파리 제4대학 객원 연구원(일본학술진흥회 해외특별연구원), 긴키대학 공학부 강사로 일했다. 2017년 이 책으로 산토리학예상(예술·문화 부문)을 받았다. 저서로 《건축의 럭셔리: 물질과 구축이 엮어내는 건축사(建築のラグジュアリー: 物質と構築がつむぐ建築史)》(2025), 《고딕 양식 성립사론(ゴシック洋式成立史論)》(2012), 《‘유령의 집’의 문화사(〈幽霊屋敷〉の文化史)》(2009) 등이 있다. 공동 편집한 책으로, 《신건축 건축 100년 PART 1, 2(新建築 建築100年 PART 1, 2)》[가토 고이치·사카우시 다쿠(坂牛卓)·곤도 도모유키(権藤智之)·하세가와 가오리(長谷川香), 2025], 《서양건축 명작 해부도감(西洋の名建築解剖図鑑)》[가와무카이 마사토(川向正人)·에비사와 모나도(海老澤模奈人)··가토 고이치, 2023] 등이 있다.
목차
1장. 건축 시간론의 시도
기존 건물에 대한 세 가지 태도
점의 건축사에서 선의 건축사로
시간과 건축의 이념
2장. 재이용적 건축관: 사회 변동과 건축의 생존
고대말기의 사회 변동
스폴리아
중세의 성장 시대
중세의 축소 시대
근대적 가치관과 재이용
프랑스 혁명과 거칠게 불어온 전용의 폭풍
3장. 재개발적 건축관: 가치의 층위와 건축의 형식화
야만의 탄생
재개발적 건축관과 재이용적 건축 실천
파리의 시벽
의도적인 형식주의
무의식적 형식주의
산피에트로 재개발 계획
4장. 문화재적 건축관: 문화재는 왜 시간을 되감았는가
야만의 복권
비올레르뒤크와 ‘수복’의 시작
수복에서 보존으로
20세기의 문화재적 가치관의 국제적 정비
일본의 문화재와 시간 되감기
5장. 20세기의 건축 시간론
모더니즘에서 리노베이션 시대로
시간 변화하는 건축의 모색(1956)
역사적 건축에 대한 태도(1964)
역사적 건물의 재이용이라는 가능성(1978)
끝으로
옮긴이의 글: 재이용적 건축관의 복권을 꿈꾸며
덧붙임 / 그림 출처 / 참고문헌 /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