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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곳이 없었다
열화당 | 부모님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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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리투아니아 출신 영화감독이자 시인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는 뉴욕 아방가르드 예술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비서사(non-narrative) 영화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거대한 이야기 대신 일상의 순간을 사랑한 그는 삶을 설명하기보다 포착했고, 감정과 이미지, 기억의 파편들을 세심히 엮어낸 그만의 '일기 영화(diary film)'는 평범하고도 찰나적인 장면을 통해 생생한 삶의 감각을 전달해 왔다.

이 책 『나는 갈 곳이 없었다(I Had Nowhere to Go)』는 그 영화적 형식의 토대가 된 기록으로, 메카스가 고향을 떠나 나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1944년부터 초기 일기 영화들을 작업하기 시작한 1955년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기 모음집이다.

제이차세계대전 중 나치 수용소와 난민 생활을 거쳐 1949년 뉴욕에 도착한 그는, 낯선 도시의 이민자 공동체 속에서 다시 삶을 시작했다. 장소를 잃고 떠돌던 시간 속에서도 그는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들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만들며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완성해 나갔다. 책에는 전쟁 가운데 겪은 강제 노동과 억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았던 창작의 열망이 사실적이면서도 그만의 유머 섞인 문장으로 담겼다.

사실과 허구, 시적 단편과 철학적 대화를 오가며, 여러 목소리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울려 퍼진다. 여기에 당시 촬영된 사진들을 비롯해 송환 거부 선언 증명서 등의 자료들이 더해져 문장을 따라 흐르는 기억을 이미지로 환기시키며 또 다른 층위의 기록을 형성한다. 개인의 가장 내밀한 체험에서 출발해 모두의 감각과 기억을 작동시키는 보편적 예술로 나아가는 메카스의 궤적을 따라 밟으며 우리는 사소한 순간에서 삶을 노래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리투아니아 출신 영화감독이자 시인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는 뉴욕 아방가르드 예술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비서사(non-narrative) 영화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거대한 이야기 대신 일상의 순간을 사랑한 그는 삶을 설명하기보다 포착했고, 감정과 이미지, 기억의 파편들을 세심히 엮어낸 그만의 '일기 영화(diary film)'는 평범하고도 찰나적인 장면을 통해 생생한 삶의 감각을 전달해 왔다. 이 책 『나는 갈 곳이 없었다(I Had Nowhere to Go)』는 그 영화적 형식의 토대가 된 기록으로, 메카스가 고향을 떠나 나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1944년부터 초기 일기 영화들을 작업하기 시작한 1955년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기 모음집이다. 제이차세계대전 중 나치 수용소와 난민 생활을 거쳐 1949년 뉴욕에 도착한 그는, 낯선 도시의 이민자 공동체 속에서 다시 삶을 시작했다. 장소를 잃고 떠돌던 시간 속에서도 그는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들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만들며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완성해 나갔다. 책에는 전쟁 가운데 겪은 강제 노동과 억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았던 창작의 열망이 사실적이면서도 그만의 유머 섞인 문장으로 담겼다. 사실과 허구, 시적 단편과 철학적 대화를 오가며, 여러 목소리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울려 퍼진다. 여기에 당시 촬영된 사진들을 비롯해 송환 거부 선언 증명서 등의 자료들이 더해져 문장을 따라 흐르는 기억을 이미지로 환기시키며 또 다른 층위의 기록을 형성한다. 개인의 가장 내밀한 체험에서 출발해 모두의 감각과 기억을 작동시키는 보편적 예술로 나아가는 메카스의 궤적을 따라 밟으며 우리는 사소한 순간에서 삶을 노래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이십세기의 일기, 거대한 악몽 속의 현실
책은 메카스가 자신의 일기를 되짚으며 쓴 회고로 시작된다. 그는 이 일기들이 마치 생생한 악몽처럼 느껴져, 그것이 사실인지 허구인지조차 더는 분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쟁과 그 여파를 온몸으로 겪어낸 그에게, 그 시절은 자신의 이야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비극이었다. 독일 점령기 리투아니아에서 지하 소식지를 발간하며 반독일 활동에 참여했던 메카스는, 그 사실이 발각되자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지만, 이동 중 기차 안에서 체포되어 나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1944년 7월 19일, 이송 도중 써 내려간 일기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억압과 노동의 기록은 제이차세계대전에서 비롯된 폭력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메카스의 일기는 사적 체험에만 머무르지 않는데, 전쟁의 한복판에서 씌어진 이 기록은 개인의 경험을 매개로 이십세기 전쟁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역사적 증언으로도 읽힐 수 있다. 전쟁 포로이자 강제 노동자로서 그가 목격한 현실은 처참했다. 잠시 노동이 중단되는 공습을 오히려 반기는 사람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p.48) 속에서 승리가 아닌 시계에 정신이 팔려 있는 노예들. 그들은 어떤 이상이나 아름다운 생각도 할 수 없는 "지옥의 완벽한 표본들"(p.54)이었다. 공장과 자신의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기를 바라게 만들 정도로 극한에 다다른 상황 속에서 메카스는 "그들의 비참함 자체가 나를 화나게"(p.135) 한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에서도 메카스는 사유와 예술적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막사의 사람들이 잠든 사이 글을 쓰고, 소란을 피해 벌판에서 사색하며, 노동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가 생기면 서점과 영화관을 찾았다. 책과 영화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때조차 그는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라인강의 다리를 건너던 순간 느꼈던 열기를 또렷하고 생생하게 감각했다. 보고 읽고 들었던 모든 것들이 서로 이어지며 분위기, 주변 환경의 일부, 색으로 전환되는 경험이었다. 나아가 메카스는 난민 수용소의 소식을 수집해 일간 소식지를 편집하고, "폭탄이 아니라 책이 있는 대학"(p.81)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첫 시집 『세메니슈캬이의 목가적 풍경(Semeni?ki? idil?s)』을 출간하는 등 다양한 문화적 영역에 발을 디뎠다. 첫번째 일기, 기나긴 망명의 시작에서 내지른 "나로 말하자면, 당신들의 전쟁으로부터도 자유롭다!"(p.34)는 외침이 점차 실현되어 가는 모습에서, 붕괴된 세계 속 끝내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한 인간의 고귀함이 묻어 나온다.

이방인의 도시, 영화의 시작
여러 난민 수용소를 거친 끝에 메카스는 국제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아 뉴욕에 도착한다. 일기는 이를 기점으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드는데, 그가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아방가르드 영화들을 접하고, 한 해 동안 뉴욕에서 공연된 연극, 오페라, 발레, 영화를 거의 빠짐없이 보며 그는 점차 이 도시의 '하늘'과 '연극성'에 매료되어 간다. 그리고 드디어 1950년에 구입한 16밀리 볼렉스 카메라와 더불어 사진 및 그래픽 작업 스튜디오인 '그래픽스튜디오스'에서 일하면서 사진 매체와의 접점을 넓혀 갔던 경험은 영화 제작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1950년 6월 4일의 일기에서는 훗날 1949년부터 1963년까지의 영상을 일기 형식으로 제작한 영화 「로스트, 로스트, 로스트(Lost, Lost, Lost)」(1976)를 작업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정치적 난민의 연대기로 시작해 활기찬 뉴욕의 문화에 대한 기록으로 확장되는 이 영화는 이후 그가 만들어 갈 일기 영화의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그러나 뉴욕에서의 삶은 단순한 정착이 아니라, 이방인으로서 세계와 접속하고 다시 단절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 낯선 두 이방인이다"(p.452)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던 감각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랑가스(langas, 창)'라는 리투아니아어가 그의 내면에서 점점 또렷해지는 동안, 그는 아직 공허한 영어 단어 '윈도(window, 창)'를 매만지며 그에 생명을 불어넣으려 애썼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글쓰기는 "죽음 같은 현 상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p.528)이었고, 따라서 뉴욕에서의 일기는 메카스에게 창작의 원동력이자 동시에 생존을 위한 도피처였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현실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꿈을 조금 더 연장하기를"(p.491) 원하기에 글을 쓴다는 그의 말에서 드러나듯 그에게 글쓰기는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타자기와 카메라로 씌어진 일기
책 끝에 수록된 영화미디어학자 김지훈의 해제 「일기 작가로서의 요나스 메카스」는 메카스의 일기의 이러한 역사적 문학적 가치를 되짚어 봄과 더불어 일기와 일기 영화가 공유하는 지점을 검토한다. 그에 따르면, 메카스는 처음에 영화화된 일기와 글로 쓴 일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여겼지만, 이후 촬영 행위가 곧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자, 카메라에 담기는 현실이 당시의 느낌과 지각이 투영된 주관적인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글쓰기와 영화 촬영에는 성찰과 즉각적 반응이라는 시간성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촬영 이후 방대한 푸티지를 편집하는 과정은 메카스에게 "작가가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선택"(p.539)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일기 중간중간 삽입되어 다양한 화법을 구성하는 단편들은 특유의 핸드헬드 기법과 단일 프레임 촬영, 초점과 노출의 자유분방한 조절을 연상케 한다. '기억' '이야기 하나' '짧은 이야기'로 나뉘어 이름 붙여진 이 단편들은 세월의 간격을 두고 이어지기도 하고, 앞선 '기억'이 뒤에서 '짧은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등 변주되며 시간순으로 흐르는 일기 형식에 시적 리듬을 부여한다. 이에 더해, 글로 씌어진 일기는 일기 영화와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이루는데, 영화의 한 단편으로 이어지기도 했던 '토끼 똥 더미' 이야기(pp.140, 456)를 비롯해 뉴욕에서 쓴 일기들은 대표작 「로스트, 로스트, 로스트」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처럼 메카스의 일기는 특정한 형식에 고정되지 않고, 역사적 증언 및 개인적 기록임과 동시에 예술적 실천으로 확장된다.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끝없는 방랑을 견뎌낸 그의 기억은 타자기를 통해 문장으로 정리되고, 카메라를 통해 이미지로 포착되며 서로를 보완한다. 글쓰기와 촬영은 그에게 분리된 창작 행위가 아니라, 일상의 순간을 붙들고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지속적인 기록 방식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에 수록된 일기들은 타자기와 카메라로 함께 씌어진, 파편화된 경험과 시간을 이어 붙이려는 예술가의 삶의 흔적이다.

연대기순으로 이어지는 일기는 주된 장소의 이동에 따라 열세 개의 묶음으로 정리되었다. 각 묶음 앞에는 해당 시기를 개괄하는 도입부 성격의 짧은 요약문이 배치되어 있어, 본문에 들어가기 전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더불어 본문 곳곳에 삽입된 도판들은 일기가 씌어진 시점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환기하며, 문자와 이미지가 결합된 아카이브로서의 일기를 감상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리투아니아어로 작성된 일기 원고의 정리와 편집을 맡았던 시인이자 번역가 비트 바카이티스(Vyt Bakaitis)의 도움 아래 1991년 영문으로 가장 처음 출간되었으며, 한국어판은 2017년 개정 출간된 영문판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되었다.

나는 군인도 빨치산도 아니다.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런 삶에는 맞지 않는다. 나는 시인이다.
-「강제 노동 수용소」, 1944년 7월 19일 일기 중에서

그래서 나는 이곳, 여기에 앉아, 썩은 막사에서 생각 중이다. 내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다. 책에 적힌 온갖 이상들을 볼 때, 문제는 그런 책들이 아니라, 너무 썩어 버린 나머지 가장 아름다운 생각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들이다. 이 막사, 여기 사람들, 그리고 여기 앉아 생각을 하고 있는 나까지, 우리는 그 지옥의 완벽한 표본들이다.
-「강제 노동 수용소」, 1944년 11월 26일 일기 중에서

그들의 얼굴, 그 눈을 보기 시작하면 비로소 그들이 실제로 얼마나 지쳐 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가족에게는 죽음이 스며 있다.
-「자유를 향해」, 1945년 3월 24일 일기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요나스 메카스
리투아니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시인, 예술가이다. 1944년, 동생 아돌파스 메카스(Adolfas Mekas, 1925?2011)와 함께 리투아니아를 떠나 스위스로 향하던 중 나치에 의해 독일 엘름스호른의 강제 노동 수용소로 끌려갔다. 전쟁 이후 독일에 있는 여러 난민 수용소에서 지냈으며, 이 시기 동안 마인츠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49년 말 국제난민기구의 도움으로 뉴욕에 정착한 그는 두 달 만에 자신의 첫번째 카메라인 볼렉스 16밀리 카메라를 구입해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하며 곧 미국의 아방가르드 영화 운동에 관여하게 되었다. 1954년 아돌파스와 함께 영화 잡지 『필름 컬처(Film Culture)』를 창간했고, 1958년부터는 『빌리지 보이스(The Village Voice)』에 ‘무비 저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1962년 필름메이커스 협동조합을, 1964년 필름메이커스 시네마테크를 설립했다. 영화제작자로서는 ‘일기 영화(diary film)’라는 독특한 형식을 만들어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탐구하며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었으며, 2007년에는 매일 인터넷에 단편영화 한편을 공개하는 ‘365일 프로젝트(365 Day Project)’를 진행하기도 했다. 1963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창」을 포함해 「월든(일기, 노트, 스케치)」 「로스트, 로스트, 로스트」 「사이에서」 「우연히 나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등 방대한 양의 영화를 제작했으며, 『세메니슈캬이의 목가적 풍경』 『이서카는 없다』 『영화작가들과의 대화』 『나는 살아 있는 듯하다』(전 2권),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등 많은 책을 펴냈다.

  목차

나는 갈 곳이 없었다

강제 노동 수용소
자유를 향해
난민 수용소에서의 삶
불안. 일곱 개의 칼날이 찌르기 시작하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은, 멀리서 보면!
삶은 계속된다
사이에서
유럽에서의 마지막 여름
뉴욕
브루클린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
맨해튼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다
사막에 뿌리내리기 혹은 다시 이서카로

해제 김지훈 / 일기 작가로서의 요나스 메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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