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박노식 시인이 제6시집 『괜찮은 꿈』을 펴냈다. 그는 이 외에도 두 권의 시화집과 제5시집을 2024년에 펴낸 이력이 있다. 가히 폭발적인 창작열이다. 그는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전남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온몸을 불태우고 있다.
일찍이 사랑에 대한 시편을 엮은 제4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에서 그는 “사랑은 멀고/꺾인 꽃은 또 꺾이고/나의 노동은 감옥”(「이른 아침, 멍하니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다」)이라고 고백했다. 시 쓰기의 치열한 현장인 그 ‘사랑의 감옥’에서 그는 달과 별, 바람과 구름, 산과 호수, 꽃과 새와 나무 들과 함께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내일의 길을 모색한다. 이번 시집은 그 여과의 거름종이를 투과한 결정들의 집합이다.
출판사 리뷰
시인은 ‘별들의 파수병’
박노식 시집 『괜찮은 꿈』
박노식 시인이 제6시집 『괜찮은 꿈』(문학들 시인선)을 펴냈다. 그는 이 외에도 두 권의 시화집과 제5시집을 2024년에 펴낸 이력이 있다. 가히 폭발적인 창작열이다. 그는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전남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온몸을 불태우고 있다.
“어느 날은 종일/눈이 비고/주위엔 새소리뿐,/헤어질 사람도/애써 맞이할 얼굴도/없으니,/돌부처 하나를 곁에 둔다.”“나는/여전히 앓고 있다”(「시인의 말」)
일찍이 사랑에 대한 시편을 엮은 제4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에서 그는 “사랑은 멀고/꺾인 꽃은 또 꺾이고/나의 노동은 감옥”(「이른 아침, 멍하니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다」)이라고 고백했다. 시 쓰기의 치열한 현장인 그 ‘사랑의 감옥’에서 그는 달과 별, 바람과 구름, 산과 호수, 꽃과 새와 나무 들과 함께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내일의 길을 모색한다. 이번 시집은 그 여과의 거름종이를 투과한 결정들의 집합이다.
“맑은 날, 낙엽을 들어 하늘을 비추면 길이 보인다//물방울이 흘러간 자리, 내 파란만장한 길들이 실핏줄처럼 얽힌 자국, 살아 보려고 강물 속에서 발버둥 치는 청동오리 떼의 물갈퀴 흔적들,//보이는 것은 쓸쓸하고 깊은 것은 실체가 안 보인다” “오늘의 푸른 잎은 어제의 낙엽이 건네준 비애”(「무늬」)
눈에 보이는 현상은 쓸쓸하고 깊은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거슬러 보면 지금의 낙엽은 어제의 푸른 잎이었고 내일의 푸른 잎이기도 하다. 생명과 우주의 순환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 구조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의 강물 속에서 뒤척이는 이랑과 반짝이는 찰나의 의미를 절제된 언어로 낚아채 올릴 때, 그의 시는 빛을 낸다.
가령 흔들리는 잎들을 바라보며 “잎마다 표기할 수 없는 악보들이 숨어서” “나의 귀는 어느덧 소리의 애인이 되었다”(「오래 흔들리는 잎들은」)라는 구절 앞에서 독자의 귀는 나뭇잎처럼 팔랑일지 모른다. “떠나는 것은/한 권의 책을 다 읽고 표지의 아름다움을 가만히 덮어두는 일과 같다”(「그러므로 떠나는 것은」)라는 구절 앞에서는 오래전 밀쳐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 펼쳐보게 될 것이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번 시집의 부제는 제1부 ‘상실이 큰 사람은 침묵을 일찍 배운다’ 제2부 ‘나는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 제3부 ‘한 곳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거기에 설움이 있기 때문’ 제4부 ‘한때의 상큼한 노래는 깨어진 조각처럼 뒹군다’이다. 상실, 우울, 설움이라는 단어도 그렇지만, 상큼한 노래마저도 깨어진 조각처럼 뒹군다는 표현에 이르면 시인과 이번 시집의 정서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은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 나를 키”웠고 그 고통의 향으로 “내가 존재한다”고 노래한다.
“나는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 “창공을 나는 새의 날갯짓만큼 고통이 나를 키운 셈인데,/나의 이마에는 새의 혀가 핥고 간 꽃잎의 흉터가 아직도 남아 있다//떨어진 꽃잎은 쓸쓸하여도 그 향은 오래 남아서 내가 존재한다”(「낙화」)
그러한 믿음으로 시인은 폐가가 된 옛집에서 “녹슨, 붉은 못 하나를” 꺼내 들고, “누군가 내 갇힌 문장 밖에서 머잖아 친절한 노크로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폐가」)고 희망한다.
시인이 노래하는 ‘괜찮은 꿈’이란 결코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폭설로 고립된 한 마리 짐승처럼 생사의 갈림길에서 부르는 절체절명의 노래다. “눈길에 미끄러져 바둥대던 고라니” “여러 번 무릎을 세우려다 넘어지고 그러나 마침내 일어서서, 애쓰면서 제 길을 걸어갔던 거야”(「괜찮은 꿈」)
그는 고립을 자초하는 시인이다. 별들이 가장 어두운 순간에 가장 밝게 빛나는 것처럼 그는 “별들의 파수병” 또한 자처하는 시인이다.
“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은 관(棺) 속의 적막처럼 텅 빈 눈으로 꿈을 꾼다 밤이 오면 하늘이 그를 데리고 가서 별들의 파수병으로 세우고 이른 아침에 내려보낸다”(「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
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등을 펴냈으며,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딱따구리가 산을 통째 쫀다
어느 하루만이라도 붕대를 풀고 오는 저녁이었으면 바랄 때, 딱따구리는 또 내 가슴을 쫀다
- 「저녁 편지」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노식
2015년 『유심』 신인상 등단.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2017), 『시인은 외톨이처럼』(2019), 『마음 밖의 풍경』(2022-문학나눔),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2023),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2024-문학나눔). 시화집『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2024), 『제주에 봄』(2024).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현재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며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5 시인의 말
제1부 상실이 큰 사람은 침묵을 일찍 배운다
13 무늬
14 오래 흔들리는 잎들은
15 괜찮은 꿈
16 산정 위의 별 하나
17 폐가
18 모과
20 슬픔을 바다에 뿌릴 때 불두화는 눈을 뜨고
22 그러므로 떠나는 것은
23 시인의 이별
24 구름의 자화상
25 나와 무관한 일
26 그해 겨울의 동호해변
27 계절 밖으로 난 길
28 연민 - 고흐의 ‘sorrow’에 대하여
30 새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31 가여운 날
32 가을밤의 호수
33 침묵
제2부 나는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
37 낙화
38 나는 낮달을 보며 외로움을 키웠다
39 연두
40 흰,
42 입술을 다문 꽃
43 추함에 대하여 - 송기원 선생과 백련재에 머물 때 2022. 12. 9
44 어느 날의 새벽 - 송기원 선생께. 2023. 5. 11.
46 슬픔의 길
47 말투
48 그 사잇길에 외로이 서서
49 구김이 오는 일
50 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
51 부끄러움은 어디서 오는가 - 누운 여자. 1941, 이중섭
52 저녁은 여전히 사랑을 끌고 다닌다
53 냉소적인 이유
제3부 한 곳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거기에 설움이 있기 때문
57 흐린 날은 생각이 멀리 간다
58 여름의 전설
59 사과와 새
60 구름의 예언
61 빗속에서
62 여름밤의 별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지
64 안부
65 여름이 오면
66 이미 바랜 잎들
67 달의 표정을 따라서
68 풀벌레 소리에 귀를 열고
69 저녁 편지
70 안개의 집
71 비켜 가는 얼굴
72 하얀 것
제4부 한때의 상큼한 노래는 깨어진 조각처럼 뒹군다
75 잊힌 얼굴
76 백로
77 언 땅
78 눈雪 같은 그
79 늦게 아는 건
80 어떤 아픔
81 설원
82 인내
83 강물 속에 핀 꽃
84 겨울 오후의 풍경
85 저녁의 빗줄기
86 입술을 깨무는 밤
87 우리는 그동안
88 열이레 달
89 밤
90 밤눈
91 발문 박노식의 시집 『괜찮은 꿈』과 운주사의 꿈 겹쳐 읽기 _ 곽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