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산하세계문학 5권. 캐나다 퀘벡 출신의 작가와 화가가 독특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만들어낸 작품. 조르주가 열일곱 살 겨울부터 열여덟 살 봄까지 겪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는 일종의 통과의례 지점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소년이 이성에 눈을 뜨고, 사소한 사건들을 겪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알아 간다.
이 시기는 또한 교차점이다. 독서가 유일한 취미인 소년이 책이라는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사이에서 방황한다. 어느 날 부터인가 그가 읽는 다양한 책들과 생각이 피부에 글자와 그림이 되어 나타나는데, 이것은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는 '영혼의 상태'가 몸을 통해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소년은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출판사 리뷰
소년은 이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이 소설은 조르주가 열일곱 살 겨울부터 열여덟 살 봄까지 겪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는 일종의 통과의례 지점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소년이 이성에 눈을 뜨고, 사소한 사건들을 겪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알아 간다. 이 시기는 또한 교차점이다. 독서가 유일한 취미인 소년이 책이라는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사이에서 방황한다. 어느 날 부터인가 그가 읽는 다양한 책들과 생각이 피부에 글자와 그림이 되어 나타나는데, 이것은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는 ‘영혼의 상태’가 몸을 통해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소년은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캐나다 퀘벡 출신의 작가와 화가가 독특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사랑받지 못하는 사랑은 슬프다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자면 조르주는 너무도 평범하고 정상적인 소년이다. 나이에 걸맞게 조르주도 이성에 눈을 뜨고 사랑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침내 조르주는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놓을 대상을 만난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상의 여인 자셍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작은 스낵바에서 일하는 자셍트는 알 듯 모를 듯 모호한 태도로 조르주를 혼란에 빠뜨린다. 사랑하는 이에게 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도 못하는 경계가 아슬아슬하다. 이때부터 조르주에게 이상한 징후가 나타난다. 그가 읽은 책의 주인공이나 내용들이 얼굴에 그림이나 글로 나타나는 것이다. 처음 나타난 것은 상상 속에 사는 슬픈 몽상가 돈키호테. 돈키호테의 모험이 그랬듯이, 불확실한 대상에 대한 열정은 섬세하고 예민한 이 소년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낮처럼 아름답고 궂은 날씨처럼 고약한 이 사랑.’ 이것은 프레베르의 시 구절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음에 읽은 것은 생텍쥐페리처럼 우편 비행기를 몰았던 장 메르모즈. ‘작은 비행기는 날개 가득 겨울을 싣고 날았다.’ 아폴리네르의 시는 조르주의 슬픈 체념을, 보들레르의 시는 조르주의 절망을 드러낸다. 이처럼 조르주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식들은 그때그때의 내면적 상황을 내비친다.
두 개의 세계, 두 개의 이야기조르주의 이야기는 두 개의 축을 따라 진행된다. 하나는 보상받지 못하는 조르주의 서글픈 사랑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사연과 나란히 진행되며 등장하는 랭보, 매컬러스, 미롱, 데자르뎅, 지게르 등 십여 명 작가들의 시와 소설이다. 대위법 양식의 곡에서 두 개의 선율이 나란히 달리며 빚어내는 관계처럼, 조르주의 현실 세계와 상상의 세계가 대립과 긴장을 이룬다. 그러다가 이야기는 점차 한곳으로 모이면서 다른 지점을 향해 상승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절망한 조르주는 ‘마음은 한 마리 새’가 되어 집 밖을 떠돌다가 폐허가 된 호텔에 몸을 눕힌다. 이곳에서 만난 자크는 조르주의 몸에 새겨지는 표식을 읽고 이해해 준 첫 번째 독자이다. 또한 그는 삶이란 깨어진 조각들로 가득하지만, 그것들을 차례대로 늘어놓으며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긴 잠을 자고 난 조르주에게 이제 봄이 왔으니 밖으로 나가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조르주의 열이 오른 얼굴에 이야기가 하나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조르주 자신의 이야기이다.
열일곱 살엔 누구나이 소설에서 화자는 좀처럼 사건의 흐름에 개입하거나 논평하지 않는다. 화자는 3인칭 주인공의 뒤에 서서 그의 눈을 통해 다른 인물을 만나고 대상을 바라본다. 서술의 초점이 조르주에 맞추어져 있기에, 독자 역시 그의 생각과 느낌을 따라 사건을 받아들이고 체험하게 된다. 그의 막연한 열정과 알 수 없는 불안감 같은 심리 상태까지도. 이 소설에서 인용되는 다양한 작품들의 세계가 조르주의 현실과 접점을 이루게 되는 것은 이런 조율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열일곱 살엔 누구도 진지하지 않네.’ 랭보의 시 <소설>의 첫 구절이다. 이 시를 읽어 보면 유월의 밤을 맞이하는 청춘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 구절은 이
야기가 절반 정도 진행될 무렵에 등장하는데, 처음엔 뜬금없다는 느낌도 준다. 왜냐하면 조르주는 심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자셍트에게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내 알 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의 경험과 내면의 변화라는 사실을. 결국 사랑했던 대상도 기억의 조각이 되어 시간의 저편에 남게 될 것이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소년은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조금은 낯선 형식의 성장소설소설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은 조르주 P.로 소개된다. 성이 무엇인지는 끝 장면에 이르러 주인공이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밝혀진다. 조르주 파피에. 프랑스어에서 ‘파피에Papier’는 보통명사로 종이를 뜻한다. 무엇이든 그 위에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와 조르주의 살갗은 서로 통하는 셈이다. 읽는 책의 내용이나 생각, 느낌이나 욕망이 몸에 새겨진다는 독특한 착상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하다. 이와 더불어 안개 속을 헤쳐 나가는 것처럼 불확실했던 조르주의 정체성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었는지도 드러난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된 조르주 파피에는 자기 책의 맨 앞 장에 롤랑 지게르의 시 한 대목을 옮겨 적는다. ‘새벽은 저녁에 기댄 너의 왼쪽 젖가슴’. 그토록 간절했던 소망과 열정과 절망의 시간을 보낸 뒤에 새벽은 다가온다. 《진지하지 않은》은 예술가소설의 특성을 끌어들인 성장소설이다. 소재의 외연이 넓어지긴 했지만, 보여주기 위주의 폐쇄적인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우리 청소년소설에 도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 소개
저자 : 레몽 플랑트
캐나다에서 태어났으며, 몬트리올의 퀘벡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청소년 프로 그램을 맡아 1,000편이 넘는 방송 대본을 썼으며, 동요 가사를 400곡 넘게 썼고, 소설도 40여 권 남겼다. 청소년을 위한 문학 강연과 글쓰기 교육에도 힘쓰다가 2006년에 5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