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1. 소통과 불통 사이, 이제 관계 맺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바야흐로 소통이 넘쳐나는 시대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만남과 대화의 물리적 제약을 없애주었다. 이제는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안부를 묻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그런데 이렇게 더 많이 소통하는데도 우리는 왠지 겉도는 느낌을 받곤 한다. 내 속마음을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적어지고,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거나 왜곡된 관계 형성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가상 공간에서 만나고 대화할 때 실제 우리는 혼자 작은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 역설의 풍경이 피상적이고 소외된 관계 맺기의 상징적인 모습 아닐까? 어쩌면 지금은 불통의 시대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관계와 관련된 말의 쓰임도 많이 달라졌다. SNS에서 친구란 그저 ‘추가’하거나, 좀 안 맞으면 ‘차단’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사람도 이제는 애인이 아니라 가볍게 남자·여자 친구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친구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느냐라는 문제를 넘어서, 누군가와 맺는 관계 전반의 변화를 보여준다.
새로운 소통의 시대, 쿨(cool)한 관계 맺기가 미덕인 지금이야말로 관계 맺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 아닐까?
2. ‘위로’는 당신의 관계를 바로잡아주지 않는다소통과 불통이 혼재된 세상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출판계의 키워드는 ‘감정’과 ‘상처’였다.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의 감정을 잘 추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 자기계발서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호응도 많이 얻었다. 하지만 독자들은 대개 이런 책을 읽는 중에는 위안을 얻지만, 지나고 나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끼곤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책들은 현상만 건드릴 뿐, 개개인이 느끼는 소외감의 시발점인 ‘관계’를 깊이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은 학교 폭력을 다룬 책들에서도 나타난다. 학교 폭력이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이와 관련한 청소년 도서와 교육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이들 역시 폭력이라는 현상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교 폭력의 본질은 ‘왜곡된 관계 형성’일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 자체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고, 어떻게 하면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지 짚어주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 《내 친구를 찾습니다》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이 중심을 잡고 타인과 제대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책이다.
3. 떠오르는 인문학 게릴라 몸문화연구소의 두 번째 청소년 프로젝트이 책을 쓴 몸문화연구소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인문 저자 집단이다. 높아지는 몸에 대한 관심을 인문학적으로 연구하고자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모여 활동해온 이 연구소는 최근 들어 몸이라는 테마에만 국한되지 않고 《마이크로 인문학》 시리즈, 《권태》, 《성과 인간에 관한 책》 등 인간과 삶에 대한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또한 《내 몸을 찾습니다》를 시작으로 청소년 분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청소년기가 몸에 대한 관심이 가장 가장 왕성한 때이고, 한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 친구를 찾습니다》는 이렇게 종횡무진하는 몸문화연구소가 오랫동안 벼려서 야심 차게 내놓은 책이다. 2011년 출간되어 큰 주목을 받았던 《내 몸을 찾습니다》 이후, 몸문화연구소는 정체성을 찾고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기에 가장 필요한 주제가 무엇일지 오랫동안 궁리했다. 그리고 찾은 답이 바로 ‘관계’다.
4. 인문학의 눈으로 바라본 ‘요즘 관계 이야기’관계 맺기는 기술이 아니다. 가치관과 철학의 문제다. 나의 정체성과 개성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잘 헤아려야 한다. 서로가 마주친 상황도 중요하다. 결국 n명의 사람과 맺은 n개의 관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계 맺기에 대한 단편적인 스킬은 실제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계 맺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해보는 것이다. 관계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남들에게 보이는 나와 내가 아는 나는 얼마나 다른지,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에게 나는 각각 어떻게 대하는지, 차이가 있다면 왜 그런지 등등. 그런데 이런 질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결국 정체성과 철학의 문제와 직결된다. 즉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곧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물론, 이 새로운 관계의 시대에는 그에 맞는 고민이 필요하다. 나이나 사회적 입지, 친족 등으로 이뤄졌던 전통적인 관계에 균열이 가고, 가상 세계와 같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지금, 청소년이 맺는 관계의 방식과 양상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이제는 청소년이 피부로 느끼는 ‘요즘 관계 맺기’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치고 있는 시의적절한 관계의 양상과 사례를 역사.문화.사회.심리학을 넘나들면서 풍성하게 펼쳐놓는다. 연애, 우정 가족과 같은 전통적인 관계에서부터 SNS, 나 자신과의 관계, 관계중독 등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새로운 주제까지, 아홉 가지 관계 이야기가 담겨 있다(아래 ‘각 장의 주요 내용’ 참조). 그중에서도 4장 [나를 사랑하는 법]에서 설명하는 ‘모든 관계의 전제는 나 자신과의 관계 맺기’라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더불어 각 장 내용을 압축한 귀여운 일러스트는 독자들에게 잠시 쉬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제공한다.
관계를 잘 맺는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또한 나의 정체성은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은 곧 나를 성장시키는 길이다. 이것이 특히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교사나 부모도 이 책을 읽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면 청소년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장의 주요 내용1장. 최고의 사랑을 하려면 - 연애
지금의 연애에 관한 생각과 그 양상들을 우리는 왜 당연하게 여기는 걸까? 역사를 돌아보면, 한 사람과만 연애하고 결혼해 평생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은 불과 200여 년 전에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 자유로운 연애는 1910년대에 와서야 시작되었다는 사실! 우리의 연애관이 형성되는 데 숨은 실체를 제대로 바라봐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다.
2장. 달라서 더 특별한 사이 - 우정
우리에게 친구란, 우정이란 어떤 의미일까?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 같이 놀아줄 사람? 필요해서 서로 도와주는 사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보다 상대를 생각하는, ‘목적으로서의 우정’이 참된 우정이라고 했다. 한편 안도현 시인은 [간격]에서, 숲이 울창해지려면 나무들 사이에 충분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간격을 유지하는 것, 기꺼이 친구를 위해 나를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 우정을 깊게 만드는 길이다.
3장. 손바닥 세상의 소통법 - 스마트폰과 SNS
실제 세상과 가상 세계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테크놀로지는 이미 인간의 통제를 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영화 [매트릭스]와 같이, 머지않아 사람들은 기술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어느 정도 그렇지 않은가!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첨단기기를 사용하려면 먼저 나의 ‘욕망’과 ‘필요’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참된 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시간과 함께 성숙해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자.
4장. 나를 사랑하는 법 - 나와 나의 관계
퍼스낼리티(인격)는 가면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페르소나’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시대에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을 직접 드러내려고 가면을 썼는데,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도 그와 비슷하다. 우리는 자기소개를 할 때 나를 객관화하여 드러낸다. 이 글은 객관화된 자아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설명하고, 진정한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보는 나(주체)’와 ‘보이는 나(객체)’ 사이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5장. 이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 가족
아빠와 엄마는 왜 나에게 무조건 주기만 해야 하고, 나는 왜 시키는 대로 해야 할까?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저절로 부모의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이 글은 사회가 어떻게 가장 노릇과 모성 본능을 강요하는지, 그로 인해 어리고 서툰 남녀가 어떻게 미숙한 부모가 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아빠, 엄마, 자식이라는 이름 대신 서로를 한 개인으로서 받아들이고 평등하게 소통하자고 제안한다.
6장. 어려진 어른과 어른스러운 청소년 - 어른과 권위
3000년 인류사는 가장의 권위가 추락해온 역사로 봐도 과장이 아니다. 고대에 자식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었던 부권은 신(하느님), 왕, 국가로 이전돼왔다. 자식을 교육하고 먹이는 책임마저 국가가 짊어진 지금, 권위를 상실한 어른들은 더 어려지고 싶어한다. 사회는 더 새롭고 효율적인 것을 우위에 둔다. 이제 청소년들과 어른 노릇 못하는 어른들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답은 인격에서 우러나오는 ‘참권위’에 있다.
7장. 환상과 현실의 관계 맺기 - 연예인 팬덤
아이돌이 춤을 추면서 ‘걱정 마, 힘이 돼줄게’라고 노래한다. 우리는 그들과 만날 일이 없고, 그들이 우리를 실제로 돕지도 않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위안과 힘을 얻는다. [아바타] 같은 영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장면들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허무맹랑하게 보기는커녕 분노하고 감동하며, 때로는 그 감정이 내 삶이나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실제가 아닌 것에 우리는 왜 감응하고, 어떻게 그것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미학으로 바라본 대중문화와 팬덤 이야기.
8장.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 관계중독
진구는 여자 친구에게 누나 것까지 훔쳐서 줄 정도로 깊이 빠지지만, 매번 오래 가지 못한다. 지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친구가 카톡에 바로 응답하지 않으면 크게 낙담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 글은 관계중독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증상, 원인, 치유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독자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9장. 당신에게는 진짜 멘토가 있습니까? - 멘토링
지금은 멘토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설문 결과를 보면, 자신에게 멘토가 없다는 응답이 절대 다수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글은 ‘국민 멘토’로 자리매김한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그 이유를 살핀다.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멘티로서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고 활용하는 멘토링 전략을 제안한다.
우리 한번 생각 실험을 해 보기로 합시다. 눈을 감고 내가 유리컵이라고 상상을 해 봅시다. 그리고 다른 유리컵에 내가 가볍게 부딪친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어때요? 건배하듯이 쨍하고 맑고 경쾌한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이제는 힘껏 세게 부딪친다고 상상해 봅시다. 어떤가요? 날카로운 소리가 나면서 내가 산산조각으로 깨지고 말 겁니다! 그런데 만약 나와 부딪힌 것이 종이컵이었다면 나는 깨지지 않고 그대로 있겠지만, 종이컵은 아마 귀퉁이가 찌그러졌을 것입니다.
- 에필로그
진정한 우정의 관계는 나와 친구를 동일성의 원리로 묶지 않습니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할 때 차이와 개성을 존중하는 일이 훨씬 쉬워집니다. 선한 것으로서의 우정, 목적으로서의 우정은 친구를 타인으로 전제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그것은 단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라며 관계를 부정하는 고독한 사람의 태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차이를 성찰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간격’을 유지하면서, 관계와 친구 그 자체를 사랑할 때 아름다운 우정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 2장. 달라서 더 특별한 사이_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