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괴물과 함께 ‘나는 누구인가?’의 답을 찾아가는 철학소설
― 201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 당선작!『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여성작가 메리 셸리가 열아홉의 나이에 쓴 작품으로 문학성과 주제의식에서 고전의 반열에 오른 문제작이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천재 박사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했으나 흉측한 외모 때문에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저주받은 삶을 살아가는 괴물의 좇고 쫓기는 이야기다. 줄거리 자체만으로 문학적 완성도와 재미가 완벽한데, 긴박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곳곳에 만만치 않은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관계에 대한, 사회에 대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들. 이 책은 『프랑켄슈타인』의 스토리를 씨줄로 하고 거기에서 파생된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날줄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청소년을 위한 철학소설이다.
괴물로 태어난 세상,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사춘기가 되어 갑자기 괴물 취급당하는 아이들, 자기 몸이 괴물로 변하는 걸 느끼는 아이들. 갑작스런 변화로 낯설게만 느껴지는 세상은 또 얼마나 부조리한가?
이 책은 마치 작가가 괴물이 된 듯한 심정으로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을 붙잡고 씨름하며, 나를 괴물로 만들어 이 세상에 던진 신에게 왜 세상은 이 따위로 창조되었는지, 또 나는 왜 이렇게 괴물스러운지 처절하게 묻는다.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양철학의 주요개념들을 접하게 된다.
자기도취에 빠져 생명을 창조했으나 괴물임을 알고 달아난 프랑켄슈타인 박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 철저히 배척당하는 괴물,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깐족대기 달인 플라톤 영감
이제 그들의 치열한 철학적 토론이 펼쳐진다.
첫째, 나는 존재한다. 고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느낌 말이오? 그러니까 처음 눈떴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최초의 순간을 떠올리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오.…불이었소. 사방이 온통 붉은 빛이었고, 그 빛과 그림자가 눈앞에서 정신없이 너울거렸소.(본문 8-12쪽)
태어난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깐족대는 영감 플라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불쌍한 괴물. 플라톤의 대화법에 영락없이 낚여들어 생각을 이어가는 괴물을 지켜보다 보면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존재론과 인식론적 사유에 빠져들게 된다. 플라톤은 혼돈에 빠진 괴물 앞에서 한껏 지식자랑을 하면서, 세상의 본질(아르케)을 찾으려 했던 고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르케인지 나발인지는 이제 됐고.”
“그러니까 자네가 괴물 취급을 받는 거라고.”
“이봐, 사람이라면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어. 그걸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살 수가 없거든.”
“그게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가 아니야. 이 세계는 무엇이고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지 않는 존재를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어. 애초에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인류는 없었을 거야.”
“이봐, 자넨, 괴물일까? 인간일까? 궁금하지 않나? 자네의 괴로움은 그걸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본문 33-35쪽)
플라톤의 질문은 괴물을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눈을 뜬 뒤 본능으로만 움직여왔던 괴물은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의심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한다. 난 대체 어떻게 태어났고, 나를 이 따위로 태어나게 만든 창조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둘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일까?’깐족대기 달인 플라톤은, 괴물을 만들어낸 자신의 오만함에 괴로워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찾아가, 또 그놈의 대화법이라는 낚시를 던진다. 인간의 본질인 ‘이성이란 뭐지? 다른 어떤 생물에게도 없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인 이성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한다는 것은 대체 뭐야?’ 플라톤의 질문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괴물을 만들어낸 이유를 끄집어낼 때까지 집요하게 이어진다.
플라톤은, 이성이란 인간의 가장 큰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발휘하고 살지 못했던 인류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으며, 중세시대에는 인간의 이성보다 신을 중심으로 사고했기에, 인간은 인간답지 못했다고 역설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성이 제대로 발휘됐을 때에만이 인간답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영혼을 가진 존재요. 이성, 그러니까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란 말이오.”
“그렇다면 영감님 말씀은 중세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었단 말씀인가요?”
“그럴 리가. 그렇다면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당신이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그건 아니잖소.…아니, 그게 아니고…그러니까…인간답지 못하게 살았다는 거하고 인간이 아니었다는 거하고는 분명 다르지 않겠소? 말하자면 그들은 인간임에도 인간답게 살 수 없었다는 거요. 이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을 인간다운 사람이라고 할 순 없지.”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이런 존재가 있다면…그러니까…몸은 사람이되 이성은 불완전한…그런 생물체가 있다면 그는 사람입니까, 아닙니까?”
“당연히 불완전한 사람이겠지요. 가만, 그건 내가 예전에 실제로 본 어떤 괴물 같은 존재로군요?”(본문 68-70쪽)
셋째, 나는 분노한다. 고로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괴물은 흉측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살해의 위협을 받는다. 그럴수록 사람의 정이 그리운 괴물은 한 가난한 가족을 멀리서 정성껏 돌봐주지만, 그들 역시 괴물을 배척하고 배신한다. 이제 분노만 남은 괴물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프랑켄슈타인 또한 분노와 동시에 고민에 빠진다. 괴물에게도 정의가 있다면 과연 괴물의 정의와 인간의 정의가 조화로울 수 있는지? 괴물이 받아야 할 몫은 무엇인지?
“복수만이 자네의 고통과 원한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에게 인간의 도덕, 시민 사회의 법칙을 말하지 마시오. 다시 말하지만, 괴물에겐 괴물의 도덕 법칙이 있으니.”
“나는 약속을 어기고 신의를 저버린 자를 존중할 생각은 없소. 더구나 자신이 창조한 존재의 고통과 슬픔은 외면한 채 그 존재가 자신이 속한 무리에 입힐 해악만 두려워하는 자라면.”
“나는 그를 심판할 거요.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나를 이 낯설고 험한 세상에 던져 놓고 그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존재를 응징하는 건 나의 권리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건 나의 정의요.”(본문 177-178쪽)
아이들이 이야기의 마법에 이끌려 근본적인 문제도 구체적으로 공감하게 되고,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면 철학은 더 이상 골치 아픈 학문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자신 앞에 놓인 여러 문제와 난관을 해결해나갈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친구같이 편한 존재가 될 것이다. 『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은 바로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야기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만화로 만화에서 다시 철학으로!원작자 메리 셸리도 울고 갈 만큼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주렁주렁 매단, 원작의 괴물보다 이백 킬로그램은 족히 무거워진 듯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위해 일러스트레이터 원혜진의 만화가 동원되었다. 『아! 팔레스타인』으로 2013년 부천국제만화대상 어린이상을 수상한 작가는 원작의 진지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괴물, 프랑켄슈타인, 플라톤영감을 개성이 한껏 살아난 캐릭터로 형상화함으로써, 스토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철학적 주제가 한눈에 쏙쏙 들어올 수 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