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폭풍우 치는 밤에』의 작가 아베 히로시 자전 에세이
철부지 소년이 막막한 사춘기를 거쳐,
동물원 사육사로, 그림책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폭풍우 치는 밤에』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아베 히로시가 쓰고 그린 자전 에세이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뚜렷한 꿈은 없었던 저자가 철공소 노동자, 동물원 사육사를 거쳐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저자가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면서 느낀 즐거움과 고통, 생명의 경이로움과 존엄함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물들을 돌보며 겪었던 흥미진진한 일화들과 함께 교과서적인 생태 정보를 넘는 생명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천성이 명랑하고 익살스러운 수달, 눈싸움 놀이를 즐기는 코끼리, 겉보기와는 달리 예민한 고릴라의 성격 등 수년간 동물들과 지내 온 사람만이 파악할 수 있는 동물들의 습성과 삶을 생동감 넘치게 풀어낸다. 아울러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도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등을 성찰하게 한다.
뚜렷한 꿈이 없던 평범한 소년이 그림책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어린 시절 저자는 막연히 자연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아이였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외삼촌네 철공소에서 일하다가 사육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홋카이도에 세 번째로 생긴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운 좋게 취업하게 된다. 경고문이나 안내 표시판 등 동물원에 필요한 그림을 그리다가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사육사 겸 그림책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고,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삶의 길은 우연의 연속이다. ‘우연’이란 요소가 있기에 세상이 더 의미 있고 즐거운 게 아닐까.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것들을 말해 준다. 고단샤 출판문화상과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아베 히로시는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동물원 사육사로 지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육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또 그곳에서 우연히 그림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돌아보면 세상에는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진로를 만들어 가기보다 우연히 결정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베 히로시도 우연히 그리고 천천히 꿈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희망을 준다. 이 책에서 아베 히로시는 꾸밈없고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왜 꿈이 없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청소년 시기에는 누구나 이런 고민을 겪는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일찍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목표를 정해 꾸준히 달려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꿈이 없다고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아베 히로시의 경우처럼 인생의 길은 사람에 따라 조금 늦게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한 목표를 정하고 정진해 온 소수의 사례에 굳이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흥미의 안테나’를 펼쳐 두라고 힘주어 말한다. 끊임없이 흥미 있는 일을 발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안테나에 무언가 걸려들고, 그럼 그것에 열중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것에 대한 열정이 식는다면 또 다른 흥미를 찾아 열중하면 된다고 말한다. 아베 히로시는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찾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잘 내디뎌야 한다고 조바심 내는 젊은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베 히로시가 보고 느낀 생명과 죽음 이야기1948년 홋카이도 출생. 올해로 예순여섯 살이 된 아베 히로시는 지난 삶을 돌아보며 살아오는 동안 만난 ‘생명과 죽음’에 대해 회고한다.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여치를 발견한 추억부터 사육사가 되어 경험한 동물의 탄생과 죽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 느낀 생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쥐를 먹는 구렁이 이야기, 우리를 탈출해 달아난 원숭이 이야기 등 동물원에 살지만 야생 본능을 숨길 수 없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붉은 저녁 해가 산기슭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릴라 이야기, 담당 사육사가 출장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눈을 감은 늑대의 이야기 등 사람보다도 사람다운 데가 있는 동물들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다.
사육사는 생명을 돌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동물의 죽음까지도 지켜보는 사람이다. 생명을 맡는 일을 하면서 아베 히로시는 동물의 다양한 ‘삶과 죽음’을 마주치고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예컨대, 살아 있는 먹잇감을 원하는 사자에게 팔팔한 토끼를 먹이로 주면서 처음에는 토끼의 생명을 가엾게 여기지만, 잡아먹은 사자의 생명 가운데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쓸데없는 죽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동물 이야기에서 나아가 저자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는 머리말에서 동물처럼 인간도 언젠가 죽지만 이를 피할 수 없음을 언급하며 주어진 생을 온 힘을 다해 살아가자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통해 ‘생명과 죽음’이란 추상적인 주제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명의 본질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도록 자연스레 유도한다.
폐원 위기에 내몰렸던 아사히야마 동물원, 일본 최고의 동물원이 되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인구 40만 명이 안 되는 일본 소도시의 시립 동물원이다. 이곳은 한때 적은 입장 수입과 투자 부족으로 폐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자리 잡았다. 혁신 경영의 사례로 세계 유수의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바로 이곳이 아베 히로시가 20년 이상 사육사로 몸담았던 동물원이다.
한때 폐원 위기까지 내몰렸던 이 동물원의 성공 이면에는 아베 히로시를 포함한 여러 사육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사육사가 각자 담당하는 동물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원 포인트 가이드’라는 것을 시도했다. 이는 도감해설 같은 설명이 아니라 담당 사육사가 동물을 돌보며 생긴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이라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고, 이러한 일이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몰리게 된다.
또, 아베 히로시의 스케치 실력도 큰 몫을 했다. 예산이 거의 없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그는 동물을 돌보는 일 외에 동물 생태 해설판을 직접 그렸고, 전문 업자에게 맡기기에는 돈이 많이 드는 안내 표지판이나 포스터 등도 직접 맡아 그렸다. 동물원에서 시작한 이런 그림 작업들을 통해 아베 히로시는 ‘그림 그리는 사육사’로 조금씩 주목받게 되고, 가끔 동물 그림을 그려 달라고 의뢰를 받는다. 아베 히로시는 작업비 대신 받은 종이로 동물원 홍보 기관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사육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예산이 제로임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되찾게 된다.
예산이 없지만 아베 히로시와 동료 사육사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낸다. 그들은 미래의 이상적인 동물원을 상상하며 생각을 모으고 보고서로 만든다. 그리고 아베 히로시는 이를 스케치로 그린다. 훗날 동물원장이 아사히카와 시 예산을 결정하는 공청회 때, 그 상상의 미래 동물원 보고서를 가지고 시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때 아베 히로시의 그림은 큰 힘을 발휘한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미래를 설명할 때 그의 그림이 이해를 도왔고 결정적으로 시장을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16년 만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큰 예산이 생기며 대개혁이 일어나게 된다.
그들이 만든 상상의 동물원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동물이 가장 동물답게 살면서 사람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었다. 이 책은 사육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도전으로 성공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이며 더 나아가 사육사의 역할,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투박한 듯 자유로운 아베 히로시의 그림아베 히로시의 그림은 거친 듯 자유롭고,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책이나 영상에서 보거나 동물원 창살 너머에서 살펴보고 그린 동물 그림과는 다른 생동감이 넘친다. 저마다 다른 동물들의 개성이 표현되고 그림 하나하나에 익살스러운 묘사가 있다. 그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동물의 숨결을 느끼며 일해 왔기에 그의 그림에서는 동물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스토리가 느껴진다. 이것이 아베 히로시만이 가진 엄청난 강점일 것이다. 사육사로서의 오랜 경험과 풍부한 동물 지식이 그의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나는데, 아베 히로시의 동물원 이야기와 더불어 곳곳에 있는 그림들이 현장의 생생함과 더불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느 날, 내가 여느 때처럼 호박밭에 누워 있자니, 누군가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눈만 움직여서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는 호박 이파리, 위로는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무엇인가가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일까.
“어!” 하고 바로 옆 풀숲을 보니, 여치가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여치가 서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여치를 발견하는 비법을 깨우쳤다. 여치는 찾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찾으면 찾을수록 잡을 수가 없다. 가만히 조용하게 자연 가운데 있으면, 여치란 놈이 만나러 오는 것이다. 나에게는 대발견이었다. 이 발견을 누구에게 가르쳐 줄까. 나는 호박밭에서 뛰어나왔다. 빨리 친구들이나 사촌들에게 ‘비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니까, 또 하나 걱정이 됐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여치를 발견하는 ‘비법’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다. ‘비법’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으면, 내 몸에서 끝나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점점 자라서 어른이 되고, 더불어 여러 가지 ‘언어’를 익혀서 내가 깨달은 ‘비법’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외삼촌이 전쟁 전부터 철공소를 하고 있었다. 아주 멋진 외삼촌으로, 일을 찾고 있던 내가 상담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래, 히로시, 여기로 와라.”
나는 외삼촌의 철공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외삼촌은 내가 철공소에서 일하는 것을 아주 반겼다.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언젠가 내게 사업을 맡기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 철공소에서는 체육관이나 라이스 센터, 무도관 등 커다란 건물의 철골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단히 일을 잘해서 평판도 높고, 곧잘 작업을 의뢰받았다.
기술자가 서너 명 있었다. 무거운 물건을 지거나 커다란 망치를 휘두르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일을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서,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대단히 우람했다. 반면에 나는 어땠느냐하면, 2년간 재수생이었던 탓에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호리호리했다. 체중이 겨우 48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잠깐 ‘아르바이트’ 하는 기분은 아니었다. ‘지금부터 기술자 수업이다.’라고 마음먹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