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개념어를 ‘엮으면’ 지식의 지도가 된다
EBS 강사 장운의 관점이 있는 개념어 특강대입 논술 문제에는 우리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장운 선생은 공자의 ‘시중(時中)’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모든 시험은 결국 그 시대의 ‘지적 화두’라는 토양에서 출발하기에 이 시대의 ‘때’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때’는 좌-우의 대립이 남은 상태에서 근대-탈근대의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이라고 정의한 뒤, 이를 분석 틀로 삼고 개념들에 접근한다. 이것이 체계 없이 흩어지곤 하는 개념어를 꿰는 매우 유용한 ‘실’인 셈이다. 우리는 그동안 개념을 낱개 단위로 배워 왔다. 하지만 《청소년 개념어 지도》는 82개의 개념이 분절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앞뒤 맥락을 가지고 도출된 것임을 보여 준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각 개념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주변 개념어와의 연관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다윈의 진화론이 얼마나 상이한 맥락에서 해석되어 왔는지,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경제 이론이 출발 당시의 성격에서 신자유주의로 오면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19세기 뉴턴의 절대성의 과학에서 20세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과학으로 넘어오는 혁명적 순간을 만나게 되고,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어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쓰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개념어를 엮으면 세상이 움직여 온 이야기가 된다.
통합 문제의 시대, 인문학적 기초 체력을 길러 주는 개념어 공부가 필요하다대학이든 사회든 요즘은 통섭적 사고를 요구하고, 기존의 논술과 더불어 내신에서도 서술형 문제가 출제가 이미 오랜 경향이며, 2014년 교육부가 발표한 「통합형 교육 개정 과정」에 따르면 앞으론 문·이과의 구분 없이 공통과목을 배우게 된다. 과목 간의 구분이 점점 약화되고, 어느 영역에서든 인문학적 관점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최근 수능 출제 경향을 보아도 지문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늘었다. 즉, 이제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인문학적 체력, 지문을 깊이 있게 읽어 내는 사고력, 개념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논리력이 필요하다. 해당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념들을 연관시켜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휘 학습이나, 사전적 배경지식 외우기로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청소년 개념어 지도》는 한 개념이 어떻게 다양하게 쓰이는지 보여 줄 뿐 아니라, 개념과 개념을 연관시켜 사고하는 훈련을 돕는 책이다. EBS 대표 강사인 저자가 언어·사회·과학·논술·구술 등에 걸친 핵심 개념어 82개를 골라, 그것들을 요리하는 방법을 이야기 들려주듯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친근함을 끌어내기 위해 핵심 내용을 구성한 만화도 함께 실었다. 그래서 우선 개념 하나하나를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또한 각 영역의 사상적 구조를 먼저 개괄하고, 각 개념이 그렇게 그린 지도 안에서 어떻게 배치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라 핵심을 놓칠 일이 없다. 이 책은 지문의 맥락과 핵심이 한눈에 포착되지 않을 때, 교과 간 통합적 사고를 기르고자 할 때, 논·구술 실전 훈련이 필요할 때 등 청소년의 실제적인 필요에 응답하는 책이며,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입문서를 찾는 이들에게도 튼튼한 시작점이 되어 줄 것이다.
동양은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본성이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본 맹자는 환경 때문에 악해졌지만 노력하면 다시 선해진다고 했죠? 순자는 인간이 악하게 태어났지만 사회적 예에 의해 다시 착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서양은 ‘개인’을 중시하고,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같은 성악설이라 해도, 홉스는 인간이라는 악한 존재가 선해질 수는 없다고 봤죠. 그래서 악한 인간들을 중재해 줄 강력한 국가 권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본 루소는 노자처럼 자연을 따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21~22쪽
과학 이론을 크게 나누어, 진리를 상대적으로 보는 입장과 절대적으로 보는 입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19세기 뉴턴의 과학을 근거로 한 절대주의적 진리, 절대적인 시공간, 절대주의적 사고’라는 개념에서, 20세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근거로 하여 ‘상대주의적 진리, 상대적인 시공간, 상대주의적 사고’로 이동해 왔습니다. 또한 과학에 대해 다루지만, 그것이 과학 영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님을 알아야 해요. 19세기는 절대주의의 시대이고, 20세기는 상대주의의 시대라 부를 정도로 거대한 시대적 경향입니다. -186-187쪽
언어·사탐·논구술의 열쇠, 82개의 개념어 요리법82개의 개념어는 논술 출제 문제들을 분석하여 영역 별로 중요 빈도로 가려 뽑았기에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만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사회계약설·계몽주의와 같은 근본적이고 고전적인 주제에서부터 정의론·사회생물학처럼 시의성 있는 주제들까지 담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또한 저자가 2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 방식이나 정보량을 조정하여 쉽고 명쾌하다. 이 책은 실제 강의를 각색한 것으로 이야기식이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여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담고 있다. 또한 한 개념을 여러 강에 걸쳐 다각도로 분석하고 꼼꼼히 뜯어보며 개념을 실전에 적용하는 사고 훈련을 유도하는 것이 강점이다. 기존의 개념 관련 책들은 단순 어휘 풀이이거나 개념을 다루더라도 백과사전식 구성이라 강약 없는 정보의 나열에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운 선생은 ‘배경지식’을 쌓는 것보다, ‘개념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강조한다. 개념어를 단독적으로 외우는 데서 그치지 말고, 개념어가 놓인 앞뒤 맥락을 이해하여 어떻게 이 개념을 분석하고 논의를 이끌어 갈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것이다.
본문의 구성도 그런 의도에 맞춰져 있다. 우선 각 영역에 들어가기 전 ‘지도와 나침반’ 지면에서 ‘개인주의-공동체주의’/‘근대-탈근대’의 틀로 분석한 해당 영역의 큰 지도를 제시한다. 또한 핵심 내용을 요약한 만화를 곁들여 재미와 친근함을 더했다. 그 뒤에 본격 개념어로 들어가면, 먼저 네다섯 문장의 요약문으로 워밍업을 한 뒤 그 개념어가 지닌 문제의식과 기출 포인트를 중심으로 개념들을 연관시켜 가며 풀이한다. 목차 구성 역시 세심하게 이뤄졌다. 모든 사상의 방향을 결정짓는 본성론에서 시작하여 정치 영역-경제 영역-사회 영역-과학 영역-언어 영역-문화 영역-예술 영역에 이르기까지, 가장 쓸모 있는 순서이면서도 앞의 논의가 뒤의 논의를 받아 점점 확장되는 흐름으로 있도록 구성했다. 그래서 각 개념어는 단독적으로 볼 수 있으면서도, 한 권의 흐름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되어 있어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지식의 압축판’이라 부를 수 있는 거대한 밭을 두루 둘러 보았다는 자신감이 붙는다.
진정한 ‘앎’의 기쁨을 누리자공부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그 공부가 시험을 치르기 위한 것으로 그칠 뿐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기 힘들 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청소년들이 ‘앎’을 통해 생각이 확장되는 순수한 기쁨을 느끼고, 나아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이끌어 주는 데에 있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개념어들을 연관 지어 생각하다 보면, 지식의 스펙트럼이라는 것이 생기고 결국 세상의 구조가 보인다. 마치 ‘무수한 개개의 별’로 보다가, 별자리로 묶어 밤하늘 지도를 구성하는 것과도 같다. 이런 큰 지도를 머릿속에 가지게 되면, 어떤 시험 문제를 만나든 어떤 뉴스나 책, 현상을 보든 구조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 《청소년 개념어 지도》는 세상을 움직여 온 사상들을 배움으로써,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볼 것인지 즐거운 고민을 시작하도록 돕는 책이 될 것이다.
이런 세 가지 창으로 정치·경제·사회·과학·역사·언어·문화·예술 영역의 구조를 여러분이 알기 쉽게 밝히고자 했습니다. 이런 큰 구조를 머리에 넣고, 각 개념어들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며 지식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최근 강조하는 ‘통합적 사고력’이란, 지식 전체 구조 속에서 개념의 위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개념을 다각도에서 볼 수 있고, 개념끼리의 관계 짓기도 가능한 것을 의미하는 거예요.
동양은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본성이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본 맹자는 환경 때문에 악해졌지만 노력하면 다시 선해진다고 했죠? 순자는 인간이 악하게 태어났지만 사회적 예에 의해 다시 착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서양은 ‘개인’을 중시하고,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같은 성악설이라 해도, 홉스는 인간이라는 악한 존재가 선해질 수는 없다고 봤죠. 그래서 악한 인간들을 중재해 줄 강력한 국가 권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본 루소는 노자처럼 자연을 따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