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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대 50
라임 | 청소년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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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11권. 부모의 과보호와 간섭에 갑갑함을 느끼던 열다섯 살 소년 길이 순전히 반항심으로 동물 권리 보호론자와 여러 사건을 일으키다가, ‘동물 실험’과 ‘인간의 생명’이라는 절박한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리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동물 실험’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을 균형 있게 그려 내면서도, 사춘기 소년의 치열하고 복잡한 내면을 생생하게 포착한 점이 돋보인다.

열다섯 살 소년 길은 사사건건 부딪히는 엄마 아빠와의 관계나 끝없이 쳇바퀴를 도는 것 같은 일상이 불만스럽기 그지없다. 아침 식사 시간마다 되풀이되는 아빠와의 입씨름도 지겹고, 머저리 같은 벤과 어울려 다니는 자신의 절친 루이스도 한심스러울 뿐이다. 길의 마음은 외아들인 자신을 과보호하는 부모님의 숨 막힐 듯한 간섭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으로 늘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인지 필연인지 동물 권리 보호론자인 주드 형을 만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아빠가 하는 일이 동물 실험과 관련된 연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길의 삶은 예기치 못한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길은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 속에 기꺼이 밀어 넣는 주드 형이 자유와 반항의 아이콘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형이 아빠를 잠깐 만났을 때, ‘동물 실험’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아빠를 화나게 하는 것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다. 이로써 길은 큰 고민 없이, 주드 형과 함께 동물 실험 반대 운동을 하면서 아빠와 대립각을 세우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는데….

  출판사 리뷰

“모든 생명은 다 똑같아.
그 어떤 생명도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고통받거나 죽어서는 안 돼.”


동물의 권리 vs. 엄마의 생명?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면 엄마의 치료약을 못 만든다고?

사춘기의 즉흥적인 충동과 부모에 대한 반항심으로
무작정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열다섯 살 소년 길,
엄마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동물 실험으로 치료약을 개발해야 한다는데…….

‘동물 실험’과 ‘생명 윤리’를 균형 있는 시각으로 그리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동물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괴담에 가까우리만치 섬뜩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의학의 발전과 인류의 삶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의 이야기든지 간에 확실한 것은 동물 실험이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채식주의와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 실험이나 동물의 권리 보호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있다.
동물 실험은 동물의 유전적 특징을 관찰하는 조사를 비롯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세제와 화장품, 그리고 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험을 일컫는다. 매우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의학, 생물학, 약학 등 다방면에서 실험용으로 사용되며, 그 수 또한 세계적으로 연간 약 5억 마리, 국내에서는 500만 마리 이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동물 실험은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에 필수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새롭게 개발한 약물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동물 실험을 거치도록 의무화했을 정도로 당연시되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입장 또한 공고해졌다. 옛날 사람들은 인간과 달리 동물에게는 정신이 없어서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동물행동학 연구를 통해 동물에게도 지능이나 문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쾌락이나 고통도 느끼기 때문에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처럼 동물 실험과 관련해서, 현대 의학의 발전에 동물 실험이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인간이 가진 질병 3만 가지 중에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고 인간과 동물에게서 다른 효과를 보이는 약물의 사례를 들어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2013년부터 동물 실험을 한 모든 화장품은 유럽연합 내 27개국에서 판매가 금지되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 업계를 중심으로 동물 실험 반대 바람이 불고 있다.
《50 대 50》은 ‘동물 실험’이라는 논쟁적인 주제를 ‘인간의 생명’과 연계지어 사춘기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 내고 있다. 부모의 과보호와 간섭에 갑갑함을 느끼던 열다섯 살 소년 길이 순전히 반항심으로 동물 권리 보호론자와 여러 사건을 일으키다가, ‘동물 실험’과 ‘인간의 생명’이라는 절박한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리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동물 실험’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을 균형 있게 그려 내면서도, 사춘기 소년의 치열하고 복잡한 내면을 생생하게 포착한 점이 돋보인다.

동물의 권리 vs. 엄마의 생명?
동물 실험을 둘러싼 이분법적 시선을 탈피하다

열다섯 살 소년 길은 사사건건 부딪히는 엄마 아빠와의 관계나 끝없이 쳇바퀴를 도는 것 같은 일상이 불만스럽기 그지없다. 아침 식사 시간마다 되풀이되는 아빠와의 입씨름도 지겹고, 머저리 같은 벤과 어울려 다니는 자신의 절친 루이스도 한심스러울 뿐이다. 길의 마음은 외아들인 자신을 과보호하는 부모님의 숨 막힐 듯한 간섭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으로 늘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인지 필연인지 동물 권리 보호론자인 주드 형을 만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아빠가 하는 일이 동물 실험과 관련된 연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길의 삶은 예기치 못한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길은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 속에 기꺼이 밀어 넣는 주드 형이 자유와 반항의 아이콘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형이 아빠를 잠깐 만났을 때, ‘동물 실험’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아빠를 화나게 하는 것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다. 이로써 길은 큰 고민 없이, 주드 형과 함께 동물 실험 반대 운동을 하면서 아빠와 대립각을 세우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길의 모습에 엄마와 아빠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급기야 아빠의 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길에게 어렵사리 연구소 견학까지 시켜 준다. 그러나 길은 연구소 내부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고, 주드 형은 이를 바탕으로 연구소 습격 작전을 실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길은 부모님이 숨기고 있던 놀라운 비밀, 즉 엄마가 불치병인 유전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며, 아빠는 이 병의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길은 부모에 대한 반항심 때문에 즉흥적으로 동참하게 된 동물 실험 반대 운동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동물의 권리’라는 가치관과 ‘엄마의 생명’을 사이에 두고 심각한 내적 갈등에 빠지게 된다.
《50 대 50》은 동물 실험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의 차이를 균형 있는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일방적으로 한쪽은 옳고, 한쪽은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시선을 경계하고, 각각의 입장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인공인 길이 그랬듯이, 이 문제에 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입장을 지지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동물 실험을 바라보는 시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논쟁적인 주제가 개인의 절박한 상황에 얽혀 들었을 때 어떤 갈등이 일어나는지를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 동물의 권리와 엄마의 생명이라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길의 상황을 통해, 옳다고 믿고 지켜온 가치관이 균열을 일으키며 내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을 밀도 있게 보여 줌으로써 인간 내면의 모순을 절묘하게 형상화한 것이다.

‘생명의 존엄’이라는 건강한 가치관의 정립을 위한 시작점《50 대 50》은 동물의 권리를 비롯해 생각할 거리를 다양하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인간의 생명이 동물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 의문을 던짐으로써 생명에 경중이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모든 생명은 다 똑같으며, 어떤 생명도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통받거나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명의 존엄성에까지 생각을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동안 인류가 동물 실험을 통해 의학의 발전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허가와 절차를 위한 무분별한 동물 실험은 자제하고, 보다 실효성 있고 윤리적으로 정당한 방안을 찾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동물 권리 보호 운동 또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모두 ‘동물 실험’과 ‘생명 윤리’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사춘기 아이의 단단한 성장기
이 작품은 주인공인 길을 통해 사춘기 아이의 모순적인 내면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부모에 대한 반항심과 즉흥적인 충동으로 요동치는 길의 마음속에는 부모에게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양가감정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춘기의 반어적인 행동과 어법은 이것을 반항으로 표출하기 십상이다. 결말부에 이르러 길은 부모와의 갈등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다시금 아빠와의 지독한 입씨름을 그리워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사춘기 아이의 모순된 내면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주드 형을 만나 그에게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가는 길의 모습에서는 ‘롤모델’을 찾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욕구를, ‘동물 실험’과 ‘채식주의’라는 주제에 맞닥뜨려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부쩍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청소년기가 균형 잡힌 가치관의 형성에 중요한 시기라는 점 또한 이해할 수 있다. 스스로 상처와 균열을 만들지만, 이것이 아무는 동안 한 뼘 더 성장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단단한 성장기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올 것이다.

내용 소개

지독한 입씨름

길은 강압적이고 사사건건 간섭이 심한 부모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매일이 고달프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판에 박힌 듯 똑같은 나날이 반복될 뿐이어서 기대할 것도, 즐거울 것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에게 반항하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시내에 혼자 나갔다가 공원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는, 환경 운동가이자 동물 권리 보호론자인 주드 형을 만나게 된다. 길은 자신이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밀어 넣는 주드 형이 정말로 멋지게 느껴진다.

“차라리 휴대폰을 사 주세요. 오 분마다 문자 보낼게요.”
“휴대폰은 안 돼.”
아빠가 단호하게 말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다 갖고 다녀요. 우리 학교에서 제일 찌질한 애도 휴대폰은 갖고 있다고요.”
“우리가 너한테 휴대폰을 왜 안 사 주는지 잘 알잖니? 건강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아직까지 나온 게 없어. 정부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휴대폰 사용을 줄이거나 막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고. 그것 말고도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강도를 당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잖니?”
아빠가 구구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 예! 과학적 연구에다 정부의 권고요. 제가 깜빡했네요.”
길은 한껏 빈정대며 대꾸했다.
“길, 과학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훌륭한 도구야.”
아빠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 바보 같은 과학이 싫어요.”
“넌 바로 코앞만 보는구나. 과학이 없으면 휴대폰도 없어.”
“뇌가 엉덩이에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하면요? 아빤 그것도 믿으시겠네요.”
“증거만 확실하다면야.”
아빠는 언제나 자신만 옳았다. 증거와 논리와 사실들을 내세우면서. 이것들을 뚫고 가거나 돌아가거나 피해 갈 방법은 없었다. 그것이 매번 길을 돌아 버리게 했다. ―12~13쪽에서

정면충돌
시내에 나갔다가 경찰차를 타고 돌아오는 소동이 벌어진 이후, 길은 아빠에게서 무시무시한 벌칙 목록을 받게 된다. 길은 벌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노력하면서, 아빠를 괴롭게 할 수 있을 만한 일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그러던 와중에 시내에서 다시 주드 형을 만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빠와 주드 형이 ‘동물 실험’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싸우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 일을 계기로 길은 주드 형과 함께 동물 실험 반대 운동을 펼치며 엄마 아빠와 본격적인 갈등 국면에 접어든다.

“박사님 같은 과학자들이야말로 한심한 논쟁을 즐기는 사람들이지요. 아직 원숭이 문제를 다룰 준비가 안 된 모양이군요. 그러면 이번에는 또 어떤 말 못 하는 동물을 고문한다고 털어놓을 겁니까? 쥐? 개구리? 기니피그? 아니면 그저 상추로 실험할 뿐이라고 할 건가요?”
주드 형이 차분하게 따졌다.
“우리가 하는 연구에는 그 어떤 고문도 없어. 단지 동물을 주의 깊게 관찰할 뿐이지. 동물 사육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야. 어디까지나 우리는 실험용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는 거니까.”
“그건 또 무슨 말 같지 않은 변명이죠? 동물이 컴퓨터 장치라도 되는 양 함부로 여기저기 손대는 것을 요즘은 보살핀다고 하나 보죠?”
“어쨌든 난 동물을 불필요하게 죽인 적이 없어.”
아빠가 어찌나 나직이 말하던지, 길은 하마터면 그 말을 못 들을 뻔했다.
“어쨌든 죽인 적이 있다는 소리군요. 박사님은 동물이 더 이상 쓸모없어지면, 그러니까 뇌를 너무 많이 잘라내서 식물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면 어떻게 하죠? 병들게 만들어 놓고 치료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럴 땐 결국 동물들을 죽이잖아요?”
아빠가 주드 형에게 주먹을 날리면 어쩌지? 아빠는 몹시 흥분한 듯이 보였다. 아빠가 누군가와 말싸움을 하다가 지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빠는 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했다. 하지만 주드 형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아빠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아예 말문이 막혀 버린 듯했다. 그만큼 아빠가 궁지에 몰린 듯이 보였다. ―70~71쪽에서

이중간첩
주드 형과의 만남을 통해 아빠가 동물 실험을 통한 연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길은 이 문제를 가지고 아빠를 계속 자극한다. 길의 부모는 결국, 아빠의 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길에게 어렵사리 연구소 견학을 시켜 주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길은 이 사실을 주드 형에게 알리고 연구소 내부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주드 형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돕는다.

“이번 주 토요일에 아빠의 연구소에 갈 것 같아요.”
주드 형이 들릴 듯 말 듯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형,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보세요. 엄마 휴대폰으로 하는 거라서 길게 통화할 수는 없어요.”
“젠장! 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짜니? 농담 아니고? 너희 아빠가 정말로 그러시겠대?”
“아마도요. 게다가 아빠는 제가 월요일에 형을 만난 거나 지금 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세요. 엄마는 제가 여자 친구한테 전화한다고 생각하시고요. 두 분 다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니까 형, 토요일에 연구소에 가서 제가 뭘 하면 되는지 알려 주세요.”
“맙소사……. 길, 그건 안 돼. 넌 아직 어린애라고.”
길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전 어린애가 아니에요. 진짜로 이 일을 하고 싶다고요. 형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저한테 그 안에 들어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내가 어린애라서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단정짓고 이대로 기회를 날릴 건가요?”
주드 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형이 다시 입을 열자 길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명쾌하며 짜릿한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렸다.
“그래, 길. 좋았어. 한번 해 보자.”
주드 형의 계획을 듣는 건 뛰어난 카드 마술을 보는 것과 같았다.
“넌 스파이가 되는 거야.”
주드 형이 말을 마치고는 빙긋 웃었다.
“스파이라고요?”
“그냥 스파이도 아니고 이중간첩이 되는 거지. 다들 한쪽 편이라고 여기지만 적을 위해서도 몰래 일하는 거야. 두더지처럼 가서는 안 될 곳으로 몰래 굴을 파고 들어가서는, 고개를 불쑥 내밀고 완전히 난장판을 만드는 거지. 자, 그럼 내일 아침에 만날까?”
주드 형이 다시 웃었다.
“네, 좋아요. 또 학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요.”
“서두르는 게 좋아.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리고 싶진 않겠지?”
―144~145쪽에서

존재의 이유
길은 주드 형을 돕고 난 뒤에야, 아빠의 동물 실험이 엄마에게 있을지 모르는 유전병의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행동이 엄마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길을 패닉 상태에 빠뜨린다. 이제 길은 주드 형의 연구소 습격을 막고 아빠의 실험용 쥐를 구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길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주드 형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그런데 뭐라고 말하지? 주드 형한테 연구소를 습격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해야 할까?
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연구소 습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바랐다. 연구소를 박살 내는 게 곧 아빠에게 복수하는 길이 될 테니까. 아빠의 그 잘난 척과 올곧음에 대한 복수이자, 아빠가 숨겨 왔던 비밀에 대한 복수, 그리고 길에게 거짓말한 것과 진실을 말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 말이다. 아빠는 철저하게 파괴되어야 마땅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아빠의 실험용 쥐들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이 엄마가 떠올랐다. 거대한 양팔 저울의 한쪽에는 엄마가 앉아 있었고, 다른 쪽에는 실험용 쥐들이 있었다. 실험용 쥐들이 무리지어 올라앉아 있다가 한 마리씩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런데도 엄마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엄마가 외할머니와 똑같은 병에 걸린 거면 어떡하지?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는 대체 얼마나 많은 쥐가 희생되어야 할까? 백 마리? 천 마리? 백만 마리? 엄마의 생명은 그렇게 많은 쥐를 희생시킬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생명의 무게를 다른 생명과 비교하고 가늠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정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연구소가 습격을 당하면 아빠의 연구는 실패할 것이고, 엄마가 병에 걸렸을 때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이 깡그리 사라지게 된다. 길이 습격을 막는다면 아빠 편에 서게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아빠가 싫은데도 말이다. ―232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S. L. 파월
영국 스코틀랜드 셰틀랜드에서 태어났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어른들에게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을 가르치는 일을 했으며, 지금은 노숙자를 위한 자선 단체에서 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50 대 50》은 그의 첫 청소년 소설이다.

  목차

지독한 입씨름
환상의 짝꿍
어설픈 일탈
자신이 믿는 것
벌칙 아닌 벌칙
뜻밖의 초대장
정면충돌
이상한 게임
실험 vs. 고문
출입 금지 구역
거짓말
앨버트 가 30번지
구겨진 전단지
이중간첩
따뜻한 말 한마디
작전 개시
시시껄렁한 모험
블랙홀
서랍 속의 열쇠 꾸러미
진실의 벽
특별한 아이
존재의 이유
연구소 대습격
엄마 vs. 실험용 쥐
끊어진 전화
50 대 50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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