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열다섯 살 소년이 직접 털어놓는 그들만의 리얼 스토리!십대라는 블랙박스가 열렸다. 지금까지 사춘기 청소년들의 일상을 자녀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부모 혹은 과로에 시달리는 선생님이나 전문가의 시각에서만 바라보았다면 이제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열다섯 살이 책을 쓴다고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렇게 책이 나왔고 독일 아마존 8주 연속 1위에 빛나는 공감을 얻고 있다.
십대도 사람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대체 어떤 종류의 사람일까? 이 어린 작가는 직접 그린 현장감 넘치는 일러스트와 함께 부모님이 안 계신 자리에서 십대들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유머러스하게 알려주고 있다.
“제발 그렇게 쉴 새 없이 우릴 좀 걱정해주지 마세요. 뭐, 뭘 먹을지, 돈은 얼마나 쓸지, 어디에서 잘지, 깨끗하게 세탁된 옷을 입을 수 있을지…….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근데 말이죠, 이제 우리도 슬슬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터득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요. 그 귀여운 엄마 새끼가 어느덧 열다섯 살이 되었고, 다리에 털도 숭숭 나 있다고요. 이제 더 이상 사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던 네다섯 살짜리 아이가 아니라고요! 우리한테도 자기만의 삶이라는 게 있어요. 우린 지금 성장 과정에 놓여 있고, 그래서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가 많아요. 엄마 아빠도 분명 그런 시기를 거치셨을 테니 제 마음 잘 아시죠?”
- '9장 부모님과의 갈등' 중 일부 발췌
십대라는 종족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존재만으로 나라의 안전도 지킨다는 중2, 질풍노도의 십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도 십대라는 종족이 존재한다. 그들의 행동 양상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할 정도로 우리의 십대와 닮아 있다. 카톡이나 왓츠앱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일거수일투족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데 열광하며, 각종 게이머 언어를 구사하며 게임에 미쳐 있는 그들 말이다. 한편으로 그들은 친구와 이성 문제로 마음 아파하면서 꿈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이 책의 차별점은 극단적인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소수의 십대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십대 소년이 자신과 자기 세대들에게 중요한 게 뭔지 적나라하게 털어놓는다는 데에 있다. ‘알 수 없는’ 십대들의 심리에 접근하고자 다양한 교육 지침서가 나왔지만 정작 현재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담론의 주체인 십대는 정작 빠져 있었다. 그래서 여기 그 ‘연구대상’인 열다섯 살 독일 소년이 직접 책을 써냈다. 엄청난 모범생도 그렇다고 문제아도 아닌,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십대가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이야기해주기에 그 울림이 더 크다.
작가는 외모나 SNS, 컴퓨터 게임 등 가벼운 주제에서부터 이성 관계, 왕따, 공부의 의미, 흡연과 음주 등 무게감 있는 주제에 이르기까지 십대들이 평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부한다. 이 책은 십대라는 시기를 겪은 모든 이들이 그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의 미소를 짓게 할 것이며 십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와 함께 읽으며 대화의 장을 열게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한
그런 십대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업그레이드되는 디지털 기기와 정보 덕택에 어른보다 특정한 분야에 더 많은 지식을 가진, 그래서 더 이상한 종족으로 보이는 요즘의 십대. 그들을 아예 소통 불가능한 존재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고민은 우리의 그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들은 친구들이 보는 페이스북에 “아유, 내 새끼. 내가 낳았지만 정말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도 낳았을까!!!” 같은 댓글을 다는 엄마나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놀란 토끼 눈으로 그들 이마의 여드름을 주시하며 짜주고 싶어 안달하는 엄마가 창피하고 귀찮은,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아이들이다. 너무 일찍 야동을 접하고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한 탓에 그들이 진정한 사랑도 모르고 아름다움에 대해 무감각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상형 소녀가 미소 짓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녀가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가슴은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몸이 구름 위를 붕붕 떠다니는 것 같은 순수한 아이들이다.
아무 이유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기는 학교 안에서 그러한 ‘집단역학’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교육계의 ‘왕따 근절’ 인증서에 코웃음 지으며 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들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꿈을 강요하는 부모님에게 전면적으로 대항하지 못하고 그 마음이 자기 것인 양 혼돈스러워하는 아이들이다. 그들이 늘 철없고 쓸데없는 일에 빠져 사는 건 아니다. 그들도 순수하고 소중한 것을 마음에 품고 있다.
우리에게도 한 번쯤은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절망하고 화도 나고, 어른스러운 척하고 싶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지만 세상을 알지 못하는 만큼 모든 걸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도 있던 시기 말이다. 딱 그 시기만 가질 수 있는 순수함과 설렘은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들고 그 시기 또래에게는 유쾌하고도 힘 있는 지지가 될 것이다.
난 내가 소속된 그룹 내에서 내 역할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위해 위키백과에서 ‘집단역학group dynamics’에 대해 검색해보았고, 거기서 내 진짜 자화상을 발견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한 집단이 대개 알파, 베타, 감마, 오메가 그리고 대적자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나는 알파, 즉 우두머리 타입은 분명 아니다. 알파의 똘마니나 상담자쯤 되는 베타도 내 타입이 아니고, 단순 가담자인 감마와도 거리가 멀다. 난 대적자도 아니다. 대적자는 대개 걔네들의 공격 대상이 되곤 하는데, 난 그렇진 않으니까. 난 오메가 타입이다. 오메가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다단한 캐릭터다. 위키백과에서도 알파나 베타나 감마보다 훨씬 더 많은 지면을 오메가를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흠, A그룹 멤버들의 짧은 대화 하나를 들어보면 집단 안에서 오메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충 감이 잡힐 듯하다.
- '1장 관계와 역할' 중에서만약 똑같은 내용의 대화를 현실에서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예컨대 톰이라는 남자아이가 자신의 이상형인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기로 결심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여자아이 뒤에는 여덟 명의 보디가드가 서 있다. 그 여자아이가 ‘보호자들’ 없이 혼자서 교실 밖으로 나가는 일은 절대 없다.
톰: 저기……, 난 톰이라고 해.
보디가드 1: 그래서 어쩌라고?
이상형 여자아이: (묵묵부답. 주변 여자아이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그런 걸 수도 있고, <트와일라잇>이 뭔지도 모를 것처럼 생긴 톰을 상대하기 싫은 걸 수도 있다.)
톰: (보디가드들 쪽을 바라보며) 페넬로페랑 단둘이 좀 얘길 나누고 싶은데……?
보디가드 8: 얘가 그러기 싫다잖아! 내 말이 맞지, 페넬로페?
페넬로페: (보디가드들의 눈치를 보며) 응, 맞아. 우리 딴 데 가서 놀자.
이래서 페이스북이 더 편하다. 그뿐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는 이상형 여자아이에 대한 주요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그 아이가 어떤 친구들이랑 친하고, 어떤 음악을 들으며,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디 어디를 가봤고, 걔가 올린 사진에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그 아이는 어떤 사진들에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알 수 있다.
- '2장 SNS'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