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홍난파가 곡을 붙여 동요로 널리 알려진 윤석중 선생의 '낮에 나온 반달'을 투명한 그리움이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식민지의 현실 속에서 민족이 느낀 상실감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한 윤석중의 동시를 이산가족의 그리움과 소망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아이에게 그리운 사람들이 한 명씩 찾아온다. 낮에 뜬 반달은 아이와 그리운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그리운 이들은 아이에게 물을 떠먹여 주고, 신발을 건져 주고, 머리를 빗겨 주면서 따뜻한 정을 나눈다. 생활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싶어하는 이산 가족의 소망을 드러낸 그림책.
출판사 리뷰
그리움과 소망을 담아 새롭게 태어난 <낮에 나온 반달>홍난파가 곡을 붙여 노래로도 잘 알려진 <낮에 나온 반달>은 1929년 윤석중이 지은 시로, 일본의 지배 아래에서 우리 민족이 느낀 상실감을 7.5조의 운율에 담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시입니다. 시가 나온 지 60여 년 뒤에 그림책으로 다시 찾아온 <낮에 나온 반달>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림책 『훨훨 간다』에서 흥겹고 해학적인 그림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김용철은 시 <낮에 나온 반달>을 이산가족의 그리움과 소망으로 해석했습니다. 실향민이 많이 사는 양구에서 자란 화가는 이웃을 통해 이산가족의 아픔과 소망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꿈을 꾸는 듯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아이에게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한 명씩 찾아옵니다. 낮에 뜬 반달을 매개로 하여 물을 떠먹여 주고, 신발을 건져 주고, 머리를 빗겨 주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소박한 행동들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손길을 나누고 싶은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운 바람을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이렇게 현실도 꿈도 아닌 공간에서 만난 가족은 소를 타고 흥겹게 축제를 벌여 한바탕 소원풀이를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빗과 쪽박, 신발을 남겨둔 채 떠나 버린 가족과 눈을 번쩍 뜬 아이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현실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암시합니다. 현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아이는 한바탕 그리움을 풀어 낸 과정을 통해 그 문제를 이겨 낼 힘을 얻은 것입니다.
이 책에는 깨진 거울, 거북이, 나팔, 소처럼 상징적이며 암시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현실의 바람이 간절한 만큼 그림책 속 감정은 더 절제한 것입니다. 파란빛을 주조로 하는 배경색은 고요합니다. 하지만 미묘한 색감 변화와 일렁이는 질감을 통해 아이의 마음결을 드러내며, 오래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은 단지 전쟁으로 생긴 이산가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로 힘들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그림책다른 그림책들과 달리 상징이 많고 감정이 절제된 이 그림책을 어린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달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선물해 주는 것 같아요.” “고요한 느낌이 들어요.” “외톨이가 된 것 같아요.” “우리 엄마 아빠가 생각나요.” “시에 대한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외로우니까 신발을 신겨 주는 거예요.” “소 타는 게 결혼하는 모습 같아요.” 등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상징을 해석하려 하기보다는 거침없이 자기 식대로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이 책은 신나고 즐거운 그림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표현한, 무엇보다 우리의 정서를 표현한 그림책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시를 읽고 나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자꾸 떠오르는 것처럼 이 책은 당장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명확한 느낌을 주지는 않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아 자꾸 되새기게 되는 그림책이 될 것입니다. 외국 그림책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은 『낮에 나온 반달』, 나직하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아이와 함께 보는 건 어떨까요?
시와 그림이 만나 그림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우리시그림책’ 완간 ‘우리시그림책’은 시와 그림의 독특한 결합 방식으로 그림책의 새 가능성을 보여 준 시리즈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엄선한 전래동요, 현대시, 어린이 시를 토대로 우리 시문학 고유의 운율과 이미지, 삶에 대한 성찰을 개성 있는 형식으로 표현했습니다.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제주도꼬리따기 노래, 권윤덕고쳐쓰고그림)으로 첫선을 보인 후 10여 년간 『넉 점 반』(윤석중 시, 이영경그림), 『준치 가시』(백석 시, 김세현그림), 『영이의 비닐 우산』(윤동재 시, 김재홍그림) 등 국내 최고의 그림 작가들이 참여하여 새롭고 깊이 있는 해석으로 우리 그림책의 지평을 넓혀 왔습니다. 매 작품마다 독창적인 캐릭터, 아름답고 전통적인 색감, 다양한 기법이 펼쳐진 그림책들로 빛납니다. ‘우리시그림책’의 성과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각종 해외 전시에 초청받았으며 프랑스, 일본, 스위스, 중국 등으로 수출되어 세계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과 문화를 담아낸 이 시리즈가 전세계 어린이들을 이어 주고,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며 세대를 넘어 정감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으로 오랫동안 독자 곁에 남기를 바랍니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 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쪽 발에 딸깍딸깍 신겨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 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 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 곱게 빗겨 줬으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