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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훔친 소년
주니어김영사 | 청소년 | 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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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미조노 나오키가 쓴 <창씨개명>에서 ‘1940년 6월, 경성의 거리에 창씨개명을 금하라는 전단이 사방으로 뿌려졌다.’는 구절에서 착안한 창작 역사소설이다. 용이는 청계천 거지 출신으로, 열일곱 살이지만 지독한 굶주림으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살아남은 ‘용새끼’이다. ‘이름을 빼앗겨도 살지만 먹을 것을 빼앗기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터득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으면서까지 창씨개명을 반대하는 기영이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창씨개명을 하면 기영이 형이 헤어진 가족과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징용 나간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용이는 혼란스러워 한다.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라고 했던 기영이 형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용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제야 용이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출판사 리뷰

“나는 내 이름을 잊었다. 그 순간 내 삶도 잃어버렸다.”
일제강점기. 조국도, 삶의 의미도 모두 버린 나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청계천 거지 움막 출신의 열일곱 살 최용. 경성역에서 ‘모던보이’가 든 값비싸 보이는 가방을 훔쳤다. 그런데 가방에서 돈다발은커녕 창씨개명을 반대하는 전단지와 총이 나왔다! 모던보이는 한사코 자기 가방이 아니라고 우기기만 하고, 그때 수상한 낌새를 챈 일본 순사가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데……. 도대체 이 가방의 정체는 무엇이며 주인은 누구일까.
오직 먹고사는 게 전부였던 고아 소년이 창씨개명에 얽힌 사건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창작 역사소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왜 우리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했을까.
교과서에 묻혀 있던 역사의 한 조각이 젊은 작가의 눈으로 재조명되다!

이 책은 미조노 나오키가 쓴《창씨개명》에서 ‘1940년 6월, 경성의 거리에 창씨개명을 금하라는 전단이 사방으로 뿌려졌다.’는 구절에서 착안한 창작 역사소설이다. 이름을 바꾸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특히 역사 교과서에는 창씨개명을 일제의 ‘민족말살정책’ 중 하나라고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 용이와 기영이 형의 삶을 통해 1940년대로 돌아가 함께 그 문제를 고민해 보게 한다.

“형이 그런다고 눈곱만큼이라도 뭐가 달라질 것 같아?”
“그래도 나는 해, 용아. 그게 내가 결정한 삶이니까.”

용이는 청계천 거지 출신으로, 열일곱 살이지만 지독한 굶주림으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살아남은 ‘용새끼’이다. ‘이름을 빼앗겨도 살지만 먹을 것을 빼앗기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터득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으면서까지 창씨개명을 반대하는 기영이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창씨개명을 하면 기영이 형이 헤어진 가족과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징용 나간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용이는 혼란스러워 한다.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라고 했던 기영이 형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용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제야 용이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삶. 바로 이 한 글자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
살아가고 있으되,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었던 이 한 글자를.
“내 삶이란 게 대체 뭔데요?”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삶’이다. 작가는 용이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까지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묻는다. 더불어 잊고 있었던 ‘이름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삶의 의미, 이름……. 결국 이 모든 것의 대답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 누구보다도 현재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청소년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 일제강점기를 다룬 창작 역사소설
사실 용이도 먹고사는 데 급급해 냉소주의에 빠져 있지만 여느 열일곱과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질투도 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때로는 치기어린 녀석의 말투나 행동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창씨개명, 삶의 의미 등 그 소재가 결코 가볍지 않은 역사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딱 맞추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이제 막 등단한 ‘젊은 작가’이다. 젊은 작가답게 이 소설에서는 누구보다 청소년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 용이의 과거와 아픔, 성장 과정들이 자연스러워 책장을 넘길수록 성장하는 기분이다.’라는 청소년 독자의 평은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충분히 청소년들과 공감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탄탄한 문장력과 섬세한 감정 묘사에는 다른 기성 작가에게서도 찾기 힘든 마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분명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마음까지도 모두 울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 이 책을 미리 본 청소년들의 찬사
* 주인공 용이의 과거와 아픔, 성장 과정들이 자연스러워 책장을 넘길수록 성장하는 기분이다. (진다은 16세)
* 다시 한 번 내 이름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던 책! (홍연우 18세)
* 기영이 형이 “그래도 나는 해, 용아. 그게 내가 결정한 삶이니까.”라고 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오민준 18세)
*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그러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경민 18세)
* 우리의 정체성은 결국 우리가 나서서 움직여야 찾을 수 있고,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윤수 19세)

그때 광장으로 눈에 익은 인력거 한 대가 들어왔다. 까만 옷에 하얀 띠를 이마에 두른 인력거꾼을 보자마자 나는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운도 더럽게 없지. 하필 지금 나타날 게 뭐람.
“다 왔습니다.”
기영이 형이 이마에 땀을 훔치며 말했다. 인력거에서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뾰족구두에 발목까지 오는 엷은 흰 양말이었다. 곧이어 레이스 달린 분홍치마가 모습을 드러내고 허옇게 분칠한 얼굴이 툭 튀어나왔다. 어찌나 허옇게 칠했는지 표정마저 허옇게 질린 것처럼 보였다.
나는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엉덩이를 실룩이며 걸어가는 꼴 좀 보라지. 저 여자는 남자들의 시꺼먼 눈동자가 죄다 자기 엉덩이에 파리 떼처럼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조선인들이 아직도 쓰레기 처리법을 모르는 것 같아 가르쳐 주려 하는 게다.”
순사가 딱지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나는 그때 딱지가 벌떡 일어나 도망갈 거라 생각했다. 누구나 두려운 상황이 닥치면 살기 위해 도망가는 법이니까.
하지만 딱지는 도망가지 않았다.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고 짐승처럼 울부짖으면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대신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움츠렸다. 자신을 망가뜨릴 발길질을 기다리면서.
왜 도망가지 않는 거지? 어째서……. 혹시 기다리고 있는 거야?
두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쥔 딱지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졌다. 그리고 그 앞을 또 다른 그림자가 막아섰다.
“창씨는 위대한 천황폐하의 신민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다.
아직도 조선 이름을 버젓이 부르며 함부로 입을 놀리는 네놈 같은 것들은 훌륭한 신민이 될 자격이 없어. 그런 놈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나?”
순사 앞을 막아선 기영이 형 이마에 차가운 총구가 겨누어졌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았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주학이는 내뱉을 줄 몰랐고, 손으로 입을 막은 미향이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박 씨 아저씨의 가느다란 눈은 크게 팽창되었다. 바람도 나뭇잎을 흔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구름만이 태양을 가리며 시간이 멈추지 않았음을, 이것이 꿈이 아님을 알려 주었다.

“나는 네가 여관 주인을 아주 미워한다고 생각했다만.”
그래도 박 씨 아저씨는 앞에서 내게 욕을 하면 뒤에서도 욕을 하는 일관성 있는 사람이다. 누구처럼 앞에선 선한 척, 뒤에서 사람 뒤통수 치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그런 장난은 안 쳐요.”
“뭐 어떻느냐. 나무를 나무라 부르지 않게 되면 그때부턴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지는 건데. 의미를 잃어버린 이름에 장난 좀 친다 한들 그게 무슨 큰일이겠느냐. 이름 좀 바뀐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선생의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해졌다.
‘형 이름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악착같이 버티겠다는 거야? 막말로 이름 좀 바꾼다고 형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형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했을 때 내가 형에게 했던 말이었다. 선생은 내가 형한테 하는 말을 다 듣고 있었던 거였다. 나를 놀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정말 분한 것은 어떤 말로도 반박할 수 없다는 거였다.

  작가 소개

저자 : 이꽃님
울산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다가 사춘기를 엄청 예민하게 보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재미있기만 하던 글쓰기가 점점 두려워질 무렵,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메두사의 후예〉가 당선되면서 용기를 얻었다. 지은 책으로는《이름을 훔친 소년》이 있다.

  목차

어떤지 일이 잘 풀리더라니
가만히 있어
음모가 틀림없어
창씨개명과 반대 전단
가방 주인과 뻔뻔한 도둑
길들여진다는 것
살아남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
삶이라는 한 글자
거지였던 소년
뒤통수로 날아든 세상
낯선 발자국
어쩌면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을지도
이름을 잃는다는 것
이름을 훔친 소년
세 소년과 절름발이 노인
어디든, 어디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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