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골 아이들의 순박한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시인 김은영의 세 번째 동시집이다. <아니, 방귀 뽕나무>라는 제목처럼 익살과 유머가 살아 있으며, 소리내어 읽는 맛이 있고,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동시 39편이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방귀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개구진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 준다. 자전거가 덜컹거리는 틈새에('방귀와 자전거'), 철길 너머로 기차가 지나가는 동안('변비'), 오디가 열리는 뽕나무를 보면서('뽕나무') 등 방귀에 관한 시와 아이들의 모습은 독자를 웃게 만든다.
한편 아이들의 일상이 자연스러운 놀이로 표현되는 시들을 통해 일상은 더 이상 지겨운 것이 아닌 재미난 놀이가 된다. 아침마다 늦잠자고 싶은 아이와 그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실강이를 번데기와 달팽이에 비유되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자벌레가 된 엄마와 나무가 된 아이가 간지럼 태우기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출판사 리뷰
시골 아이들의 순박한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시인 김은영이 이번에 세 번째 동시집을 내놓았다. <아니, 방귀 뽕나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시집은 익살과 유머가 살아 있으며, 소리 내어 읽는 맛이 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작품들로 선별되어 있다.
시인은 동시 쓰기를 김밥 싸기와 같다고 한다. 넓적한 김 위에 밥을 얹고 시금치, 단무지, 당근, 우엉, 달걀 등을 올려놓고 꾹꾹 눌러 돌돌 마는 김밥. 동시 역시 정성 들여 마련한 온갖 재료를 가지고 맛나게 싸 놓은 김밥과 같다는 것이다. 소풍 가는 날,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김밥처럼 김은영의 동시 39편을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꼭꼭 씹으며 감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방귀를 통한 웃음 유발방귀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개구진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 주고 있다. 아이들은 ‘방귀’라는 소리만 들어도 까르르 웃는다. 왠지 함부로 뀌면 안 될 것 같은데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걸 참지도 못한다. 그래서 주위 것들을 방패 삼아 뿡- 뀌어 버리는 것이다. 방귀에는 금기된 것을 몰래 저지르는 기쁨이 있다. 그래서 방귀에 관한 시도 독자들을 웃게 만든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 내려가던 길에 방귀를 참지 못한 아이는 자전거가 덜컹거리는 틈새에 몰래 방귀를 푹! 뀌고(「방귀와 자전거」), 화장실에서 헛방귀만 뀌다 나온 아이는 운동장 철길 너머로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이때다 싶어 남은 방귀를 푹-푹- 터뜨리고 만다(「변비」). 방귀뿐 아니라 뽕나무도 방귀를 연상하게 만든다. 감은 감나무에서 열리고, 밤은 밤나무에서 열리는데, 오디는 왜 뽕나무에서 열리는 걸까? 실제로 오디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나온다고 하여 나무 이름이 ‘뽕나무’가 되었지만 그런 자연 생태를 몰라도 “오디 열면 오디나무 / 아니, 방귀 뽕나무”(「뽕나무」)라는 대목에서 배시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일상, 놀이로 바꿔 재미 듬뿍아이들의 일상이 자연스러운 놀이로 표현되는 시들을 통해 일상은 더 이상 지겨운 것이 아닌 재미난 놀이가 된다. 아침마다 늦잠 자고 싶은 아이와 그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실랑이를 번데기와 달팽이에 비유하며 놀이로 즐긴다(「번데기와 달팽이」). 아이는 홑이불을 뚤뚤 말고 자기를 번데기라 하고 엄마는 이불을 잡아당기며 어서 일어나 나비가 되라 한다. 이제 아이는 번데기가 아니라 달팽이이니까 어서 자기 집(이불)을 달라고 떼쓴다.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자벌레가 된 엄마와 나무가 된 아이가 간지럼 태우기 놀이를 즐기는 「엄마와 자벌레」도 일상의 놀이를 만끽할 수 있는 시다. 나른하고 졸린 오후 시간을 엎드려 쿨쿨 자며 꿈도 꾸고 그 꿈을 얘기해 봤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상상 놀이를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나다(「꿈꾸기 시간」). 앵두 씨만 갉아먹는 다람쥐를 보고 “다람쥐야 / 다음부턴 달아나지 마 / 앵두 먹으며 너랑 나랑 같이 놀자. // 달디단 속살은 / 내가 먹고 / 단단한 씨는 / 네가 먹고”(「다람쥐야 같이 놀자」)라는 아이에겐 다람쥐도 함께 놀 수 있는 친구이다.
가족과 주변에 보내는 따스한 시선이 동시집에는 가족이나 주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아이만의 따스한 애정과 사랑도 담겨 있다. 피곤함에 지쳐 돌아온 아버지가 양말도 벗지 못한 채 잠들어 버리자 생쥐처럼 조심조심 다가가 양말을 벗겨 드리는 아이(「잠자는 사자」), “내 몸의 아토피 걱정 / 손님 없는 아버지 가게 걱정 / 중풍으로 쓰러지신 외할머니 걱정”으로 마음 편할 날 없는 어머니를 위해 아무 말 없이 재활용 쓰레기를 치우는 아이(「가벼워진 집」), 혼자 사는 외할머니의 등을 밀어 주고 가는귀먹은 외할머니의 귀지를 후벼 주는 아이(「외할머니」), 장맛비에 식구 많은 집 빨래가 마르지 않는 것을 걱정하며 장맛비에게 방학 좀 하라고 비는 아이(「장맛비에게」) 등에서 우리 아이들의 정 깊은 속내를 알아볼 수 있다.
가족뿐 아니라 주위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도 연민과 애정을 베푸는 것을 잊지 않는다. “큰아버지가 / 암탉의 배를 가르자 // 탱자만 한 / 은행알만 한 / 콩알만 한 / 노란 알들이 / 뱃속에 / 올망졸망 맺혀”(「미안해 아기 달걀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고, 비 갠 후 마당에 나온 지렁이가 돌아갈 길을 잃을까 걱정하며 “해가 뜨면 안 되는데 / 닭이 보면 안 되는데 // 텃밭에 옮겨 줄까 / 꽃밭에 옮겨 줄까”(「지렁이」)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의 마음에서 자연과 미물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고운 마음씨를 읽을 수 있다.
도시 문화 바라보기시골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고 있는 시인은 시골 사람으로서 아파트나 뺑소니 차 등을 통해 도시 정서를 읽어내고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침마다 / 서랍장을 열고 나왔다가 / 밤이면 / 다시 서랍장 안으로 들어가서 /차곡차곡 쌓이”(「아파트 1」)는 것이 아파트이지만, “수도관은 핏줄처럼 이어져 흐르고 / 전기선들은 힘줄처럼 뻗쳐 있고 / 하수구는 오줌보 / 화장실은 큰창자”(「아파트 2」)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역시 살아 있는 유기체와 비슷하다고 한다. “서 있는 사람 위에 누워서 잠자고 누워 잠든 사람 위에 앉아서 밥을 먹고 밥 먹는 사람 위에서 볼일 보는”(「아파트 3」) 것 또한 아파트라서 상자처럼 차곡차곡 쌓인 수많은 사람들을 대거 수용하고 있는 아파트의 현주소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뺑소니」에서 시인은 현대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의 폭력성에 아무 저항도 못 하고 희생되는 개구리들, 들고양이들의 희생을 그리며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은영
1964년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서 태어나 전주 교육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등단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동시집 『빼앗긴 이름 한 글자』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아니, 방귀 뽕나무』 『선생님을 이긴 날』 『ㄹ 받침 한 글자』『삐딱삐딱 5교시 삐뚤빼뚤 내 글씨』를 펴냈습니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 번데기 아니야
1. 잠자는 사자
2. 촌티 나는 겨울
3. 가벼워진 집
4. 도둑끼리 들켜서
5. 외할머니
6. 번데기와 달팽이
7. 장맛비에게
8. 코감기 걸린 날
9. 더위 먹은 날
10. 엄마와 자벌레
11. 꽃이 된 할머니
12. 목감기
13. 밭둑에 오줌 누다가
2부 미안하다 바퀴야
1. 아파트 1
2. 강아지풀과 5교시
3. 냉국 타령
4. 뽕나무
5. 변비
6. 바퀴는 구르고 싶다
7. 미안해 아기 달걀아
8. 아파트 2
9. 포도를 먹으며
10. 꿈꾸기 시간
11. 애기똥풀꽃
12. 방귀와 자전거
13. 아파트 3
14. 다람쥐야 같이 놀자
15. 젓가락 한 짝
3부 지워지지 않는 보랏빛
1. 지나가는 비
2. 옥수수 수염
3. 비가 오면 풀들은
4. 은행을 주으며
5. 달 따는 고양이
6. 지렁이
7. 배추 애벌레
8. 오디 귀신
9. 바람과 나무
10. 뺑소니 괴물
11. 바람과 이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