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단편문학의 거장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들 중에서 아동과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골라서 청소년을 위한 체홉 단편문학선으로 만든 책이다. 체홉의 글은 간결함과 중의적 표현이 함께 어울려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청소년 및 아동을 주인공으로 하는 글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 중의적 표현에는 색다른 방법이 보여진다. 청소년 및 아이들의 눈에서 볼 때와 어른들의 눈에서 볼 때를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들 단편소설들의 특징이다.
출판사 리뷰
책의 특징과 의의
이 책은 작가 체홉이 어린이 및 청소년과 함께 성인 독자층까지도 염두에 두고 창작한 텍스트를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라는 용어로 사용하여 편집하였다.
청소년을 위해 쓴 이야기에서 어른은 관찰자일 뿐 결코 아동 자신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화자(서술자)를 내세워 그들의 생활을 묘사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일상이란 이젠 어른이 된 작가가 자기 관점에 따라 필요한 장면만을 선택해서 재구성한 일상이라고 보면 된다.
청소년을 위한 체홉의 이야기에서 서사 전략으로 사용된 꿈들은 청소년의 소원을 실현하는 장소이며, 부재하는 것들과 만나고, 소망하는 것들을 이루는 계기로 작용한다. 말하자면, 이것은 '꿈을 통해서 내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여 순수성으로 돌아가서 간절하게 바래온 의미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창조적 충동'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러한 꿈의 기능은 체홉이 유년시절에 겪었던 자신의 체험과 관련이 있다. 체홉은 꿈의 세계를 통해 소원을 성취하거나 순수한 동심을 표출하고 인간성을 지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분명 청소년을 위한 체홉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힘일 것이다.
나쟈는 대학생 그루즈예프에 대해, 그의 사랑과 자신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럴수록 머릿속에서는 그런 생각들이 희미해져갈 뿐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생각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거리, 연필, 피아노에 대해서도 동시에 생각을 하느라고 말이다…….
그녀가 기쁨에 넘쳐 다시 실마리를 잡기 시작하자, 모든 것들이 멋지고 훌륭하게 느껴졌다. 기쁨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며, 조금만 지나면 모든 것들이 더 좋아질 거라고. 곧 봄이 되고, 여름이 오면, 엄마와 함께 고르비끼에 갈 것이고, 고르니도 휴가를 얻어 찾아와서 그녀와 함께 정원을 산책하며 사랑을 구애하게 될 거라고. 게다가 그루즈예프도 찾아올 것이다. 그는 그녀와 함께 크로케를 하거나, 나인핀즈를 할 거야. 그리고 그녀에게 우스운 이야기나 신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나쟈는 정원과 어둠, 맑은 하늘과 별들을 열정적으로 원하게 될 것이다. 또 다시 웃느라고 나쟈의 어깨는 들썩거렸고, 방에서는 쑥 냄새가 풍겨왔으며, 창문에는 나뭇가지가 부딪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침대로 다가가 침대 위에 앉아서 그녀를 내리누르는 엄청난 기쁨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 침대의 등받이 부분에 걸려 있는 성화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 '연극이 끝난 후' 중에서
“어이, 꼬마야. 네가 굴을 먹는다고? 정말이야? 이거 재미있는데! 네가 먹는 것을 한번 구경해 볼까!”
나는 누군가의 억센 손이 휘황찬란하게 밝은 음식점 안으로 끌고 간 걸 기억하고 있다. 금방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어 무척 신기한 듯이 웃고 떠들며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식탁에 앉아서 뭔가 미끈거리며 찝찔하고 물컹거리고 퀴퀴한 것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보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씹지도 않고 정신없이 그것을 삼켰다. 눈을 뜨면 아마 틀림없이 번들번들 빛나는 눈알과 집게발과 날카로운 이빨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갑자기 뭔가 딱딱한 것을 씹기 시작했다. 내 입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하하! 이 아이는 껍질까지 먹는군!”
모두들 웃었다.
- '굴'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그에서 출생했다. 잡화상의 아들로, 조부는 지주에게 돈을 주고 해방된 농노였다. 16세 때 아버지의 파산으로 스스로 돈을 벌어서 중학 생활을 마쳤다. 1879년에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고, 그와 동시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단편소설을 오락 잡지에 기고하기 시작했다.1880년대 전반, 수년에 걸쳐 〈어느 관리의 죽음〉, 〈카멜레온〉, 〈하사관 프리시베예프〉, 〈슬픔〉 등과 같은 풍자와 유머, 애수가 담긴 뛰어난 단편을 많이 남겼다. 작가 그리고로비치의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가 담긴 편지에 감동하고 자각해 〈초원〉을 썼다. 희곡 〈이바노프〉, 〈지루한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 지식인들의 우울한 생활상이 잘 묘사되어 있다. 1899년에 결핵 요양을 위하여 크림 반도의 얄타 교외로 옮겨 갈 때까지 단편소설 〈결투〉, 〈검은 수사〉, 〈귀여운 여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골짜기〉 등을 집필했다.1896년 희곡 〈갈매기〉의 상연 실패는 그를 담시 극작가의 길에서 멀어지게 했으나, 〈바냐 아저씨〉를 써낸 이듬해인 1898년, 모스크바 예술 극단의 〈갈매기〉 상연은 성공적이었다. 1904년 말년에 병고 속에서도 〈벚꽃 동산〉을 집필해 상연하여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그해 요양지인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생을 마감했다.
목차
옮긴이의 말 4
연극이 끝난 후 12
소년들 17
3등 문관 26
사건 50
굴 58
고전어시험에서 생긴 일 64
교활한 소년 69
가정교사 73
드라마(劇)에 대하여 78
제 정신이 아니야! 83
노인들과 불치병환자를 위한 안식처에서 86
식모가 시집간다네! 92
집안의 가장 100
아이들 106
반카 114
그리샤 120
이반 마트베이치 125
도시근교에서의 하루 133
하찮은 일 142
성주간 전날 밤 151
고난 주일에 158
발로쟈 165
지노츠카 183
카쉬탄카 192
도망자 219
집에서 229
자고 싶다! 243
흰 눈 점박이강아지 252
기숙여학교 학생 나젠카 N의 방학숙제 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