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텔레비전이 느닷없이 하루 휴가를 달란다.
하필 일요일에 꾀병이라니 말도 안 돼!텔레비전 ‘파란돌이’가 열도 나고 배도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더니,
자기는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만 했지 자기는 하루도 쉬질 못 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하루 휴가를 내 주지 않으면 다시는 일을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결국 하루 쉬게 된 파란돌이는 겐이치가 초대 받은 친구 생일 파티에 따라 간다.
파란돌이의 장기 자랑은 마술쇼라고 하는데 대체 어떤 마술을 부리는 걸까.
그나저나 이제 겐이치 네 식구들은 다시는 텔레비전을 볼 수 없는 것일까?
* 텔레비전 보기와 학교생활의 균형을 맞춰가는 1, 2학년이 읽으면 좋을 책 ‘제멋대로 휴가 시리즈’ 4탄에서는 어느 집에나 하나쯤 있는 텔레비전을 의인화하였다.
파란 눈을 한 텔레비전이 자기를 텔레뚜비 ‘파란돌이’리고 소개한다. 그러고는 스륵 쭉, 팔과 다리를 내더니 하루 휴가를 얻어 쉬고 싶다고 하자, 겐이치 가족은 하필 일요일에 꾀병을 부리냐고 핀잔을 준다.
그러자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일을 하느라 자신은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는 텔레비전의 말에 엄마 아빠는 겐이치에게 파란돌이를 친구 생일 파티에 데려가 같이 놀다 오라고 부추긴다. 결국 겐이치는 데리고 나나 네 집으로 간다.
장기 자랑 때 겐이치와 친구들은 파란돌이가 보여주는 이상하고 신기한 마술 세계를 경험한다. 그런데 심술만 부리던 심술이가 욕심까지 부려 친구들 생일 케이크까지 혼자 다 먹어치운다. 그러자 파란돌이는 심술이에게 살짝 벌을 준다. 마술을 풀어주지 않아 심술이는 끝내 자기 옷을 되찾지 못 하게 된 거다. 심술이가 어쩔 수 없이 나나의 표범 원피스를 그대로 입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선 아이들은 통쾌한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제멋대로 휴가 시리즈’ 4탄 역시 물건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느끼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대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질과잉 시대를 사는 현대 아이들에게 물건의 소중함이나 고마움을 느끼게 살짝 교훈까지 녹여놓은 것도 이 이야기의 빼어난 점이다.
<냉장고의 여름방학> 과 <책가방의 봄 소풍>, <전기밥솥의 가을 운동회에>에 이은 <텔레비전의 꾀병>도 귀엽게 티격태격 하는 아이들 모습이 사랑스럽고, 사이사이 터지는 위트에 절로 미소 짓게 되는 즐거운 동화다.

“가전제품 수리점이 몇 시부터지, 엄마?”
내가 그렇게 말한 바로 그때, 천천히 텔레비전 화면에 눈과 코와 입이 스륵스륵 떠올랐다.
그러더니 무서운 도사 할아버지 같은 눈으로 텔레비전이 이쪽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텔레비전, 안 망가졌거든.”
“아, 깜짝! 뭐야, 이 녀석.”
“이 녀석이라니, 겐이치. 내 이름은 텔레뚜비의 파란돌이. 봐, 내 눈동자가 파랗잖아.”
아닌 게 아니라, 빛이 나올 것처럼 눈동자 색깔이 파랬다.
텔레비전이 하는 말을 듣고 아빠가 히죽 웃더니, 바로 말을 받았다.
“아하! 그렇군그래. 텔레토비가 아니라 텔레뚜비, 보라돌이가 아니라 파란돌이. 허허허, 요거 썩 괜찮은 녀석인걸.”
아빠는 재치 있는 말장난만 하면 무조건 괜찮은 녀석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무서워 보였던 파란돌이 눈이 갑자기 축 처지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변했다.
그러고는 파란돌이가 슝, 슝, 두 다리를 뻗어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나저나 겐이치, 넌 어째 금세 알았대?”
엄마 말에 내가 샐샐 웃었다.
“에이, 엄마. 그건 애들이 꾀병 부릴 때 쓰는 말이잖아.”
“하긴. 근데 텔레비전이 애도 아니고 웬 꾀병!”
하더니, 엄마가 꼭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파란돌이를 째려봤다.
“네, 그렇습니다. 저, 꾀병부리는 거 맞습니다. 꾀병을 부려서라도 오늘 하루 휴가를 얻고 싶어서요, 어머니. 저도 좀 쉬고 싶다고요. 그러니 오늘 하루만 땡땡이 좀 치겠습니다.”
파란돌이가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바람에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할 말을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