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벼랑 끝에 내몰린 백성 앞에 나타난 의적 검은별,
세도 정치로 어지러워진 세상에 제동을 걸다!
- 이 책의 특징
60년 세도 정치의 서막이 열리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의적 검은별에게서 희망을 보다!정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인 순조는 11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그러자 순조의 할머니였던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시작하였다. 정순왕후가 죽고 난 뒤 안동 김씨였던 김조순이 나랏일을 보면서 60년 세도 정치가 시작된다.
‘똑똑! 역사 동화’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의적 검은별이 떴다!》는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은 최악의 정치라고 평가되는 세도 정치 시기를 다룬다. 그 시기에 자신의 배만 채우는 권세가들과 달리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백성들을 위해 활약한 의적 검은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무렵, 한양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검은별 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아이들이라 해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 정도는 뻔히 알 만큼 조선의 상황은 엉망진창이었던 것. 아무리 애써도 힘들어지기만 하는 백성들의 삶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세도가의 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의적 검은별에게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평양엔 홍경래, 한양엔 검은별?도무지 희망이란 것을 찾을 수 없었던 시기에 의적 검은별만큼은 백성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검은별은 과연 누구일까? 책 속에서는 그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편의 추리 동화처럼 긴장감을 더해 간다. 검은별은 평안도에서 난을 일으켜 백성들의 큰 지지를 받았던 홍경래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를 향한 사람들의 응원은 커져만 갔다. 검은별은 과연 누구일까? 검은별은 왜 의적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책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시는 백성들의 원망이 쌓이고 쌓여 하늘에 닿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당시 나라에서는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환곡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으나 실제로 고을 수령들은 곡식에 모래나 자갈을 섞어 빌려주고, 거두어들일 때는 몇 배의 이자를 붙여 갚으라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돈을 주고 관직을 사고파는 일도 흔했다. 백성들은 의적이라도 등장해 이 썩어빠진 세상에 경종을 울려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지도 모른다.
조선은 왕을 하늘처럼 생각하는 사회였다. 불만이 있어도 왕과 나라에 저항할 생각을 못하고 착하게만 살아가던 백성들도 탐관오리가 판을 치고, 세금의 압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자 분노하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백성들은 세금 내는 것을 거부했고, 몇몇 사람들은 모여 시위를 벌였다. 관아를 습격했고, 도적의 무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홍경래의 난도 이 무렵 일어났다. 이 책에서는 평범했던 한 사내가 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당시 상황이 잘 그려지고 있다.
100년 전 이야기에서 현재를 읽다의적 검은별이 활약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이다. 생각해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불합리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났던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텔레비전만 켜면 싸우는 정치인들, 부자들에게 유리한 조세 정책 등을 보면 탐관오리가 판을 치던 1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검은별의 정체가 드러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서 끝나지만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변화에 대한 백성들의 열망은 계속된다.
농민들은 나라에 조세 제도를 개혁할 것을 요구하며 봉기를 일으키고, 나라에서는 조세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홍경래의 난을 비롯해 각종 농민 봉기가 이어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세도 정치는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은 가장 나쁜 정치라는 아쉬운 평가를 받는다. 그 엄혹한 상황에서도 홍경래, 의적 검은별, 세홍이 아버지인 장 포교 등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역사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현재를 사는 지혜로 삼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 이 책의 내용
의적 검은별포도청 포교 세홍이, 서당 친구인 동개 등은 복면을 뒤집어쓰고 노는 검은별 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세홍이 또한 검은별에 열광하지만 친구들은 포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검은별을 시켜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도둑보다 포교를 더 싫어했다. 물건을 훔치는 도둑보다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관리들이 더 나쁘다며 말이다.
“왜 네가 검은별이야? 하려면 포교를 해야지. 우포청 장 포교 나리 아들이 포교를 안 하면 누가 한다고!”
“거기서 우리 아버지가 왜 나와?”
세홍이가 발끈해서 눈을 부릅떴다. 쌍꺼풀 없이 큰 눈이 제법 사나워 보였다. 하지만 호락호락 물러나면 동개가 아니었다.
“너네 아버지가 잘난 포교 나리니까 하는 소리지. 아버지는 검은별 잡겠다고 돌아다니는데, 아들이 검은별이라니! 우리 집 누렁이가 다 웃겠다.”
히죽 올라간 동개의 입꼬리가 무척이나 밉살스러웠다. -15쪽
다정다감한 풍개 아재세홍이의 아버지가 어느 날, 풍개라는 아저씨를 데리고 왔다. 강아지 눈처럼 맑은 눈을 가진 풍개 아재에게 세홍이는 마음을 빼앗겼다. 세홍이는 그날 이후로 엄하기만 한 아버지랑 다르게 세홍이의 마음을 비롯 집 안팎을 살뜰히 챙기는 풍개 아재가 참 좋아지기 시작했다.
막 인사를 하려는데 아버지의 호통이 떨어졌다.
“세홍이, 이 녀석! 손님이 오셨으면 재깍 인사부터 하지 않고 뭐 하고 있느냐?”
“놔두세요. 낯이 설어 그러지요. 이름이 세홍이니? 아버지하고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니까 앞으로 삼촌이라 불러라. 아니, 삼촌은 좀 그런가? 그래, 아재가 낫겠구나. 나는 이제부터 풍개 아재다.”
“아재…….”
세홍이는 작은 소리로 불러 보고는 스리슬쩍 풍개 아재를 쳐다보았다. 두툼한 살집에 파묻힌 아재의 검은 눈이 강아지 눈처럼 맑았다.-31쪽
상처 입은 호랑이호랑이같이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검은별을 쫓다가 깔에 찔린 채 집에 실려 오는 일이 일어났다. 세홍이는 검은별을 응원하고 검은별이 영원히 안 잡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자기 탓만 같다. 엉엉 우는 세홍이를 달래 주는 것은 변함없이 풍개 아재다.
‘나 때문이야. 내가 검은별이 영원히 안 잡혔으면 좋겠다고 해서.’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는 아버지만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았다. 풍개 아재 말대로 세상이 두 쪽 나도 아들은 아버지 편이어야 했다. 마음속일망정 검은별을 영웅이라며 좋아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무르팍이 다 젖도록 흐느끼고 있는데, 어깨에 묵직한 손이 얹어졌다. 솥뚜껑 같지만 따뜻한 풍개 아재의 손이었다.
“세홍아, 형님은 괜찮으실 거야. 금세 훌훌 털고 일어나실 테니 그만 울어.”
“아재!”
세홍이는 풍개 아재의 품으로 털썩 달려들었다. -51쪽
검은별이 두 명?검은별이 체포되자 세홍이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대로 그가 죽기라도 하면 평생 괴로워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생각한다. 우포청에 검은별이 잡혀 있는데도 버젓이 검은별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사람을 잘못 잡아온 게 될 거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친구 동개와 작전에 돌입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이 사랑방일 거야. 방문 앞 기둥을 맞히면 돼.”
활에 화살을 매기며 세홍이가 말했다.
“너무 멀어서 저기까지 날아갈지 모르겠다.”
동개가 화살통을 끌어안고는 구시렁댔다.
“너보다는 내 활 솜씨가 낫잖아. 아무튼 내가 한 발 쏘면 바로 화살을 건네줘. 다섯 발 다 쏘면 아까 그 집 헛간으로 후다닥 뛰는 거야.”
화살마다 끝에는 검은 천이 매달려 있었다.
“근데 이걸로 정말 속을까?”
“검은 천이 묶인 화살은 검은별이 나타났다는 신호잖아. 분명히 속을 거야.”
세홍이는 힘껏 활시위를 당겼다. -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