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꿈’이란 말조차 막막해진 시대,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오력’이 아닌 ‘욕망 연습’정작 원하는 것을 잃어버린 십대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십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꿈이 뭐냐?”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꿈’은 손쉽게 진로와 등치되며, 취업이 잘되는 학과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 ‘공무원’, ‘의사’라는 대답으로 이어진다. 꿈은 현실과 너무나 가까이 밀착되어 있거나 어른들의 바람으로부터 주입된다. 한편, 딱히 하고 싶은 것도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도 없고, 당장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꿈이란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꿈’은 일상에서 너무나 멀리 있다. 물론 “행복해지고 싶어요.”,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성공해야죠.”와 같은 소망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행복’, ‘하고픈 일’, ‘성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꿈’이란 말 자체가 꿈꾸는 일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꿈’에 냉소하거나 ‘꿈’을 신성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은 이미 오염되어 버린 말인 ‘꿈’이 아니라 ‘욕망’을 이야기한다.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가꾸고 싶다면, 지금이 본격적으로 어른의 삶을 준비해야 할 십대 시기라면 더더욱, ‘나는 무엇을 꿈꾸어야 할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와 같은 추상적 물음에 대해 잠정적이라도, 나만의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찾아낸 각자의 대답이 바로 ‘욕망’, 즉 ‘꿈’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욕망을 찾고 가꾸기 위해 이 책은 기꺼이 ‘철학’의 도움을 빌리자고 제안한다. 철학은 “‘좋은 삶’이 무엇인지, 어떤 욕망이 바람직한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함’은 “나만의 생각과 느낌에서 벗어나 현실을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보는 데서 시작”하며, ‘(철학적) 성찰’은 “지금 나에게 벌어지는 일은 왜 일어났는지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되물어 보”는 것이다.
‘노력’이 ‘노오력’이 된 세대를 위한 욕망 ‘연습’『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은 자기 고유의 욕망을 마주할 용기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욕망을 키우고 지속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용적인 삶의 기술들을 제공한다. 특히, 이 책은 제대로 된 욕망을 가꾸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으며, 하면 되고, 할 수 있으니, 해야 한다며 ‘노오력’을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이라는 ‘노력’의 의미를 되짚어 보며, 자기계발에 치우친 ‘노력’ 담론을 철학?심리학?교육학 관점에서 대중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꿈을 꾸라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라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난감해하는 이들을 위해 노력의 ‘기본’을 알려 준다. 그것이 바로 ‘욕망 연습’이다.
이 책에 따르면, 논리적인 말솜씨도, 열정도, 좋은 습관도, 우정도, 심지어 인격까지도 오랜 훈련과 연습의 결과이다. 그리고 욕망 연습은 ‘왜 나는 지금처럼 살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미래란 결국 현재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라서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현재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다르게 살기 위해서 자기 인생의 ‘목표(목적)’부터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작업,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고난의 의미와 이유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아가, 욕망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좋은 욕망을 틔우려면 지혜로운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시간을 관리하며 일상을 다잡고,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이때, 누가 보건 보지 않건 꾸준히 자기 생활을 가다듬는 신독(愼獨)과 마음속으로 닮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동에 문제가 없는지 끊임없이 반성하는 사숙(私淑)은 욕망 연습의 기술인 동시에 ‘철학하는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습을 독려하기 위해 이 책은 핵심 덕목 찾기, 나의 이름 짓기, ‘인생 스토리’ 파악하기 등 여러 실천의 항목들을 제시한다. 또한 ‘볼레로’의 음악 구조처럼 비슷한 테마를 반복하며 심화하는 구성을 취한다. 다섯 개의 장은 각각 독립적이며, 각 장에 속한 글들은 ‘자기 성찰’, ‘상처 및 콤플렉스 탐색’, ‘의미 찾기’, ‘대안 제시’ 형태로 발전한다. 하지만 장마다 내용이 조금씩 겹친다. 비슷한 내용이 장을 거듭할수록 반복되며, 한 번씩 더 생각하게 만드는 구도이다. 이렇게 ‘탐색 과정’을 나선형으로 반복?심화시키는 것은 교육학적인 기본 설계이며, 단박에 제대로 된 ‘철학 작업’이 이루어진 경우가 없었던 실제 학교 수업을 반영한 구성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조금씩 겹치면서 반복되는 물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 삶을 가꾸어 나가는 실질적인 힘을 기를 수 있다.
SNS와 ‘자소설’ 시대의 자기 서사 만들기SNS 시대,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를 소개한다. ‘셀카’를 찍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갔는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쓴다. 하지만 이미지와 취향과 체험의 나열로 이루어진 리스트에는 정작, 삶을 이끄는 ‘이야기’(서사, story)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십대들은 입시(입사)를 위한 기술 습득에 쫓기며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처음으로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장점과 비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라는 고유한 이야기를 고민하는 순간의 출현이다. 하지만 학교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험과 기억을 특정한 틀에 구겨 넣다 보면 고민은 증발하고 ‘자소설’이라는 비아냥과 자괴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학교나 회사를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내 삶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 ‘나’에게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아닐까.
『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은 읽기와 쓰기를 오가며, 자신이 살아온 생애와 문제의식, 가치관, 삶의 태도 등에 대해 탐구하고 다른 자기 서사를 만들도록 이끈다. 이 책은 먼저 하나의 테마를 중심으로 철학자나 심리학자,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대답을 찾도록 돕는다. 각 글 말미에 ‘성장 노트’, 각 장 말미에 ‘나를 기록하다’를 배치해 자신의 지난 삶을 성찰하고 앞날을 설계할 수 있는 글쓰기를 유도한다. 독자들은 ‘성장 노트’를 쓰면서 자기를 탐색하는 욕망 연습을 하고, 이것이 자기소개서를 위한 일종의 기초 자료가 되어서 각 장이 끝나는 시점에 ‘나’에 대해 깊이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아울러, 하나의 테마에 대해 더 알고 싶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책 말미에 「더 읽어 볼 책」을 수록하였다.
저자의 철학 교사 20년을 갈무리하는 ‘성장’의 정석『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은 철학 교사로 재직하면서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생활철학자 안광복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다. 이 수업은 한 사람씩 앞에 나와 10분 동안 그간 가슴에 쌓인 상처를 이야기하고 한 시기를 떠나보내는 ‘졸업 리추얼’ 자리로 끝난다. 처음부터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입시와 직결된 자기소개서 쓰기 요령을 배울 수 있다고 포장하지만, 이 수업이 ‘나’에 관해 던지는 무수한 질문들에 대답하려면 학생들은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이 주는 의미를 발견해 내고, 개개인 고유의 색깔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실패와 좌절과 아픔을 이겨 내며 영혼은 부쩍 ‘성장’한다. 또한 자기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탐구는 실질적으로 이후의 진로 선택, 특히 입시를 위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일상인들과 부대끼며 철학했던 20년 세월을 갈무리하는 책”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저자의 철학 교사 생활 20년을 결산하는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동안 저자가 진행한 여러 철학 수업의 화두는 ‘성장’이었고, 중심 물음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가 아니라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다. 『Who Am I?: 나는 내가 만든다』(2004)『열일곱 살의 인생론: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2009) 『도서관 옆 철학카페』(네이버 연재 칼럼 ‘성장을 위한 철학노트’에 실린 글들을 다듬은 책, 2014) 등으로 이어져 온 저자의 면밀한 문제의식은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응축된다. “상처를 곱씹으며 의미를 찾고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으며 진정한 욕망을 꿈꾸게 하라.” 이것이 저자의 철학 수업이 목표했던 것이자 이 책의 ‘고갱이’이다.
남들과 다른 길, 평범하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면 먼저 다음 물음에 분명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기를 원하는가?’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세상을 이루고 싶은지를 분명하게 ‘욕망’하며, 이를 위해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사람들이 사는 대로 흘러가듯 살지 않습니다. 줏대 있게 자신의 꿈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지요. 세상이 바라는 ‘창조적 인재’는 바로 이런 사람들입니다.
냉철한 이성이 이끄는 열정을 갖추려면 ‘패배의 천재’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시도를 해 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과가 어그러지는 경우도 나오겠지요. 이때 실패는 ‘시행착오’일 뿐입니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길을 조금씩 알아 가게 되니까요. 절망적인 실패는 똑같은 잘못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패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때,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