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순항훈련을 '스무 살의 출가'로 명명하며 '나를 찾아 어디론가 새롭게 출발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주인공에게 바다는 성장의 공간이며, 순항훈련은 성장을 위한 통과제의의 역할을 한다. 바다는 사색의 시간을 안기며, 새로운 출발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스무 살의 해군 상병 심승섭,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승섭의 여자친구 현아. 바다는 승섭과 현아를 물리적으로 차단하지만 끊임없이 현아를 추억하게 만드는 매개체다. 소설가 윤성재와 만남으로 자극을 받은 승섭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자신의 왕국을 설계한다.
지은이가 해군사관생도들과 함께 펼치는 해양소설. 해군사관생도들의 순항훈련에 동승하여 세계 13개국과 13개항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감있는 작품을 써내려갔다."현아야, 이건 버리는 게 아냐. 바다 속에 묻어 두는 거야."다시 어디쯤일까. 메아리 같은 현아의 진동음을 나는 듣는다."알아. 원래 그건 바닷가에 있었던 거야. 돌려줘, 승섭아! 승섭이 네가 돌려주라고.""돌려주는 게 아니라니까. 묻어 두는 거야. 네가 그걸 네 젖무덤에 묻어 따뜻하게 덥혔듯이, 이제는 나도 내 바다에 묻어 뜨겁게 달구고 싶단 말이다.""알어, 알라, 알라어...."현아의 말더듬이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 말더듬이가 부끄럽지 않도록 현아를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 나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친다. - 본문 pp.243~244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송하춘
1944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고, 그해 동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연구와 창작 활동을 병행했다. 창작집으로 『한번 그렇게 보낸 가을』에 이어 『은장도와 트럼펫』, 『하백의 딸들』, 『공룡의 꿈』을 발표했고, 장편소설 『거슬러 부는 바람』 『태평양을 오르다』, 산문집 『판전의 글씨』를 펴냈다. 대학에서 소설 쓰기와 소설 가르치기를 하면서 『발견으로서의 소설기법』과 『탐구로서의 소설독법』, 그리고 『소설발견 1-6』 같은 연구서를 펴냈다. 2010년 봄 고려대학교에서 정년을 맞이하여 『사막의 폭설』(송하춘소설선Ⅰ) 『그의 청동기』(송하춘소설선Ⅱ) 2권의 소설선집을 상재했다. 『스핑크스도 모른다』는 21세기 들어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작가의 다섯 번째 창작집이다.
목차
태평양 한가운데서
출항
첫 상륙
연해주, 그 깊고도 험한 잠수
함장님, 우리 함장님
보이면 간다
작가와 바다
진해 몽돌
태평양의 꿈
날짜 변경선을 지나며
적도제
붕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