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천방지축으로 뛰어 놀아야 시원할 나이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박물관' 관람을 강요받아야 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거니?
여기에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하루 중 오후 시간을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냈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젖을 먹었으며, 인간 박물관 앞뜰에서 오줌을 싼 한 아이가 있어. 그것도 모자라 시에나의 미술관에서 첫 걸음마를 떼고, 칸티니 박물관에서 첫 일기를 썼다고 하네. 과히 '박물관 공포증'에 걸릴 만하지 않아?
근데 이 애 좀 보라고. 박물관을 '과거의 물품 보관소'라고 부르면서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재밌게 놀 방법부터 궁리하는 걸? 이 아이가 고안해 낸 놀이방법은 무얼까?
"대리석 바닥에서 미끄럼 타기, 또 왁스가 칠해진 바닥에서 스키 타는 거라고?! 그게 다야? 아니 아니, 카펫이 깔린 바닥에서도 놀 수 있단 말이야?"
(음~, 어려울 것 없어! 그냥 카펫 위를 신나게 달리면 되니까. 이 놀이에도 싫증나면 계단이나 기둥 받침 위에서 뛰어내리는 놀이를 하면 된다고.)
"그래? 히~야. 박물관용 올림픽 경기라고도 할 수 있겠는걸?"
너 지금 내 말 잘 듣고 있어? 그럼, 이 애가 이렇게 요란한 놀이를 하는 이유가 뭔지 맞춰봐. (2#$%^&%sfg*!@)
그래, 맞아. 바로, 경비 아저씨들이 자기를 쫓아내게 하려는 거지. 근데, 진짜로 내쫓긴 적은 한번도 없었대. (불쌍하다. 그치?)
그럴 땐, 손가방을 들고 있는 남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세어 보거나, 박물관 출구까지 뛰어가면서 그림들이 모두 몇 점이나 되는지 세어보면 되는데... 그리고 나선, 박물관 근처에 있는 진짜 맛있는 과자나 초콜릿을 먹으러 가는 거야. 어때, 훌륭하지?
언젠가 한번은 살아있는 화가를 구경하러 간 적도 있었다는데? 그런 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화랑'이라고 부른다는군. 그리고 그곳에서는 즐겁게 먹고 마시면서 그림을 볼 수 있어서 훨씬 더 즐거웠었대. (휴, 다행이다.)
어, 근데 이상하다. 얘, 좀 봐. 보통 때는 생일날에 서커스라든가 인형극을 보러가자고 졸라대더니 오늘은 뭐라고 하는 줄 알아? 글쎄, "박물관에나 갈까요?"라고 하잖아...
"내 방 박물관?"
어떡하지? 우리 따라가야 돼, 말아야 돼? 에라, 모르겠다. 속는 셈치고 한번 가보자.
●내 이불 : 태어나서 여덟 살 때까지 사용.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만지작거림.
●인형 : 인형을 갖고 노는 것을 겁내지 않는 남자아이들을 위한 인형.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포스터 : (살아 있는) 화가의 전시회 개막식을 알리는 포스터
흠흠... 이런 박물관인 줄은 몰랐는 걸? 박물관도 그리 지겨운 곳은 아니잖아! 나도 '내 박물관'이나 지어볼까? 그럼, 너도 놀러 올 테야? 에~, 좋아. 나도 네 박물관에 한번 가 줄게, 그럼 올 거지? 내 박물관은 전혀 지겹지 않을 테니까 걱정말라구.어느 날 나는 한 가지 조사를 해 보기로 했다. 수첩과 연필을 준비하고 나서 내가 좋아하면서도 미워하는 루브르 박물관으로 갔다. 그리고 그림 쪽으로는 눈길을 주지도 않고 그림 아래에 붙어있는 화가들의 이름을 열두 개 적었다. 그러고는 탐정처럼 인물사전에서 화가들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었다. 그 이름들 중 살아 있는 화가들의 이름이 하나도 없었으니까!(본문 22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수지 모건스턴
프랑스의 세계적인 아동문학가. 엉뚱하면서도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톰텐 상, 크로너스 상, 배첼더 상 등을 받았고, 2005년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선생님, 오늘 날씨 어때요?>,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등 많은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