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엄마 아빠도 없고 제대로 된 집도 없는 어린 소년 주인공 치엔. 그리고 권력자의 부정부패와 민심이 흉흉한 시대라는 시간적, 사회적 배경, 어린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란스런 저자거리라는 공간적 배경, 모험 이야기의 전형적이고 완벽한 장치들을 갖춘 이 이야기는 역동적인 사건 전개를 통해 독자들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알 수 없는 미스터리들은 주인공만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주인공 소년이 위험천만하게 몸을 던진 모험들 속으로 독자도 함께 두려움을 안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게 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흥미진진하게 읽게 되는 이 이야기의 배경은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으로 시대의 경계들을 넘는 데서 비롯되는 이국 정취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역사책 속의 활자 또는 영화 속에서 보던 번쩍이고 거추장스러워보이던 예복을 통해서만 알고 있는 ‘중국황제’, 마치 귓가에 들리는 듯한 소음들로 시끌벅적한 중국 시장과 축제 등등의 낯선 요소들이 호기심을 끌면서 진정 낯선 곳에서 모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단조로운 콘크리트 벽들로 된 건물들 속에서 환하게 밝히고 있는 형광등 아래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말끔한 어린 독자들에게 이야기 속 주인공은 정말로 신기하고 위험한 세상에 있는 듯이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소년의 모험은 그저 위험하고 두려운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게 되고, 세상 속의 어려움이나 고단함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보통 아이들이 흔히 겪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들이나 위험들에 대해 리얼리즘적 비평의 잣대를 갖다대어서는 안 된다. 주인공 소년이 겪게 되는 흔치 않은 일들은 소년기에 겪게 되는 온갖 물리적 정신적 난관들을 응축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주인공 소년이 처해 있는 극단적인 삶의 조건 또한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가족이라는 보호 장치 없이 맨 몸으로 세상에 던져진 주인공 소년은 아무런 필터 장치 없이 문제들에 ‘직접’, ‘생생하게’ 부딪치게 된다. 문제를 남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할 곳도 없이...
소년은 스스로 문제에 도전하고 휘말리며 모험의 장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완전히 혼자는 아니다. 실제 세상에서 그렇듯이 어디서건 조금씩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까지도. 우연히 만나서 동반자가 된 고양이는 다시 한 번 이 이야기의 어린이문학의 특징적 면모 하나를 상기시킨다. 어린 주인공과 고양이의 우정을 통한 감동적인 이야기. 어린이와 동물은 사회적 코드에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코드에 물들지 않았다는 것이 하나의 공통점이 될 수 있다. 그들 간의 우정이 순수하게 그려지는 이유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소년이 우연히 만나게 된 고양이는 소년이 극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큰 도움을 준다. 마지막에 소년을 위험에서 결정적으로 구하게 될 때까지 고양이는 소년의 보호자 노릇을 한다. 미천한 동물이지만 그 누구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소년 또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무시당하는 처지이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게 세상을 헤쳐 나간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두 미약한 존재가 의연하게 세상 속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모습과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은 용기와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가만히 앉아서 읊어대는 구호가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 속에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깨닫게 해주려는 것이 아닐까?
작가 소개
저자 : 에블린 브리주-펠렁
1947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모로코와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 1978년에 어린이 잡지에 글을 쓴 것을 시작으로 어린이책 쓰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4년에 《몽골의 죄수들》로 ‘아동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100편이 넘는 어린이책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목차
1. 수상한 사람
2. 이상한 자루
3. 왕궁의 감옥
4. 탈옥
5. 고양이의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