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천천히 가그라, 꼴찌도 괜찮여.' 꼴찌 잉규에게 삶의 소중한 거름이 되었던 할머니의 말씀. 지난해 시사저널 \'2001년 올해의 책\', 조선일보 소년조선일보 좋은책으로 선정되었던 『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를 양장본으로 만나 볼 수 있다. 동화작가 강정규가 그려내는 따뜻한 이야기, \'느림\'의 참가치를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온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이다.
출판사 리뷰
어찌어찌하여 어린이책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에 자리를 잡아 앉고 보니, 어린이 잡지사를 떠난 지 거의 10년 만이었다.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분위기, 유난히도 추웠던 올 겨울 날씨에 손에 들어온 원고가 지금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라는 이름으로 책이 되어 나온 강정규 선생님의 원고였다.
인규는 옆집 형에게 빌려 찬 시계를 동포 역 공중 화장실에 빠트리고 고민 한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겨우 변상해 준 인규는, 그 시계를 팔아먹고 식구들이 급히 감추어 주느라 변상해 준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이웃집에 놀러 온 서울 학생이 잃어버린 시계까지 인규가 훔쳐간 것으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주인공 인규는 자신을 변호할 줄을 몰랐는지, 아니면 변호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식은땀만 뻘뻘 흘리며 고민한다. 이때 어렸을 때 진서까지 읽었다는 할머니, 쌀 다섯 말을 팔아 시계를 변상해 주라고 어머니를 권하던 할머니가 이번에는 아버지를 채근하신다. 안되면 동포역 공중변소에 있는 똥을 다 퍼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어머님, 그렇지만 그 큰 변소에 가득 찬 똥을 워떻게 다 퍼낸다요?”, “그런 말은 허덜 말어라. 왜 못 퍼? 새끼 장래 생각을 혀야지. 누명을 벳겨 줘야 써. 그려야 기피고 살어. 애비 노릇 허기가 그리 쉽지 않은 법, 딱 결심 한번 굳히거라. 내 할 말 다 혔다. 나가 봐라!”
그리하여 처음부터 바닷가에 놀러가는 것을 반대하던 아버지가 드디어 공중 화장실에 있는 똥을 푸러 나 인규를 데리고 동포역으로 간다.
전라도 사투리 같기도 한 충청도 사투리의 구수한 맛을 느끼며 예기치 않게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를 단숨에 읽고 나니 정이 듬뿍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오랜만이라 낯설고 춥게 느껴지던 사무실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카투사 부대 배속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막내의 면회를 갔다 와서 댓바람에 쓰셨다는 이 원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 하나도 함부로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작가 선생님의 의도와 정신이 배어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고칠 필요가 거의 없는, 그래서 수월한 것 같으면서도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그런 작업을 거쳐야 했다.
우리는 마지막 교정을 볼 때까지 이 책의 제목을 ‘아버지의 향기’로 할 것인지, ‘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로 할 것인지, 아니면 더 멋있는 제목으로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작가 선생님은 ‘아버지의 향기’를 원하시는 듯했지만, 우리는 어쩐지 그 제목이 너무 향기로운 것 같아 선뜻 택하지를 못했다.
지금 이 글을 쓰다 보니 그 제목을 택하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작가 선생님은 아들이 다 자란 모습을 보며 아버지로서의 정을 느끼며 당신 아버님을 생각하셨겠지만, 나로서는 오래 묵은 된장처럼 깊은 정이 우러나는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그 사랑 곁에서 조심스럽게 표현되는 어머니의 소리 없는 사랑이,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만큼이나 향내를 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그라, 꼴찌두 괜찮여. 서둘다 자빠지면 너만 다쳐. 암만 늦게 가두 네 몫은 있능겨. 앞서간 애들이 다 골라간 것 같어두, 남은 네 몫에 의외루 실속 있을 수 있능겨, 잉규야.”
옆집 아이보다 바이올린을 못할세라, 수학 성적이 뒤질세라 절절매는 요즘 우리 주위에 “천천히 가그라, 꼴찌두 괜찮여” 하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그 말을 듣고 “정말 그러네유.” 하고 대답할 수 있는 귀가 우리에게 있는지 자문해 보고 싶다.
작가 소개
저자 : 강정규
선생님은 1941년 충남 보령에서 출생하여 서라벌 예대 문예 창작과를 졸업하였습니다.
1975년 <소년>에 동화가, <현대문학>에 소설이 추천되어 글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한국 아동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방정환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작품으로는
<돌이 아버지>,<큰 소나무>,<작은 학교 큰 선생님>등이 있습니다. 현재 장안 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이여 아동문학 계간지 <시와 동화>의 주간 겸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림 : 박문희
성신여자 대학교 산업미술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어린이를 위한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품으로는 <이솝 이야기>,<탈무드>,<과학동화>,<세계위인 스티븐호킹>등이 있습니다.
목차
1. 헌 시계 잃어뿔고
2. 쪼맨씩 허다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