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깊은 눈으로 상처를 들여다보라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인 랭보는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고 노래했다. 노인이든 어린이든,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하든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무수한 상처를 경험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동화작가들이 사회 속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의 상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3년 동안 등단한 네 명의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펴낸 동화집 『꼬물래』(푸른책들, 2006)가 나왔다. 김 정, 김미숙, 김민령, 정은숙은 신인다운 패기와 녹녹치 않은 작품 수준을 보여 주는 신인작가들이다. 그런데 새로운 작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본 동화 속 세상은 우연찮게도 모두 ‘상처’와 연관되어 있다. 작가들이 각자 자신만의 눈과 생각으로 보고 그려 내어 동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처는 제각각이며 그 깊이 또한 다르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갑자기 낯선 할머니에게 맡겨진 현기의 가슴 속에는 엄마에게 느낀 배신감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고(「두루미 마을」), 분식집에서 다른 사람이 남긴 핫도그를 먹다가 들킨 주호는 ‘꼬물래’라고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꼬물래」), 견우와 ‘나’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책무를 외면하는 어른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견우랑 나랑」). 그렇지만 수정이는 엄마가 새엄마라는 이유만으로 흉을 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상처를 받을 것도 같은데 오히려 그들 앞에서 당당하기만 하다(「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네 명의 작가들은 아이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간직한 상처를 깊은 눈으로 들여다본다. 작품 속의 아이들 또한 자기 주변의 아이들과 사람들의 상처를 깊은 눈으로 들여다보며 자신의 상처를 서서히 치유해 나간다.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들여다보는 것은 바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되는 것이리라.
물론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내 이야기처럼 절실하게 다가오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그저 한 편의 동화로만 읽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책을 창문 삼아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자리를 한껏 넓힐 수 있길 바란다.
출판사 리뷰
「두루미 마을」 -김 정 글 / 이진우 그림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가정형편 때문에 현기는 갑자기 낯선 할머니에게 맡겨진다.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한 현기는 엄마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할머니의 애정 어린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현기의 가슴 속에는 깊은 상처가 남아 다정해 보이는 두루미 가족에게 돌을 던진다. 그 날 저녁 할머니가 아픈 새끼 두루미를 데리고 오자 현기는 자신이 던진 돌에 맞은 두루미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꼬물래」 -김미숙 글 / 성병희 그림
꼬물래는 마을을 떠돌며 사는 미친 거지이다. 분식집에서 다른 사람이 남긴 핫도그를 먹다가 들킨 주호는 아이들에게 꼬물래라고 놀림을 받는다.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신 뒤 아빠와 단둘이 사는 주호의 상처는 엄마가 없는 것이 아니라 꼬물래라는 별명 때문이다. 동네에서 꼬물래를 쫓아내려던 주호는 꼬물래 또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상처 입은 강아지를 돌보고 있음을 발견한다.
「견우랑 나랑」 -김민령 글 / 이영림 그림
어린 언니, 오빠와 사는 ‘나’는 오빠가 아이들을 때리고 돈을 뺏는 일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폭력을 휘두른다.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의 관심은 늘 먹는 일에 쏠려 있고 언제나 배가 고프다. 나의 친구인 견우 또한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아빠의 폭력으로 상처를 입는다.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떠나는 견우가 진심어린 걱정을 하자, 그제야 나는 오랜 마음의 허기에서 벗어나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갖는다.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정은숙 글 / 유기훈 그림
진욱이네 동네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게 되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구경을 한다. 현장에서 단역 배우를 뽑는다는 말에 동네 아이들이 서로 캐스팅되기 위해 애를 쓰는 와중에 우여곡절 끝에 수정이가 선발된다. 동네 사람들은 수정이 엄마가 새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쓴 채 이런저런 흉을 보지만 수정이는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연기를 하여 사람들에게 주연 못지않은 감동을 안겨 준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정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푸른아동문학아카데미’ 2기를 수료하였으며, 2003년 제1회 ‘푸른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마음을 다친 어린 친구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동화를 쓰고 있다.
저자 : 김미숙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푸른아동문학아카데미’ 3기를 수료하였으며, ‘아동문예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2005년 제13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으면서 동화도 함께 쓰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내 친구, 꼬꼬』(공저)가 있다.
저자 : 김민령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한양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푸른아동문학아카데미’ 1기를 수료하였으며,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작은 집 이야기」가 당선되었다. 지금은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저자 : 정은숙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2005년 제3회 ‘푸른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열심히 동화를 쓰고 있다.
그림 : 성병희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그린 책으로 『영구랑 흑구랑』, 『내 친구 재덕이』, 『기차는 바다를 보러 간다』 등이 있다.
목차
7 두루미 마을 -김 정 글 / 이진우 그림
31 꼬물래 -김미숙 글 / 성병희 그림
53 견우랑 나랑 -김민령 글 / 이영림 그림
73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정은숙 글 / 유기훈 그림
109 작품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