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08년 가을, 일제의 침탈로 국운이 기울어지던 시기, 함경북도 한 시골에 살고 있는 창호네는 백두산 너머 청국으로 옮겨가 내두산이라는 마을에 정착한다. 그곳에서 막내동생 창선이가 앓기 시작하자 이웃집 이운이는 엄마가 소중히 간직하는 사과를 한 알씩 꺼내준다. 마지막 사과를 다 먹고 난 후 창호는 사과 씨를 심어보며 사과나무를 키워낼 희망에 부풀지만 만주의 척박한 땅에선 사과나무가 자랄 수 없다.
국내에 출간 되었던 전작 <폭죽소리>를 통해 중국인에게 노예로 팔려온 여자아이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저자 리혜선은 이제 조선족의 쓰라린 과거사를 이야기한다. 조선족 이주 역사 백여 년을 상징하는 과일 '사과배'와 아이들을 통해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같은 민족'의 숨소리를 담아낸다.아이들이 심은 '사과나무'는 이제 아이들의 키만큼 컸다. 겨우 한 그루만 살안ㅁ아 아쉽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사과만 달려 준다면 그 사과의 씨를 뿌려 온 산에 사과가 주렁주렁 달리게 할 아름다운 꿈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서 사과 이 피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얘들아, 그건 사과나무가 아니란다!"아아,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창호와 아이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시다니!"사과나무가 옳아요, 분명히 사과 씨를 심었는데요!"창호가 항변했다.할아버지는 허양한 몸을 겨우 지탱하며 고향 쪽을 향해 앉아 있었다. 하얀 두루마기와 백발이 바람에 나부꼈다."그건 절로 자란 돌배나무란다. 진작 알려 주려다가 너희들의 꿈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망설였던 거야. 이곳 기후는 너무 거칠고 차서 사과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거란다.""그럼... 그럼 어떡해요?"아이들은 눈물이 나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고향의 과일 접지를 가져다 이곳 나무에 접목을 해서... 풍토 순화를 하면 어떨지..."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머리를 저었다. - 본문 40쪽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리혜선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태어났다. 연변대학교 한어학부와 북경 노신문학원을 졸업하고 연변일보사, 길림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연변작가협회 창작실 주임을 맡고 있다. 중국에서 출간된 대표작으로 《빨간 그림자》 《푸른 잎은 떨어졌다》 《코리안 드림》 들이 있으며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 《사과배 아이들》 《폭죽소리》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