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얼룩산 아래에는 정부 청사가 있다. 그리고 정부 청사 앞 공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 요청하기 때문이다. 전날에도 머리에 빨간 띠를 질끈 묶고 어깨에 하얀띠를 둘러 맨 사람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공터에는 소아지 두 마리가 남겨졌다.
밤새도록 내린 이슬에 송아지들의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송아지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는 하얀띠가 둘러져 있었다. 송아지 먹이 값은 오르는데 우유는 팔리지 않고, 자꾸자꾸 소 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게 되었다고, 나라에서 책임지라 아우성치던 사람들이 홧김에 버리고 간 송아지들이었다.
정부 청사 공원에는 까치와 비둘기들이 산다. 비둘기 '비기'와 '구돌이', 까치 '까달이'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두 마리의 소아지, '몽이'와 '얼이'를 구해준다. 서로 돕고 힘을 합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손에서 탈출시켜 엄마소를 마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은, 동물간의 우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 내는 용기와 지혜를 느끼게 만든다.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저자는 어른들이 자신들의 삶의 영역을 지키려 벌이는 '농성'과 '데모'에 '판타지'라는 요술 가루를 뿌려 대립이 아닌 화해의 장을 마련한다. 분열을 막고 화합해서 사랑과 평화를 나누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고, 잔잔하게 강조하는 방법이다."잘 들어." 구돌이가 몽이와 얼이에게 탈출 방법을 속삭였습니다."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지?""어디긴 어디야? 바로 네가 살던 목장이지. 네 엄마가 거기 있잖아. 비기가 어제 그 목장을 찾아냈어." 구돌이가 주춤거리며 몽이와 얼이에게 다가갔습니다."절대로 거기로는 안 가!" 갑자기 몽이가 버럭 소리쳤습니다. 모두들 놀라 몽이를 바라보았습니다."몽이야! 그러지 말고 가자. 난 엄마가 보고 싶어. 엄머머." 얼이가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벌써부터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었나 봅니다."밤중에 우리르 싣고 몰래 와 버린 아저씨인데 넌 밉지도 않니? 보나마나 또 우리를 버릴 거야. 한 번 버린 사람은 두 번 세 번도 버려." 몽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습니다. 얼굴 가득 고집이 덕지덕지 묻어났습니다. - 본문 99~100쪽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홍종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고,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조망 꽃」이 당선되어 그 꿈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계몽아동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아르코창작기금,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살짝이 주인을 찾습니다!』『너 때문에 못살아!』『깃털이 지켜준 아이』『하얀 도화지』『내가 먼저 사과할게요』『나는 누구지?』『물길을 만드는 아이』 등 60여 권이 있습니다.
목차
머리말
처음 생긴 일
버림받은 송아지
뒤를 밟아라
몽이와 얼이네 목장
일 꾸미기
탈출
험한 길
무지개가 뜨는 곳